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산속에다 화장실이 없다. 처음 이사 올 땐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어서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가끔 산토끼랑 다람쥐가 내 엉덩이를 훔쳐보긴 하지만, 걔네들은 사람이 아니니까 하나도 안 부끄럽다.
지난번 시향이네 집에 갔을 땐 집 안에 화장실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집 안에 있는 것도 이상하고 우리처럼 아예 없는 것도 좀 이상하다.
그런데 어젯밤, 자다가 갑자기 배가 부글부글 아팠다. 참아 보려고 이불을 꽉 쥐었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엄마, 나 밖으로 나가야 해..."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난 엄마는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를 따라나섰다. 마당에 나가니 보름달이 전등을 켜 놓은 것처럼 환했다.
눈 위에 쪼그리고 앉아 볼일을 보는데, 찬바람이 쌩쌩 불어서 엉덩이가 꽁꽁 얼어붙는 것 같았다. 하늘에 뜬 달님이 내 엉덩이를 빤히 쳐다보는 것 같아 빨리 일어나고 싶은데, 배는 계속 아프고 다리는 후들거렸다.
"우리 강아지, 많이 춥지?"
엄마가 걱정하며 말할 때마다 입에서 하얀 입김이 굴뚝 연기처럼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엉덩이는 너무 차가워서 이제 내 엉덩이가 아닌 것 같았지만, 곁에 엄마가 서 있어서 마음은 따뜻했다.
그림은 첫 댓글에...
오늘까지 응원주시면
진짜 책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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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베리꽃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1.01 달님보다 한 소년한테
들킬 뻔 했네요.
산골에서 한 십 년을 들키고 나니 제 엉덩이를 산속 친구들이 안 보고도 그림을 그리겠더라네요.ㅎ -
작성자탁구시인 작성시간 26.01.01 웃음으로 시작해서
마음으로 끝나는 글이네요.
아이의 기억은 이렇게 남는군요. -
답댓글 작성자베리꽃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1.01 이쁘게 격려해 주셔서 고마운 마음이 하늘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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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요 요 작성시간 26.01.02 이제서야 이글을 봅니다
드뎌 책이 출간 되는군요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고생하셨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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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베리꽃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1.02 갈팡지팡 입니다,
어느 날은 낼까, 어느 날은 그만 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