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진 풍파 속에서도 묵묵히 맡은 일 해내느라
남자보다 더 남자같이 억세게 살아온 세월
뼈마디마디마다 굳은살이 처연하게 박인
투박하고 거친 손, 따뜻하게 잡아주고 싶다.
어깨, 팔, 다리...
갈수록 아프다고 잠 못 이루는 당신
짜증 내지 않고 말없이 주물러주고 싶다.
살아온 세월만큼 켜켜이 쌓인 삶의 무게
이제 내려놓고 쉴 수 있도록
당신의 방패막이가 되어주고 싶다.
기억력도 희미해지고, 어지러워
마음의 중심, 몸의 중심 못 잡아
자꾸만 휘청거리는 당신이
마음 놓고 기댈 수 있도록
당신의 지팡이가 되어주고 싶다.
적막함과 쓸쓸함으로 가득 찬
어머니 집 물건을 정리하며 많은 회한에 잠겼었다.
이제 걸음걸이도 예전 같지 않다.
화장실 가는 것도 버거워하신다.
그렇게도 당당하시던 어머니께서
당신의 조그만 실수에도 기가 죽어
"미안해" 를 연발할 땐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해진다.
당신의 몸이 그렇게 힘들면서도
자나 깨나 내 걱정만 하신다.
어머니 눈에는 액자 속 사진처럼 멈춰있는
언제나 어머니의 어린 아기처럼
늘 안타깝고 마냥 보호해주고 싶은 딸이겠지만
저는 중년의 여인이랍니다.
저는 약하지 않아요.
아프지도 않을 거고 끝까지 잘 살아낼 거예요.
걱정하지 말아요.
요즘 어머니께서는 시간 개념도 왔다 갔다 하시고
기억력도 떨어지셔서
자꾸만 엉뚱한 소리를 하신다.
방금 한 얘기도 기억을 못 하시고
딴소리를 하실 때는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참, 활발하게 돌아다니시고
고령의 나이에도 일을 하셨으며
음식 관리도 잘하셔서
이런 날이 올 거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건강이 많이 좋지 않으시다.
짧은 시간에 너무도 충격적인 일들을
연달아 겪으셔서 그런 것일 지도 모른다.
세월과 함께 뼈아픈 상처는 잔인하게도
내 어머니의 행복을 무참하게 빼앗아버렸다.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 봐
그저 하루하루 저 하늘이 부르는 '그날' 만을
기다리신다는 어머니의 멍한 눈 빛이
내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아프지 않고, 마지막까지 총명한 정신으로
침대에서 자식들과 웃으시면서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신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별 인사' 가 될 것이다.
오래전 영화에서
자식들, 손주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웃으며 작별 인사를 하는
어느 노인의 임종 장면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
나의 어머니께서도 언젠가 작별을 해야 할 때
그렇게 웃으시면서
자식들, 손주들과 인사를 나누며
하늘나라로 가셨으면 좋겠다.
죽음이 이승에서의 이별이 아니라
하늘나라의 축제로 초대되는
하나님을 만나러 가는 기쁜 여행이라 여긴다면
살만큼 사시고 떠나는 이별은
축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하늘나라로 이사 갈 때는 짐이 필요 없다.
이승에서의 모든 짐들은 다 버리고
새털처럼 가볍고 바람처럼 자유롭고
꽃처럼 아름다운 그 마음 하나면
모두가 반겨주고 하나가 되는 곳이다.
다른 자식들도 있는데
어머니는 나랑 있는 것을 제일 좋아하신다.
내가 많이 웃겨드리기 때문이다.
목욕시켜 드리고, 머리도 예쁘게 빗겨 드리고
손톱 발톱 깎아드리고 안마해 드리고
좋은 음악을 틀어드리면
어느새 코를 골고 곯아떨어지신다.
자는 모습이 아기 곰돌이 같다.
수시로 안아주고, 같이 춤추고, 노래했더니
무진장 피곤하다.
생라이브로 부른 노래만 열곡이 넘는다.
춤도 개다리춤에 품바춤에
허슬에 응원춤에 막춤에
지루하지 않게 다양하게 웃겨드렸더니
공연비 이만 원을 주신다.
일부러 장난하려고
어머! 엄마! 이만 원이 뭐예요? 너무 적어요.
돈도 많으시면서 어디다 쓰시려고 그래요?
화끈하게 팍팍 써요. 돈 더 줘요, 했더니
돈은 니가 더 많잖아! 하시면서
이만 원을 도로 내놓으시란다.
와우! 울 엄마 억지 쓰는 거 여전하시네.
했더니 깔깔깔 웃으신다.
설령 어머니께서 오늘 춤추고 노래한 나를
이렇게 웃고 춤추며 함께 한 시간들을
내일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노여워하거나 슬퍼하지 말자.
그저 오늘 하루
어머니를 웃게 해 드린 것만으로 만족하자.
몸도 마음도 정신도 아픈 분이시다.
그저 다 품어주고 이해해 주자.
아버지 돌아가시고 수많은 세월을 혼자 외롭게
사신 분이시다.
근육도 살도 다 빠지고 앙상한 뼈만 남은
팔다리가 애처롭다.
엄마,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옥상도 텃밭도 창고도 내가 다 치우고 정리할 테니
이제는 엄마 건강만 신경 쓰고 챙기세요.
엄마가 해왔던 일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이제는 그냥 다 내려놓으세요.
모든 걸 나한테 맡기고 마음 편하게...
아버지 없이 홀로 살아온 많은 세월...
마지막 가는 길은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내가 곁에 있어줄게요. 우리 조금만 힘내요.
사랑도 삶도 유한하기에
사랑할 수 있을 때...살아 숨 쉬고 있을 때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함께 하고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대화하고
좋은 추억을 많이 남기자.
떠난 뒤엔 추억으로 남은 시간을 버텨야 하니까...
추억을 수의처럼 입고 하늘나라로 이사 가더라도
부디 가족으로 살았던 함께 했던 시간만큼은
잊지 않으시길.....
나의 어머니하고도 언젠가는 잡은 손을 놓고
작별을 해야 할 때가 올 것이다.
그때 울지 않고
"엄마 안녕...하늘나라에서 아버지도 만나고
엄마가 좋아하는 사람들 만나서
사무친 그리움, 다 푸세요.
사랑해요" 라고 웃으며
엄마의 손을 놓아드린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별 인사가 될 것이다.
가슴은 찢어져도 웃으며 엄마를 보내드리고 싶다.
그래야 엄마가 마음 편하게 하늘나라로
여행을 갈 수 있을 테니까...
비록 육신은 돌아올 수 없는 여행일지라도
영혼은 자유로워져 별이 되고, 꽃이 되고, 바람이 되어
지상에서 재회할 수 있기에 웃으며 보내드리고 싶다.
엄마 마음 아프지 않게 잠을 자듯
그렇게 평온하게 보내드리고 싶다.
'안녕' 이란 말이
이렇게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말인지 몰랐다.
언젠가 보았던 너무나도 가슴이 아리고 슬픈 장면...
죽은 아들의 손을 놓지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생각난다.
그 아버지의 마음은
안녕이란 말을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자식을 먼저 보내는 부모의 남은 여생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죽음보다도 못한 가혹한 삶이기 때문이다.
자식의 죽음을 인정해야 하는 부모의 남은 삶은
너무도 고통스럽고 눈물뿐인 삶이다.
마지막이 아닌
일상에서 하는 안녕이란 말은 기쁘지만
죽은 자 앞에 인사하는 안녕은 너무나 슬프다.
사랑하는 가족의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남은 가족의 슬픔은
어떠한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너무나 가슴이 아픈 일이다.
저 손을 놓으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머나먼 곳으로 여행을 보내드리는 것이기에
잡은 손을 놓지 못할 것 같다.
모든 날들이 추억이고 온통 그리움으로 남을
하루라는 시간 앞에
나는 살아있음에 뜨거운 감사의 눈물을 흘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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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어머니께서는 큰 수술도 하시고
많이 아프셨지만 그 고비를 무사히 넘기시고
가족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고령의 나이에도 잘 버텨주셨고
오빠가 마련해 준 새로운 곳에서
가족들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잘 지내시고
불편한 몸이지만 외식도 하시고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함께 차도 마셨으니
어머니로서는 실로 오랜만의 꿈같은 외출인 셈이다.
그야말로 화려한 외출이다.
조금만 더 건강해지시면
바다도 같이 여행할 수 있을 것이다.
살아생전에 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난다.
"남자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여자를 지켜줘야 하고
여자는 남자를 편안하게 해줘야 한다" 는 말씀
물론 도저히 지켜줄 수 없고
편안하게 해 줄 수 없는 예외적인 상황도 있을 것이다.
오빠는 어머니를 끝까지 지켜주고 끌어안아 주었다.
아낌없이 다해주었다. 세상 그 어떤 아들도
그렇게 해주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어머니는 어린 아기처럼
가장 약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다.
누군가를 끝까지 지켜준다는 것...
누군가를 끝까지 편안하게 해 준다는 것...
이것이 얼마나 힘든 일임을 알고 있다.
말처럼 글처럼 생각처럼 행동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노력해 보리라...
남자는 여자를 지켜줘야 한다는
아버지의 유언 같은 이 말씀을 지켜내느라
오빠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
홀할머니, 홀어머니, 여동생들을 위해 끝까지
책임을 다하였다.
그런 오빠에게 감사하며
신의 축복이 함께 하길 기도한다.
# 쉼 없이 흔들려도 서로 기대며 사는 것...
이것이 인생이리라...
나 또한 그리 살리라....
흔들리고 힘들더라도
희망의 새날을 기다리며
끝까지 웃고 웃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늘 웃으며
타인에게 웃음을 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나도 웃고 너도 웃는
웃음꽃이 사계절 내내 피어나는 그런 세상을
나는 늘 꿈꾼다.
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삶의지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3.22 소중한 삶이기에
하루하루
후회하지 않도록
알차게 채워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
작성자운선 작성시간 26.03.22 보기 좋은 광경입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모정과 효자 효녀님 글입니다
어머님 평안히 거하셨으면 합니다 자주 찾아 뵙는 자식들과 좋은 시간
오래 누리시길요 -
답댓글 작성자삶의지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3.22 최근에 너무도
힘든 일을 겪으신
어머니셨기에
남은 시간은
평안히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
작성자해맑음 7 작성시간 26.03.23 늘 진한 감동을 받습니다.
믿음직스런 오빠가 계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게다가 모든 분들이 어머니를 극진하게 모시니 그래도 행복하신 어머님이 아닐까 싶습니다.
말처럼 글처럼 되는 우리의 삶은 아니지만, 끝까지 어머니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은 정말 보기 좋고 허뭇합니다.
아무튼, 끝까지 파이팅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삶의지혜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3.23 해맑음 님, 반갑습니다
자식이 부모를
잘 만나야 하듯이
부모도 자식을 잘 만나야
노년이 평온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버지께서 살아생전에
가정의 화목을 중요시하셨고
싸우고 큰소리 내는 걸
엄격하게 통제하셨기에
나이 들어서도
그 가르침이 밑바탕이 되어
서로 도와가며
평화를 유지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아버지께서 저희에게 남겨주신
가장 위대한
정신적 유산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