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2025년 을사년을 보내며ㅡ ◎送年辭
[고지가 바로 저긴데: 鷺山 李殷相]
고난의 운명을 지고 역사의 능선을 타고
이 밤도 허우적거리며 가야만 하는 겨레가 있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멈출 수는 없다
넘어지고 깨어지고라도 한 조각 심장만 남거들랑
부둥켜안고 가야만 하는 겨레가 있다
새는 날 피 속에 웃는 모습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이 시조는 노산 이은상 선생이 1954년 섣달그믐날 밤에 쓴 송년시(送年詩)입니다. 내용은 6.25동란으로 인해
나라가 폐허가 된 민족의 고난을 의지와 투지로 극복하자고 호소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휴전이 성립
된지 얼마 안 되는 당시 엄중한 상황에 만신창이가 된 민족과 조국을 바라보는 우국지사(憂國之士)의
가슴에 소용돌이치는 깊은 감회가 표현되고 있습니다.
오늘 을사년을 마감하는 12월 31일 필자의 가슴에도 피맺힌 회한과 괴로움이 솟구쳐 올라 옵니다.
왜냐하면 지금 나라가 너무 엄중해 졌기 때문입니다.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서 있다고나 할까요∼
6.25에 태어난 우리 세대들이야 이제까지 살만큼 살았으니까 고난이 와도 이겨 나갈 수 있지만, 우리
자녀들 세대는 앞으로 이 땅에서 오랫동안 살아나가야 되니까 부모 입장에서는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서 어느 때 보다도 한해를 보내는 쓸쓸함과 허전함이 시간의 적막(寂寞)속에서 고요히 흐르고 있습니다.
이제 자정이 지나면 60간지(干支)의 43번째의 해인 병오(丙午)년 새해에는 저는 세수(歲壽) 74세 말띠 해를 맞이합니다.
인간이 나이 70을 넘어 생을 마치면 세상은 애석하게 빨리 죽었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오히려 어느 정도 책정(策定)한 인생의 과제나 생각했던 그림을 그리고 죽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74세가 되는 내년부터는 한 해 한 해가 새롭게 하늘에서 저에게 여분(餘分)으로 주는 선물 같은 삶이라고 생각됩니다.
70년 인생 돌이켜 보면 소용돌이치는 급류가 있었는가 하면 또 봄날 같은 따스함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에게 가장 아프고 후회스러웠던 점은 젊을 때부터 하워드 가드너가 말한 “8가지 다중지능” 중 저의 지능에 해당하는 자아성찰(自我省察)지능 분야에 종사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 점은 미국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 그 길을 가지 못한 것이 너무나 슬프고 아픈 저의 인생사이며 아쉬운 저의 고백입니다.
그러나 70이 넘은 지금에야 느끼지만 인간의 자유의지(自由意志)로 인생을 산다고 해도 그 자유의지조차도 신의 섭리(攝理) 안에 가두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서 인간의 삶 전체가 절대자의 섭리 안에서 결정된다고 하는 것에 요즘은 더 확신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자기 재능을 십분 발휘하여 세상에서 커다란 명성을 떨치거나 엄청난 명예를 얻었다 한들 광대무변(廣大無邊)한 우주(宇宙) 전체에서 볼 때는 너무나 소소하고 하찮은 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인간에게도 이 우주를 관장하는 하늘 아버지께서 보실 때는 세상 끝난 후 하늘나라에서 그 보다 비교할 수 없는 더 큰 상급을 주시려고 준비하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사실 저는 하늘 아버지로부터 저에 대한 인정을 몇 차례 인생 속에서 은밀(隱密)하게 받은 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세상 속에서의 환호(歡呼)나 스포트라이트(SPOTLIGHT)보다 그 분으로부터 더 크고 은밀한 인정을 받은 것으로 저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도 저의 이러한 소회(所懷)를 전하면서
혹시 인생살이 속에서 아쉽고 슬프고 괴로운 마음이 들 때에도 이 세계가 아닌 이 우주 다른 쪽에서 신으로부터 오는 신호가 분명히 있다는 것을 확인하시며 위로 받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생도 이제 정점으로 향해 갈 것이고 언젠가 승리의 순간을 맞게 될 것입니다.
우리 인생 최고 승리의 순간은 우리 이웃들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고 그 일에 대한 하나님의 최종적인 인정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요한복음 13장 34~35)
오늘 한해의 끝날 에 여러분에게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인사를 정중히 드리며 새해 병오년에 건강과 신의 축복이 함께 하시길 빕니다.
2025년 12월 31일 수원 建文齊에서 衍光 姜光禹 계상(稽顙)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운선 작성시간 25.12.31 저도 말띠인데 내년이 73세 아닌가요? ㅎㅎ 제가 나이를 잘 모르고 있는건가요?
전도서 1장의 말씀 떠올립니다 헛되고 헛되며 모든 것이 헛되도다
해 아래에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사람에게 무엇이 유익한가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
이제 또 한 해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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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다저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5.12.31 운선님. 저는 52년 용띠입니다. 언제부턴가 가끔 삶의 방을 방문하면 운선님의 글을 보곤 합니다. 병오년 새해에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을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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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운선 작성시간 25.12.31 다저스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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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시골바다 작성시간 25.12.31 고 이건희 회장님이 생존에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10년후가 걱정되신다고 .
다저스님 말씀대로
저의 세대는 많은 복을 누리며 살았으니 큰 미련 없지만
자녀들 세대가 극히 염려됩니다
지구 온난화, 세계 정세,
우리 정치인들이 차돌 처럼 뭉쳐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거 같아요
정치인들 뉴스 보기가 싫어요
그래도 봐야 하는 것이 현실인것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병오년도 건필하십시오~~
수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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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다저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5.12.31 문필가 시골바다님의 격려 글 가슴깊이 새기며 내년 한해에 행복하고 알찬 시간 되시기를 빌겠습니다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