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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직사각형 (7.14일 생각)

작성자앵커리지|작성시간24.07.15|조회수267 목록 댓글 50

1. 전철 안

송도로 가는 전철 한 칸에 약 40 명이 타고 있었는데 그 중 4 명만이 핸드폰을

보지 않고 있었다. 올 때도 40 명쯤 탔는데 3 명이 핸드폰을 보지 않았다.

그나마 음악이나 동영상을 크게 틀어 놓는 사람이 없어 다행이라 할까. 나는

보지 않는 축에 속했다. 그냥 그렇게 잘난 척을 하고 싶었다.

 

2. 시집을 읽다

더운 날이지만 집에서 나올 때 시집을 한 권 들고 나왔다.

이것 역시 고집이고 아집일 수 있지만 나만은 전철 안에서 핸드폰에 코를 박고

싶지 않아서 전철을 탈 경우엔 굳이 작은 책자를 들고 다닌다

김XX 작가의 시였는데, 아뿔싸 ! 문장의 깊이가 없고 글들이 여름날 쇠불알처럼

늘어져 정돈이 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나XX 작가의 글처럼 단순히

이름값으로 사는 사람 같았다. 내가 오만한 걸까.

 

3. 충동적 소통

책이 지겨워, 현대시를 쓰는 띠동갑 여인에게 3 년만에 불쑥 문자를 보냈다.

"예전에 추천해 준 김XX 시집이 같잖아 보이는데 내가 오만한 건가요?"

바로 답이 왔다. "이제 다시 시를 쓰시나요?"  다시 답을 했다. "자칭 타칭으로 흔한

것이 시인인데 나까지 이름을 얹어야 할 이유가 없습디다"

8월에 한 번 밥을 먹자 하기에 그러마고 했다. 그녀는 짧은 원피스를 입고 나와서

현대시에 대해 열강을 할 것이다. 그는 제법 유명한 시인이고 나에 대해 과분한

기대를 접지 않는 고마운 사람이다.

 

4. 직사각형

미당은 자신을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라 했는데, 현대인의 생활 중에 구할 이상이

작은 직사각형의 스마트폰과 함께 하고 지배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철 밖으로 나오니 택시도 버스도 승강장도 모든 건물들도 똑같이 직사각형이다.

직사각형 모양의 식당에 들어가 직사각형의 식탁을 잡아 사촌형제들과 직사각형

으로 앉아 밥을 먹고 낮술을 마셨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내 손에 들린 책도 직사각형이다. 

직사각형처럼 각이 지지 않게, 지구처럼 둥글게 살아야 하는데 난 왜 안 될까.

 

2024.07.15

앵커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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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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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정 아 | 작성시간 24.07.16 이젤 원형 침대 어디서 구할수 있을까요?
    이참에 분위기전환? ㅎ
  • 작성자이젤 | 작성시간 24.07.16 그래서 저는
    저의 시골집 마당 정원은 원과 곡선으로 만들 계획이랍니다
  • 답댓글 작성자앵커리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16 그거 좋은 생각인데요 ^^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정원의 곡선이 이젤님을 더 원만하게 만들어 주리라 믿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이젤 | 작성시간 24.07.16 앵커리지 지금도 원만한데..
    가끔 까칠이야 매력일거구 ㅋ
  • 답댓글 작성자앵커리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16 이젤 그래서 '더' 원만하게 라구 썼쥬 ^^
    까칠한지 원만한지 아직 잘 모르지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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