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차 똥차 모닝(길에다 버려도 줏어가지도 않을)을 타고 아내와 함께 고향(충남 천안시 수신면 백자리 한신 마을)으로 향한다.
고향으로 향할 땐 항상 마음부터 설렌다.
나를 이 세상에 데리고 온 부모님이 계시고(잠들어 계신 선산), 초딩 6년 졸업 때까지 내 잔뼈가 굵고,
바람개비 날리며 달리던 새로난 큰 길(신작로) 골목길이나, 송사리 미꾸라지 잡던 흘러가는 실개천이나 새록새록 추억이 살아나는 곳이기에.
고향을 떠나온 지는 55년이지만 그 곳엔 아버지와 큰형 내외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농사를 짓던 곳이라
객지에서 중고딩 시절의 방학 때나 사회에 나와서도 명절이면 꼭 찾아갔던 곳이다.
세월따라 고향도 많이 바뀌었고, 여름이면 매미 쓰르라미 자지러지게 울던 앞동산의 100살짜리 느티나무와
고향 어귀서 객지 나간 나를 반겨주던 10여 그루의 50살짜리 프라타너스도 사라진지 오래다.
굴렁쇠 돌리며 동네 한 바퀴 돌던 어리벙 소년(방밍돌이)도 이제는 70을 앞둔 중늙은이로 변해 있다.
집집마다 잎담배 경작지에서 멜론 농사로 바뀌었고, 논두렁 밭고랑에 이맘 때쯤 분홍으로 수줍게 피던 메꽃은,
서양에서 들어온 낮달맞이꽃이니, 금계국이니, 샤스타 데이지 등 화려한 꽃들에 기가 팍 죽었다.
달달하고 암예방 등 몸에 좋다는 내고향 특산품 백화멜론
질부(큰누님 며느리)가 우리 부부를 반기며 내놓은 쑥개떡과 쑥송편
어딜 가나 활짝 피어 반겨주는 금계국에 나비가 앉았다.
어머니 생각 · 3
- 성묫길
박 민 순
소싯적 꿈을 키우며 자란
고향 어귀에 다다르면
마중 나온 바람이
부모님 사랑처럼 온몸을 감쌉니다
살아가기 바쁘다는 핑계로
가뭄에 콩 나듯 찾아뵈니
죄스러운 마음으로 큰절 올립니다
아버지가 소 몰며 쟁기로 밭 갈면
새참 내오시던 어머니
그 서낭댕이골 밭머리에
생시처럼 다정하게 누워 계신 부모님
평생 다툼 한번 없어
금실 좋기로 소문났는데
먼저 가신 아버지
16년 만에 어머니 만나셨으니
하늘나라에서 얼마나 반가웠을까?
숨바꼭질하던 느티나무 지나
고향 떠나올 때
등 뒤에서 부는 바람은
부모님 온기溫氣처럼 살갑습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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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바퀴장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5.06.03 맞아요.
둘로 쪼개진 대한민국. 하나로 뭉쳐야죠.
그런데 민주국가라는 미국도 둘로 쪼개져 있더라구요. -
작성자둥근해 작성시간 25.06.03 흐른세월만큼 고향 농작물도 꽃들도 많이 바뀌었나봅니다
신작로따라 늘어선 프라타나스 ...눈에 선하네여
쑥개떡은 먹어본적이 없는거 같구
쑥버무리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네여
어머니 시... 잘 읽었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바퀴장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5.06.03 대한민국에서 제일 흔하다는 쑥개떡을 안적두 몬 잡수셨다구라.
이거 말이 안 되네요.
주소 불러주슈.
아내 손으로 맹글어서 택배로 부칠테니깐! -
작성자운선 작성시간 25.06.03 쑥개떡 금계국이고 뭐고 떡만 보이네 참 맛나게도 쪄 놨네
맬론이 벌써 세월도 빠르네 늘 지각으로 출석이라 좀 미안하이
수고 많이 하는 박시인 손님 맞이 하느라 욕 봤소
출석합니당~~ -
답댓글 작성자바퀴장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5.06.04 지각 출석이지만 환영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