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삶의 이야기

삶의 이야기 -할머니와 메뚜기-

작성자커쇼|작성시간24.07.04|조회수224 목록 댓글 31

10여년 전,

시골의 가을 들판이

황금 빛으로 물들어 가던 추수시기였었다.

나는 아침형 인간을 넘어 새벽형 인간이라 현장을 미리 봐 둬야 할 때에는

출근 전 현장을 가는 일이 많다.

 

추수를 앞 둔 벼들은   

이슬인지 서리인지를 맞아 

고개를 더 깊게 떨구고 있고,

떠오르는 햇살에 황금빛 마져감돌아 입에서 절로

참 풍요롭다..란 말이 나온다.

 

아스팔트에서 시골길로 접어 들어 서행을 하면서 지도와 현장을 번갈아 가며 찾고 있을때

십여미터 앞에  몸빼 바지를 입으신 할머니 두분이 나란히 굽은 허리를 지탱하느라

좌우로 엉덩이를 흔들거리며 사이 좋게 걸어가신다.

나 처럼 일찍일어나시는 부지런한 우리 어머니들...

가만히 보니 굽은 할머니들 허리뒤로 엉덩이와 함께 시계추 처럼 리듬있게 흔들리는것이 있다.

양파나 마늘을 담는 망 이었는데 안에 든 내용물에 놀랐다.

탄력있는 양파망이 축 늘어질 정도로 메뚜기가 가득 차 있었다.

맨 위 몇마리는 아직 날개를 퍼덕이고 있다.

새벽에 나오셔서 메뚜기를 잡으셨나보다.

 

메뚜기를 먹었던 기억은 나에게도있다.

내가 여섯살 쯤이었던가 1970년대 초,

잠시 살았던 부산 구포, 지금은 많이 변해서 위치조차 

가늠하기 어렵지만 구포여상 또는 여중이 세워지기 전, 

가랭이 논들이 쭉~~이어진 골짜기로 잡은 메뚜기를 꿸 질긴 풀의 줄기를 들고

(무슨 풀이었던지 기억이 없어서..) 메뚜기잡는 오빠뒤를 따라 다녔다.

 잡아서 어떻게 먹었던지는 기억이 나질 않고,어렴 풋이 그 장면이  떠오른다.

그 시절엔 단백질 보충을 메뚜기로 했었다는 우스개 소리를

어른들께 들었던 기억도 난다.

어느 나라에선가는 메뚜기를 미래의 대체 식량으로 연구를 한다는

뉴스도 설핏 본 것도 같다. 여하튼

 

마침 학부모 모임에 어떤 분이 메뚜기 사러 시골 장에 갔었다가 헛걸음 했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얼른 그 분께 전화드렸드니 좀 사다 달란다.

가까이 다가가니 할머니 두분이 길 가장자리로 물러서신다.

주차를하고 내리면서 허리숙여 반갑게 인사를 드리며,

어머니. 이거 메뚜기 아니에요? 하고 정겹게 말을 붙혀 본다.

이거 파실려고 잡으신거죠?

"언제...앤 판다, 이걸 와 파노?"

키가 작고 마르신 할머님 말씀이다.

 

키가 좀 커신 할머니께서 " 와 새댁이 살래? 판다,

쫌 있다 장에 가 팔라 했디만 새댁이가 살래?."하시며,

"니도 팔아라 와 안파노?" 라며 옆 할머니께 추궁 하듯 말씀 하신다.

안 파시겠다던 할머니는 작은 목소리로

"영감 줄라꼬."...

그 말씀에 키 큰 할머니 버럭 화를 내신다.

"미친 지랄 한다고 또 영감 해 먹인다 카제. 

옴마야 남사시럽어라. 천날 만날 그 카고 댕기던만 뭣이 좋다고."

라며 눈을 흘기신다.

키 작으신 할머니가 베시시 웃으며 고개를 돌리신다.

영문은 몰랐지만 나도 웃음이 나왔다. 

결국 한 분것만 값을 치르고 기분좋게 임장활동 마쳤다.

 

학부모께 전달하니 깜짝 놀라신다.

양파망에서 눌려진 메뚜기가 

시장에서 파는 양의 두배는 된다는 것이다.

에고 그 어머니께 좀 더 드리고 올걸.....

그 키작은 할머니는 영감님과

오손도손 잘 살고 계시려나?????.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적토마 | 작성시간 24.07.05 메뚜기를 버터와 함께 튀겨 맛나게 먹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_^)
  • 답댓글 작성자커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05 아 그런가요?
    저는 직접 해 보진 않았고,
    맥주 집 안주로는 먹어봤어요..
    그것이 버터에 튀겨서 그랬나 맛있었어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 답댓글 작성자적토마 | 작성시간 24.07.05 커쇼 
    네~ 화이팅...!!
  • 작성자달항아리 | 작성시간 24.07.05 메뚜기는 양반이지요.
    영화 설국열차에 등장하는 미래 식량은 바퀴벌레.. 으악~~
    커쇼님의 따뜻하신 시선으로, 메뚜기가 있고 두 할머님이 계신 풍경을 잘 그려내주셔서
    미소를 지으며 잘 읽었습니다. ^^
  • 작성자커쇼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05 네 맞아요. 설국열차에서~~~
    우리가 대체 식량으로 그걸 먹을 때 까지
    살지 말아야 겠어요.ㅎㅎ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