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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어머니의 피아노 교육

작성자다애|작성시간24.06.20|조회수205 목록 댓글 22

여성이 어머니가 됐을 땐 자신도 모르는 위대한 힘이 솟아나는 것일까. 어머니들의 자녀교육에 쏟는 열정은 정말 몰아적(沒我的)인 사랑이다.

어머니도 그런 분들중의 한 사람이다. 교육에 관한 일이라면 재빨리 정보를 수집하고 다른 집 자식들보다 앞서도록 온몸을 바친 분이다.
 
어머니는 한 남자의 아내로서 아버지가 버시는 통역사의 월급에 만족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퇴근 후, 저녁 시간에는 우산을 손수 열심히 만드셨는데 집마다 팔러 다니는 일은 말주변이 좋으신 어머니 몫이었다. 부업이 본업보다 잘 되어 빨리 경제적인 기초를 닦았다. 승승장구하여 커다란 한옥 기와집도 사고 비교적 여유로운 생활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께서는 가정교육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으셨다. 교육은 몽땅 어머니 몫이었다.
어머니는 남편과 아기자기한 둘만의 시간을 갖기보다는 좀 지나칠 정도로 자녀교육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생활하셨다. 워낙 성격이 급하고 성취욕이 강하셨던 어머니. 생계가 대부분 어려웠던 시대였는데 친정집은 교육에 전념해도 좋을 환경이었다.
 
내 나이 다섯 살 때부터 집안 살림은 몽땅 집안일 해주는 언니에게 맡기고 조기교육에 불을 붙이셨다. 한글과 한자, 피아노를 동시에 배워야했다. 한글, 한자는 어머니한테 배웠고 피아노는 그 시절에 교습소가 없어서 소문이 난 어느 피아노 선생님 댁으로 내 손을 잡고 늘 데리고 가셨다.
 
폭우가 쏟아졌던 어느 날, 나를 업고 뛰면서 횡단보도의 찻길을 건너던 중, 갑자기 미끄러졌다. 다행히 사고는 없었고, 그런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피아노 선생님 댁에 갔다. 딸이  손가락에 통증을 느껴 힘들어하는 표정을 나타내도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였다. 하지만 그 시기는 친구들과 어울려 사회에 대한 인식을 하기 시작하는 때가 아니였던가. 맏 정성으로 아무튼 내게 큰 기대를 걸고 생활하셨다.
 
두 동생들에게도 역시 피아노를 가르쳤다. 하지만 노력하기 싫어하고 끈기가 부족했던 동생들은 한 달도 배우지 못하고 피아노를 피해서 도망 다니기 시작했다. 그래서 피아노를 열심히 가르치려던 어머니의 계획은 원점으로 돌아가고 대신 여동생에겐 바이올린으로 바꾸어 가르쳤다. 하지만 이 악기도 배우기 싫어해서 몇 달이 지나 동생들에게 악기 가르치는 일을 아예 포기하셨다.
 
피아노 처럼 싫증을 금방 느끼는 악기가 또 있을까요?  그런데 난 웬일인지 피아노 소리가 듣기에 좋았다.  조용히 앉아서 연주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피아노에 월등히 뛰어난 소질은 없었지만 한 3년 정도를 무난히 배워 중급까지는 마스터한 셈이다.
 
코흘리개 시절, 동네 꼬마 친구들과 온몸으로 뛰놀고 싶었다. 철부지 시절이었으니 어머니의 교육열이 억압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던가. 음감이 발달 된다는 적절한 시기에 훌륭한 피아노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에도 감사하고 싶다. 음악의 기초 악기인 피아노 공부를 내게 시켜준 일은 성인이 된 지금까지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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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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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다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21 댓글 감사합니다.
  • 작성자지 인 | 작성시간 24.06.21 그당시에
    피아노교육을 받앗다는것은
    굉장한 특혜였을겁니다..

    교육열이 높으신 엄마의 사랑
    대단한 엄마십니다
  • 답댓글 작성자다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21 그만큼 좋은 환경에서 살았으므로 고맙게 생각합니다.
    집에 피아노 있는 집이 동네에도 저희집 만 있었구요.
    국산 피아노 생산이 어려웠던 시절이라 어머니께서 미국산 중고피아노를 구입해 들여오셨지요.
  • 답댓글 작성자지 인 | 작성시간 24.06.21 다애 아마도
    면소재지에 한두대정도였을겁니다
    부모님의 학구열 부럽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다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21 지 인 서울 제기동에서 살았죠. 이웃 학부형및 어머니들이 내 어머니의 교육열을 아주 부러워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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