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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10월 7일 출석부 <옷 그리고 추억>

작성자페이지|작성시간24.10.06|조회수312 목록 댓글 51

1.

2017년 10월
기타 방 정기모임에 첫 참석하고
12월 송년회에 참가해서
기타는 아직 안되니
선배님들이 공연할 때
춤추고 노래하고,
그 후
한 달 남짓 수업을 받고는
바로
2018년 초에
개인 발표 시간을 갖게 되었다.

한 달 남짓이라고 해봐야
일주일에 한 번
두어 시간 수업하는데
왕초보가
배우면 뭘 얼마나 배웠겠는가.

그래도
어릴적
언니 오빠들이
기타 치고 피아노 치고
하는 걸
늘 어깨너머로
듣고 보며 자랐기에
가능했던 개인 발표.

대학 때 유행하던
이정희 님의 바야야를
가장 쉬운 칼립소 주법으로,

2절까지 부르는 것도 버거워서
1절만 부를 때
입었던
이 원피스.


고이고이 간직하고 있었다.


한 번도 꺼내 입지 못한 건
그동안 살이 쪄서
옷이 안 맞았기 때문이었다.

가끔씩 꺼내
지퍼도 안 올라가는 옷을 걸치고는
그리운 그 시절을 떠올리며
가만히 불러보곤 했다.
바야~~ 야~
바아 야아 야~~


도저히
이대로 살 수는 없다는
각오 하에
다이어트도
성공 모드에 돌입하고

(이번 행사 대비
구입한 원피스는
너무 야해서 차마 못 입고)

이리저리
옷장을 뒤적이다가

혹시나 하고 입어보니
어머나~
맞네~

다행이다.

그런데

길이가 너무 짧다.

이걸 어쩌나

고민하다가

그렇지
내가 누구야

나름 패션 전문가인걸......

그물 망사 스타킹을 신어서
어색한 스커트 길이를
커버해보자.

힐까지 신고

전신 거울을 보니
그런대로
봐줄 만은 하니
이만하면
이 나이에 성공이다.


6년 전
이 원피스를 입고
기타 치면서
감정에 몰입해서
살짝 찌푸린
사진을 보니
새삼스럽다.


2.

엊그제
월드팝방 정기모임 날

무려 6년 만에
이 원피스를 입는데
감회가 새롭다.

지난 6년간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좋은 일
슬펐던 일
가슴 아파 눈물 떨구던 시간들
지나고 보니 모두
추억이다.

 


3.

적어도 내게 있어서
옷은
추억 어린
내 삶의 한 조각이다.

옷장을 정리하는 시간이
남들보다
두세 배 더 걸리는 건
그 옷에 얽힌 사연들을
회상하느라
상념에 잠기기 때문이다.

입어보고
추억을 떠올리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리니
옷장 정리는
늘 제자리에서 맴돌 뿐
진척이라는 게 힘들다.

30년쯤 전에
직장동료들과
계를 붓고
계 탄 돈 중
오십만 원을 주고
맞춘 원피스.

한 달에 한 번씩
우리 집에 와서
옷장을 털어가던
시샘 많은 작은 언니가
그 원피스를 가져간단다.

"언니 이건 입다가 도로 줘야 해.
내가 정말
큰맘 먹고 맞춘 거야."

그래도
못 들은 척
안 돌려주기에
언니네 가서
옷장에서 꺼내
도로 가지고 온 적도 있다.

문득
어릴 적
언니의 만행이 떠오른다.


아버지가
출장 다녀오시면서
막내딸에게 사다 주신
핑크빛 진주 목걸이가
샘이 났던 언니.

내게
목걸이
줄을 끊어
알알이
땅에 심으라고,
그럼 주렁주렁 열릴 거라고
어린 나를 꼬드기던 언니.



거금 주고
구입했던
앙드레김 원피스도
단짝 들고 간 언니.

언니의 몸이 불어서
못 입으면 도로 돌려주지
무슨 심통인지
다른 천을 덧대어
77 사이즈로 만들어놓았다.

겨우 겨우 가지고 와서
수선해 입으려다가
아자마켓 초창기에
어떤 분께
드렸다.

본인은 안 맞는다며
동생분 드린다고 하셨는데
잘 입고 계실지 그것도 궁금하다.

글을 쓰는 것도
힐링이 되지만
옷을 정리하고
T, P, O에 맞게끔
옷을 챙겨 입는 것도
나에게는 힐링이다.

평생 옷 속에 파묻혀서
살다 보니
옷이 정말 많다.

하나씩
정리해야 하는데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내가 떠나면
아이들이 저 옷을 처분하면서
어미를
떠올릴까?
간직이나 해줄까?

다 버리겠지,

아쉬워하지 말고
아까워하지도 말고
깨끗이
깔끔히

버리고 떠나리라.
다짐해 본다.

*
내일은
월요일
일찍 출근하는 날.
미리 출석부 올리고
공부 좀 하다가 자렵니다.



출석하시는 분들 중
정말 공감 가는 댓글
고운 댓글
엄선해서
딱 3분께

임영웅 굿즈
선물드립니다.

건강 팔찌래요.
우리 사위가 오늘
장모님 생신이 며칠 안 남았다고
돈 봉투와 함께
4 상자를 들고 왔는데
2개씩 들어있네요.

로스케 (소련) 군인처럼 제가
제 팔뚝에 두 개를 차고 있는데
나름 이쁘고
세련되어 보입니다

물론 건강에 도움이 된다니
더욱 좋고요.

이거이 무슨
출석부인지
삐끼글인지는
알 수가 없으나
암튼,
이만
출석부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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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리디아 | 작성시간 2시간 13분 전 new 페이지님은 연예인 이십니다
    어떻게 17년전의 옷이 맞을 수 있는지....
    난 17년전에 55 입었는데...
    지금은 꽉낀 66이나
    심지어 77도 입는데.....ㅎㅎ

    여자는 자고로 자기 외모와 체격 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편한 위주로 살다보니..ㅜ

    반성합니다.
  • 작성자지 인 | 작성시간 1시간 5분 전 new 개인발표까지
    오모낫

    페이지 방장님
    천부적인 소질이 있나봅니다

    한주시작 월요일
    이번주도 좋은일만 가득하세요

    삶의방 출석 다녀갑니다 ♡♡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작성자서초 | 작성시간 59분 전 new 그렇찮아도 칭찬이 마르지않으실 페이지님
    이러심 안됩니다

    칭찬이 완전도배 강물처럼 넘쳐납니다 ㅎ
    저는 ~ 말고
    아우 현정에게나 하나 돌아갔음 좋겠어요 ㅋㅋㅋ
  • 작성자칼라풀 | 작성시간 34분 전 new 와우~~~~

    샤론스톤이 와서 울고 가 버릴정도의
    섹쉬퀸 페이지여신님,,

    넘버원
  • 작성자신미주 | 작성시간 26분 전 new 페이지님
    우아하고 멋지십니다.
    복을 받으신분은 달라도 다르시더군요.
    재능도 외모도 모두 최고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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