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땐 왜? 그리 식욕이 왕성했던 지...
더구나 아침밥을 안 먹고 온 날엔 배가 더 고파
1교시가 끝나면 도시락을 미리 먹는 친구들이
부지기수였다.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1교시가 끝나면
쉬는 시간에 잽싸게 도시락을 미리 먹었는데
그날따라 도시락을 다 먹고도 양이 안 찼는지
배가 너무 고픈 거다.
할 수 없이 매점에 가서
사발면을 사 갖고 들어와서
맨 뒤쪽 줄에 앉아 있는 친구랑 자리를 바꾸고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사발면을 조심스럽게 먹을 생각이었다.
창문도 열어 놓고 맨 뒤쪽이니까
괜찮겠지, 하고 조심스럽게 라면을 먹고 있는데
출석 체크를 하시며
선생님이 반장한테 지혜가 안 보이네, 하신다.
반장이 뒤에 앉았다고 하자
너 또 무슨 장난하려고 뒤에 앉았냐고 하시며
빙그레 웃으신다.
만우절 때 선생님을 골탕 먹여서 인지 그날 이후로
선생님께서 늘 나를 주시하셔서
졸지도 못하고 딴짓도 못하고
얌전히 수업을 받다가 갑자기 뒤에 앉아 있으니
선생님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개의치 않고 일단 시작했으니까
빨리 라면을 먹어치워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수업 시간에 먹다 보니
엄청 불안하고 스릴을 느끼며
나는 라면 먹는 거에 초집중을 하고
조심스럽게 부채질까지 하며
라면을 한 젓가락씩 먹고 있었다.
근데 선생님 코가 개콘지
그렇게 조심스럽게 먹었는데도
어느새 라면 냄새를 맡고 내 자리까지 온 것이다.
지혜! 그 사발면 들고 앞으로 나와!!
아이쿠! 들켰다.
설마 라면 뺏고 때리는 건 아니겠지...
불안한 마음으로 사발면을 들고나가니
지금부터 선생님과 친구들 보는 앞에서
라면을 다 먹으면
너의 죄를 사하여 주겠노라! 하시는데
선생님은 내가 창피해서
그렇게 못할 거라 생각하시고 말씀하셨겠지만
그렇게 쉬운 일을 내가 못할 리가 없다.
나는 당당하게 사발면을 국물까지 다 먹고
라면의 습기로 눈은 더 촉촉해지고 배가 채워져서
한층 여유로운 표정으로 서 있는데
한창때라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파
잘 먹는 건 이해하겠는데 앞으로는
수업 시간에 라면 먹지 않도록 경고한다.
네...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하고 들어 가려는데
들어가긴 어딜 들어가?
졸고 있는 친구들 잠도 깨울 겸
노래 한곡 부르고 들어가라, 하신다.
저...두 곡 부르면 안 되나요?
그래...너무 시끄럽지 않게
조용히 두 곡 부르고 들어가라!
그때 부른 두 곡의 노래가
'소양강 처녀' 와 '사월의 노래' 다.
흰 와이셔츠에 바지줄이 칼처럼 한 줄로 다림질된
깔끔하고 멋진 목소리에 잘 생긴 총각 선생님은
여학생들의 로망이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양강 처녀' 를 들으니 선생님 생각이 났다.
백마 탄 왕자보다도 더 멋있었던 그때 그 사람...
마음도 넓고 참 낭만적인 선생님이었단 생각이 든다.
노래도 두 곡이나 부르도록 허용해 주셨으니 말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라면은 왜캐 맛있는지...
근데 지금 생각해 보니
간댕이가 부어도 한참 부었지...
어찌 그렇게 철이 없고 맹랑했었는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학창 시절의 추억 열차를
리와인드시키면
백마 탄 왕자보다도 더 멋있었던 선생님과
친구들이 생각난다.
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삶의지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5.07.05 운선 님~
더운 날씨에 어찌 지내셨나요?
항상 부족한 저의 글을
좋게봐주시고
힘을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요
남은 시간도
즐겁게 마무리 하시고
편안한 잠자리에 드시길
바랍니다 -
작성자다시바 작성시간 25.07.05 ㅎㅎ
주로 중딩때
2교시 아끼면서 쬐끔
3교시 쬐끔 쬐끔 에라이
점심시간엔 한엄시 후회
아~왜그리 배고팠던지
옛생각에 한참을 머물게한 님에게 감사~감사~ㅎㅎ -
답댓글 작성자삶의지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5.07.05 다시바 님~~
오랜만입니다
반갑습니다
그땐 왜? 그렇게
밥이 꿀맛이던지...
공감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
작성자그린 1 작성시간 25.07.10 아주 재밌습니다
정말 오랫만에 소설같은 읽을거리 재밌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삶의지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5.07.10 그린 님, 반갑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운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고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