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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 공보다 오래 남은 말 한마디

작성자탁구시인|작성시간26.06.08|조회수160 목록 댓글 12

오늘, 내게 남긴 건 단순했다 @탁구시인 著 - BOOKK 서점

 

 

◐ 공보다 오래 남은 말 한마디

일요일,
오랜만에 카페 모임 탁구에 다녀왔다.

한동안 글과 책 작업에 마음이 가 있어
탁구장 발걸음이 조금 뜸했다.

라켓을 잡는 손도 낯설고,
공을 보는 눈도 예전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상하게
탁구장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몸보다 마음이 먼저 알았다.

“아, 여기는 여전히 사람이 있는 곳이구나.”

탁구장은 참 묘한 곳이다.

공을 치러 가지만,
막상 다녀오면 공보다 사람이 더 오래 남는다.

누가 잘 쳤는지,
누가 이겼는지보다

누가 어떤 얼굴로 웃었는지,
누가 먼저 손을 내밀었는지,
누가 농담 한마디로 분위기를 풀었는지가
더 오래 기억된다.

그날도 그랬다.

오랜만에 만난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공도 몇 번 주고받았다.

몸은 예전처럼 빠르지 않았지만
마음은 이상하게 편했다.

공이 조금 늦게 맞아도 괜찮았고,
실수해도 예전만큼 민망하지 않았다.

탁구를 오래 치다 보니
이제는 공을 잘 치는 일보다
그 자리에 함께 서 있는 일이
더 고맙게 느껴진다.

그런데 모임 중에
적토마 님이 내게 조용히 말을 건네주셨다.

“글 잘 보고 있습니다.”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나는 감사하다고 했다.

말은 짧았지만
마음속에서는 작은 공 하나가
오래 굴러갔다.

내가 혼자 썼다고 생각한 글이
누군가에게 가 닿아 있었구나.

내가 탁구장에서 보고 느낀 사람 이야기들이
누군가의 마음에도 조금은 닿고 있었구나.

글을 쓴다는 것은 참 이상하다.

쓸 때는 혼자다.

책상 앞에 앉아 문장을 고르고,
지우고,
다시 쓴다.

그런데 그 글이 어느 날
사람의 말이 되어 돌아온다.

그 짧은 한마디는
내게 긴 격려가 되었다.

생각해 보니 탁구공도 그렇다.

내가 친 공은 내 손을 떠나
상대에게 간다.

상대가 받아 주면
다시 돌아온다.

글도 어쩌면 그런 것인지 모른다.

마음으로 보낸 문장이
누군가에게 닿고,

어느 날 따뜻한 말 한마디가 되어
다시 돌아온다.

그날 나는 공을 많이 친 것보다
그 말을 더 오래 기억하게 되었다.

물론 탁구장에는 여전히
웃음도 있고,
실수도 있고,
아쉬운 공도 있었다.

누군가는 공을 놓치고 웃었고,
누군가는 한 점에 아쉬워했고,
누군가는 조용히 공을 주워 왔다.

그 모든 장면은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내 마음은 조금 달랐다.

예전에는 탁구장에 가면
공부터 보였다.

오늘 내가 얼마나 칠 수 있는지,
상대가 얼마나 강한지,
내 몸이 얼마나 따라주는지가 먼저였다.

이제는 사람이 먼저 보인다.

함께 웃는 얼굴,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
짧은 말 한마디가 남긴 온기.

그런 것들이
공보다 먼저 마음에 들어온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보다.

공을 이기는 재미보다
사람을 만나는 재미가 더 깊어지고,

한 게임의 승패보다
그날의 분위기가 더 소중해진다.

예전에는 잘 친 공이 오래 남았는데,
이제는 좋은 사람이 오래 남는다.

일요일 탁구모임은 그래서 반가웠다.

라켓을 잡은 손보다
인사를 나눈 마음이 먼저 따뜻했다.

공 하나가 테이블을 오가는 사이,
사람 사이에도 작은 정이 오갔다.

적토마 님의 한마디도
그중 하나였다.

고맙다는 말밖에 못 했지만,
사실은 그 말이
내게 다시 글을 쓰게 하는 힘이 되었다.

탁구장은 운동하는 곳이다.

그러나 가끔은
마음이 서로 확인되는 곳이기도 하다.

공 하나가 오가고,
웃음 하나가 오가고,
말 한마디가 오가며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오랜만에 탁구장에 다녀와서 알았다.

공은 테이블 위에서 오갔지만,
정작 오래 남은 것은
사람 사이에 오간 마음이었다.

공을 치러 간 줄 알았는데,

사람의 마음을 다시 받아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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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탁구시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0 운동도 결국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더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퇴직하시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 작성자달항아리 | 작성시간 26.06.09 탁구시인님 책 내신 작가님이시군요 ^^
    탁구공처럼 글쓴이와 독자의 대화가 오가고,
    이 인터넷 공간에서도 게시글과 댓글로 교감이 이뤄지네요.
    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건필하세요! ^^
  • 답댓글 작성자탁구시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0 글도 탁구공처럼
    오가야 의미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늘 따뜻하게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작성자운선 | 작성시간 26.06.09 그렇지요 마음도 핑퐁게임처럼 오가고 받고 넘기고 하지요
    하지만 잠시 딴눈을 판다거나 딴 생각을 하면 대화는 헛돌고
    공은 라켓에서 벗어나지요 항상 서로의 눈에서 벗어 나지 말고
    같이 있는 시간만은 성의 있는 집중이 필요하겠지요
    시인님 통통 튀는 공같이 글도 마음에 튀어 들어 오는 듯 합니다. ㅎㅎ
  • 답댓글 작성자탁구시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0 정말 그렇습니다.

    공도 대화도 집중을 잃으면 빗나가고,
    마음을 담으면 다시 이어지지요.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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