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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7월 26일 출석부 - 날궂이 1과 2

작성자달항아리|작성시간24.07.26|조회수382 목록 댓글 107

# 날궂이 1
 
저만 그런가요?

비 내리는 여름날, 고속도로 휴게소에 내렸는데
메들리 음반을 주로 파는 음반 판매 코너에서 트로트 메들리가 울려퍼질 때...
평소에 진부하다 여겼던 그 노랫말과 애조띤 가락은 내리는 비에 실려 전달되는 과정에서 힘을 얻어
제 마음에 구슬픈 파장을 불러 일으키곤 합니다..

'다앙시인이이~~ 나알버어리이고오~~ 말어업시이 떠어나았으을때에~~'
'고오햐앙에에~~ 무울레바앙아아~~ 오오느을도오 돌아아~가느은데에~~'
'바아라아보는~~ 눈길이~~ 젖어~~~ 이있구나~~ 너어도나아도~~ 모오르게에~~ 흐을러가안~~ 세에월아아~~'

이어지는 노래마다 가사와 멜로디는 다 달라도 그 노래들은 한결같이,
우리네 중생들이 평생을 두고 휘둘리는 그넘의 사랑타령에 한 줄로 꿰어 나름대로의 서글픈 일관성을 유지하며 연결이 되곤 합니다.
그렇게, 비내리는 날 트로트 메들리를 듣고 있노라면 내 인생도 네 인생도 한 편의 신파극으로 닮은 꼴이 되어버려..
니나 내나, 사는 것이 왜 이리 쓸쓸하다냐, 하는 생각에 젖곤 했던 것입니다.


# 날궂이 2
 
고등학교 다닐 무렵 제게는 희한한 습관이 있었습니다.
비가 추적 추적 내리는 날, 그 날이 휴일이나 방학 중의 하루일 경우엔 종종 아무런 목적 없이 녹번동 우리 집을 나서서
역촌동 쪽에서 출발하여 서울역을 지나 퇴계로 을지로 등을 거쳐 다시 역촌동 쪽으로 돌아오는 152번이나 153번 버스의 뒤쪽 좌석에 앉아 멍하니 비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두 시간 가까이 해찰을 하다 내리곤 했었습니다.
그 어이없는 버스 여행을 하는 시간이 저는 그렇게 좋더라고요.
특히 153번 버스의 경우는 가다 보면 스카라 극장과 명보 극장 앞을 지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 시절부터 영화에 푹 빠져있던 저는 극장에 내걸린 대문짝만한 영화 간판을 잠깐이라도 바라볼 수 있는 그 순간이 참 소중했던 것입니다.
지금 같으면 언감생심, 고등학생이 그런 여유를 부릴 수 있을까요.
고2 까지는 여유를 좀 부려도 되었던 우리네 학창 시절을 생각하면, 백약이 무효인 대한민국 입시 지옥에 일찌감치 갇혀서 허덕이는 지금의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딱하기 그지 없습니다.

2024년 여름, 참 지겹게도 독하게도 비가 오고 또 오고 또또 오네요..
무섭게도 퍼붓는 비와 혹독한 폭염의 협공으로 지친 마음을, 촉촉하고 말랑하던 예전의 날궂이의 기억을 불러다가 잠시 달래봅니다.
아 진짜... 비 좀 그만 왔으면, 오더라도 순하게 왔으면 좋겠어요....
폭염과 폭우 속에서도 우리 고우신 님들 마음은 뽀송한 하루 되시기 바라며, 달항아리는 날궂이 마치고 물러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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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달항아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26 날마다 삶방을 챙기시고 돌보시고 지키시는 운선 언니 항상 감사해요. ^^
    남다른 감수성에 빛나는 총명함도 겸비하신 운선 언니,
    예전에 어떤 날궂이를 하셨는지는 모르겠으나 운선 언니가 하신 일은 다 옳고 타당한 것입니다. ^^
    저도 이성보다는 감성이 승한 성격이라서 그것을 통제하느라 애를 먹곤 했지만
    나이들며 이렇게 저렇게 감성도 마모가 되더군요.
    강릉은 영서지방보다 더 덥지요?
    실습 기간 동안 몸도 마음도 축나셨을 테니 잘 쉬시고 몸과 마음 시원하게 챙기시어요.
    감사합니다. 평안한 밤 되시어요. ^^
  • 작성자붕어생각 | 작성시간 24.07.26 152번이 아마도 좌석
    153번이 입석?
    둘 다 선진운수였죠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저희집은 같은 녹번동인데
    국립보건원 뒤쪽이라서 노선이 달라 156번(입석) 158번(좌석)
    이었습니다

    그 시절엔 그랬죠
    노선버스 타고
    서울역 시경앞 화신백화점 광화문 서대문 거쳐 다시 녹번동으로 돌아오고
    (극장은 국제극장 화양극장 뿐)

    저도 몇 번 그랬던 것 같아요
    맨 뒷자리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보며
    이런 저런 생각에 젖곤 했죠
    지금으로 보면 일종의 소확행이랄까요

    가난했지만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이유중 하나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달항아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26 비단잉어님 어서 오세요. ^^
    오늘은 커피방에서 잉어님댁 경사도 듣고 또 삶방에서 댓글로도 잉어님을 뵙게 되어 기쁩니다. ^^
    청소년기의 주거지와 학교 동네가 많이 겹쳐서 참 친근하게 느껴지는 우리 잉어님,
    매사 부족했지만 너무도 그리운 그 시절 그 동네 그 학교임에 공감합니다.
    명지여고 앞 진진제과의 빵이 갑자기 먹고 싶은 밤, ㅎㅎ 따님의 중등교사 발령을 거듭 축하드리며 답댓글을 마칩니다. ^^
  • 작성자늘 평화 | 작성시간 24.07.26 새벽에 출첵한줄 착각~
    이른 아침부터 손주보기~
    어제 더위먹은 후라
    오늘은 좀 힘들었지만
    약발로 버티었네요
    감기몸살이 온듯~
    낼 아침은 병원부터가야 겠어요 오늘 주말인줄 착각~아프면 날씨도 눈에
    안들어오나 봐요ㅇ~^~^
    부산살때 해운대서 송도 종점까지 자주 오갔지요
  • 답댓글 작성자달항아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26 늘평화님 어서 오세요. ^^
    저야말로 천사같은 도윤이 자는 모습 보기만 하고 출석부 답댓글 종일 쓰느라 그 댓글은 쓰지도 못했어요.
    부산 사실 때 해운대에서 송도, 넘 좋은 곳을 오가셨네요.
    저는 경기 북부 내륙에 살며 늘 바다가 고픕니다.
    원래 바쁘신 평화님이 요즘은 손주 돌보시랴 부채 이벤트 챙기시랴 넘 분주하시지요?
    평화님의 노고가 도윤이에게 복으로 돌아갈 줄 믿습니다.
    어서 몸살 기운 떨치시고요.
    감사합니다. 평안한 밤 되시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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