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삶의 이야기

"후루룩 쩝쩝 라면 한 그릇"

작성자에비|작성시간26.06.15|조회수293 목록 댓글 14

우리 동네엔 글쓰기 모임이 있습니다, 
회원자격은 아무런 제약이 없으며 그냥 동네 주민이면 됩니다. 
아주머니들이 주로 활동을 많이 하는 편이며 
그중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몇 분 계십니다. 
이 모임에 글을 올리면 심사위원 몇 분께서 분기별로 심사하고 평을 하지요. 

저도 이 모임에 참여를 하는데 글을 자주 올리지는 못해요.
그런데 지난주에 기쁜 일이 있어서 이 모임에 글 한편을 올렸습니다. 

제 글의 제목은 
"후루룩 쩝쩝 라면 한 그릇"이었어요, 

그런데 
심사위원 A가 이렇게 평을 했습니다. 
"쩝쩝이요? 이 제목이 격에 맞나요?" 

심사위원 B가 거들었어요. 
"저도 오랫동안 글을 써왔는데, 제목이 영~ 아닙니다." 

심사위원 C가 쐐기를 박았어요. 
"글을 격조 있게 쓰야지 후루룩 쩝쩝, 아고 이게 뭡니까." 

 

사실 저는 대략 이런 내용으로 글을 썼습니다. 

늦은 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이다. 
남편의 오랜 항암 치료가 끝난 날이다. 
항암치료가 잘 되었다는 담당의사의 말,  
남편과 나는 고맙다는 인사가 정말 마음속에서부터 우러나왔다. 
주치의뿐만 아니라 함께 애써 주신 병원의 여러분들에게도 절로 고개 숙여 수고에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 
얼마나 홀가분하고 기쁜 마음이었던지.

편의점에 들러 라면 두 개를 샀다. 
남편이 오랜만에 라면이 먹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후루룩 후루룩...  

헛 구역질도 없이 맛있게 소리를 내며 라면을 먹는 남편을 보면서 나는 그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후루룩 쩝쩝거리며 무엇을 먹어본지가 얼마만인가.  
이것은 살아있다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생명의 소리가 아닌가.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제목에서 멈췄으니까 
아무도 읽지 않았고 글 내용은 전려 고려사항도 아니었을것이다..

제목은 중요하다.

그러나 글은 제목으로 읽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읽는 것이다. 
제목이 "후루룩 쩝쩝 라면 한 그릇" 이든 "빵꾸 난 팬티" 이든 그 안에 사람이 있으면 그게 글이다.

격조는 문장에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을 보는 눈에 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에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6 지나치게 겉만 챙긴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일까요.
  • 작성자파란여우 | 작성시간 26.06.16 아니 심사위원들이
    색안경을 끼고 제목만
    보고 원문을 읽지 않다니
    말도 안되요.
    내용이 진솔하고 좋은데
    아쉽네요.^^
  • 답댓글 작성자에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8 기대에 못미치는 내용이라 그렇게 평했지 싶어요 ㅠ
  • 작성자박순진 | 작성시간 26.06.17 동네 글쓰기 모임의 심사위원
    들인데 있어 보이고 고급진 것만
    좋아하는 꼰대들 같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에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8 후루룩 쪕쪕은 품위가 떨어진다고 해요.
    격조를 따지는 분들인가봐요 ^^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