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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창으로 바라보는 풍경화

작성자다애|작성시간24.06.08|조회수170 목록 댓글 18

아침에 눈을 뜨면 창문에 눈길이 간다.

통유리 긴 창문의 커튼을 걷으면 하늘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한 점의 풍경화처럼...알 수 없는 그리움이 밀려온다.

 

언제부터인지 오밀조밀 아담한 동네의 키 작은 아파트들과 상가, 일반주택들이 재건축과 재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순차적으로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육중하고 키 높은 기중기가 하늘을 가리고 여러개의 세로줄을 그리며 서 있었다. 탑기중기, 덤프트럭, 굴착기 소리등 이런저런 소음으로 기중기는 내 귀를 어지럽혔다.

 

소음 때문에 귀가 울리고 아프기도 했다. 드디어 시멘트벽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몇 층이라는 숫자도 보이기 시작했다. 청명했던 하늘은 미세먼지와 함께 부분적으로만 보이기 시작했다. 전에는 네모난 창문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한 눈에 들어왔었는데...

 

신혼시절에 꾸몄던 내 보금자리엔 벽에 액자장식이 없어도 늘 수채화를 볼 수 있는 창문이 있었다.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느낌이었다. 창밖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어 전원주택처럼 마음부터 시원해지는 시절이었다. 산새음과 솔내음이 청정한 기운을 뿜어내면서 오염 받은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느낌이었다. 멀리 누런 들판이 보이며 들판의 한 쪽 옆길을 따라 시냇물이 졸졸 흐르고 송아지와 염소 떼들이 한가롭게 보였다. 송아지의 울음소리는 낙원의 전원에 들리는 종소리처럼 들렸다. 창문만 열면 와락 터지는 새들의 합창소리며 참새와 비둘기들이 정답게 무리를 지어 다녔고, 사시사철 화사한 꽃나무의 향기에 취한 시절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동마다 조경시설이 약간씩 설치되어 있지만 3층 이하의 주민들만 눈인사하는 정도이고 엘리베이터의 층수가 높아질수록 꽃나무들은 시야에서 멀어져 간다. 늘 눈앞에서 보던 아름다운 풍경화는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다. 멀리 보이던 예전의 키 작은 아파트의 모습이 그리워진다. 아파트 한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우뚝 심어져있던 늘어진 연녹색의 버드나무 주변은 주민들의 쉼터. 삼삼오오 모여드는 주민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그립다.

 

아파트 뒤쪽에 병풍처럼 둘러서있는 야산이 있어 아침에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심호흡을 하곤 했다. 오후쯤에는 인도를 따라 잘 꾸며진 동네의 산책로를 쭈욱 따라서 야산의 약수터에 가면 줄을 서서 약수물도 받아오곤 했었는데... 키 큰 아파트들이 자리를 차지하면서 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지고 야산은 멀리 서 있는 듯이 바라보게 된다. 가슴이 먹먹하다.

 

이웃과의 관계가 단절되고 소통이 무너져 내린 것 같아 안타깝다. 아마도 앞 동의 주민들과 우리 집의 풍경을 서로 마주 바라보는, 어색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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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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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퍼니맨 | 작성시간 24.06.08 다애 아그렇죠~^^
  • 작성자제이정1 | 작성시간 24.06.08 아산 외곽에
    자리잡고 늘 자주가던 신정호숫가
    도심중심보다
    외곽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집값도 싸고 늘 만족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다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08 그러세요?
    거주지가 마음에 안들면 노후엔 이사가 쉽지 않죠. 늘 만족하며 사시는군요.
  • 작성자자연이다2 | 작성시간 24.06.09 아~~저희 동네 아파트 천국입니다. 저는 바로 뒤에 개인 주택에 삽니다.
  • 답댓글 작성자다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09 단독주택의 주민들은 서로서로 정을 느끼며 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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