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바 사내) 를 읽으며 춤이라는 행위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깊은 사유를 마주할 수 있었다.
북 소리 하나에 흙바닥 위를 겅중겅중 뛰던 품바 사내.
남루한 옷에 뭉툭한 맨발, 장딴지 힘줄이 칼날처럼 펄떡이던 그 격렬한 춤사위 앞에서
글쓴이는 더위도 먼지도 잊은 채 오래 서 있었다고 했다.
“근심의 의복일랑 할랑할랑 벗어 던지고 창공을 향해 거침없이 날아가는 듯한 해방감.”
춤이라는 행위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 참 명쾌하다. 아니 명징하다.
격렬한 춤사위는 자신을 통째로 던지는 순간이다.
그 절절함이 보는 이의 전신에 소름을 돋게 했고
그 몸짓에서 글쓴이는 자신이 살아오며 눌러두었던 감정, 벗어던지지 못했던 근심, 날아오르고 싶었으나 날아오르지 못했던 욕망을 그 춤 속에서 발견한다.
이 (품바 사내)를 읽으며 나는 신경림의 (농무)를 떠올렸다.
(농무)에서도 춤은 단순한 흥이 아니다.
징이 울리고 막이 내린 텅 빈 운동장, 분이 얼룩진 얼굴로 소줏집에 몰려 앉은 농부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는 농촌의 응축된 막막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나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는 순간은 그 무엇인가가 뒤집힌다.
한 다리를 들고 어깨를 흔드는 그 장단 속에서 울분은 신명이 된다.
농촌의 고단함과 삶의 막막함이 마지막 장단에서 신명으로 전환되는 순간,
그러한 춤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살아가며 말로는 도저히 건너갈 수 없는 순간들을 겪는다.
가슴이 터지고 머리가 터질 때, 손바닥으로 가슴만 쳐대며 삭여야 했던 시간들.
그때 춤은 우리의 몸에 응축되어 숨이 막힐 것 같은 그 상태를 벗어나게 해준다.
장단에 맞추어 몸을 내던지면 그때는 백지처럼 비워지는 그런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덩실 덩실 더덩실
쿵덕 쿵덕 쿵더덕
손과 발을 그냥 허공에 내지르고
깊은 곳에서 터져나오는 고함을 숨김없이 내질러도 좋을 것이다.
품바 사내의 춤이 그렇고, 농무의 춤이 그렇다.
춤은 가장 인간적인 내면의 표출이다.
몸 전체를 도구 삼아 한과 울분을 신명으로 뒤집고, 눌려 있던 그 무엇을 창공을 향해 날아오르게 하는 것.
그것은 감추어 두었던 본래의 모습이다
(품바 사내)를 읽으며 오래전 (농무)를 읽었을 때의 감흥을 반갑게도 아주 오랜만에 마주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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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둘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5.27 아주 괜찮은 글을 읽고는 제 느낌을 보탠다고 했는데
운선님께 죄송했어요, ^^ 고맙습니다. -
작성자둥근해 작성시간 26.05.27 둘째님 글에 가슴뭉클 찡하네요
필력이 대단하십니다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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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둘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5.27 어머나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둥근해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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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적토마 작성시간 26.05.28 궁뎅이 들고 누렇게 싼 똥이 하늘로 날아간다.
얼쑤~ 얼쑤~ 덩더쿵 덩더쿵~
학창시절 취미활동으로 연극부를 하며 뭔
공연연습을 할때, 병신춤을 추며 유명세를
타던 공옥진여사가 흥부를 흉내내는거라며
공연중에 위의 말들을 내뱉자 키득키득 웃으며
새로운 맛을 느끼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한편으로는 그분의 과거이력을 연상하며
가슴이 아리아리하며 콧끝이 시큰했고...
둘째님의 글을 읽으며 그때의 추억이
새삼스럽게 떠올려집니다. -
답댓글 작성자둘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5.28 아~ 연극.
연극이나 음악 미술에 관심갖는 분들은 대체로 열정적이고 따뜻한 분들이더군요,
기억납니다, 맞아요. 어깨춤 추던 그분, 자세히는 잘 알진 못했어요,
다행이예요 제 글이 추억을 소횐해드렸네요 ㅎ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