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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우짤까요.

작성자베리꽃|작성시간24.06.24|조회수468 목록 댓글 46

"밤꽃 냄새가 진동하던데
밤꿀을 못 땄다니..."

다들 그런다.
하긴 나도 진동하는 밤꽃 냄새를
안 맡은 게 아니다.

특히 벌들이 밤꽃을 물어다논
벌통근처엔 밤꽃향이 코를 찌를 정도였다.

'올해 밤꿀 풍년되겠다.'

특히 밤꿀만 찾는 고객님들이 많은데
그 분들을 흡족하게 해드릴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온 산천에 밤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향기도 그토록 진동했는데

막상 연 벌통에서

"나 밤꿀 아녀유."

이게 뭔 일인가.

밤꿀철에 갑작스런 폭염으로
벌들이 '꽃보다는 시원한 물' 하면서 이슬을 잔뜩 물어다 놓은 것이다.

꿀자연인에게 건의를 했다.
그냥 밤꿀이라고 판매하는 게 어떨까.
밤꿀철에 나오는 꿀이 밤꿀이지.

밤꽃이 절반밖에 안 들어갔는데
어떻게 밤꿀이라고 할 수 있나.
꿀자연인이 이겼다.

맘도 몸도 안 좋아
당분간 차도녀로 살아가려고
무작정 상경을 했다.

그간 농사일로 무리를 했는지
내 등짝이 남의 등짝같다.
넓직한 파스 한 장을 붙이면
시원스레 나을 것같은데
서울 하늘 아래 파스 한 장 붙여줄
사람이 없다.

밤꿀이 파스로 연결되면서
심한 우울증이 오는 것같아서

거짓말 안 보태고
지난 금요일에 신경정신과를 찾아갔다.

"예약을 하고 오셔야 해요."

세상에나
아파도 예약 안 하면 당장 진료를 받을 수없다니.
그 예약이라는 말에 명함만 들고 나와서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

우짤까요.
예약하고 의학의 힘을 빌릴까요,
아니면 다시 벌들의 고향으로 내려가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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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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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고들빼기 | 작성시간 24.06.24 베리꽃  ㅎ~~ 저도이제 연식이 있는지라 여기저기 수리해 가면서 삽니다 ^^
    우리내외가 농사 지을때 보다는 많이 기계화 되고 현대화 되었다지만
    결국 손으로 , 몸으로 해야하는 일이어서요~~~ 힘드실 겁니다~~
    만여평 농사를 짓던 제 손아래 동서도 이제 칠십이 되니
    농삿일을 거의 접고 태양광 몇천평 에 천여평 텃밭엔 반송도 기르구요~~
    그래도 부군께서는 잘 헤쳐 나가시는것 같습니다
    이젠 저도 한두해만 현장일 하고 손떼려고 합니다
    아이들도 성화구요~~~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리진 | 작성시간 24.06.24 벌이 꿀만 물어오는 게 아니네요.
    물을 물어온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시골 산골 살이가 있는 병도 나아야 하는데,
    어째 생병이 나셨군요.
    빨리 회복되시길요.
  • 답댓글 작성자베리꽃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24 며칠 쉬었는데도 피로가 풀리지 않네요.
    농사일을 겁없이 열심히 했나봐요.
    쉬엄쉬엄 살아가야 겠음을 배우네요.
    벌들도 더우니 꿀이고 뭐고 다 귀찮나봐요.
  • 작성자김지원. | 작성시간 24.06.24 베리꽃님 꿀에 넘 신경 쓰시다
    마음의 병, 몸의 병이 왔군요
    너무 마음 쓰시지 마시길 바랍니다
    밤꿀이 어려우면 감로꿀 기다리고
    다른 꿀로 대체하지요
    건강부터 챙기시길요!!!
    마음이 애잔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베리꽃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24 김지원님께도 밤꿀주문 받아놨지요.
    올해는 유난히 밤꽃 향기가 짙어서 품질좋은 밤꿀을 기대했었는대요.ㅠ
    늘 격려와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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