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는 말인지 모르지만
스님이 되기위해 절(寺)에 가면 처음 몇 년 동안은 불목하니 노릇을 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불목하니 노릇이 끝나면 다음 단계로 올라 가지 않을까?
이 사람 산중에서 절(寺)에서 하는 그 일과는 다를지 모르지만 불목하니 노릇 지금 5년차다.
앞으로 10년이 되어도 다음 단계로 올라 갈 가망은 전혀 없으니 이 일을 어이할꼬?
그래도
내가 하는 불목하니의 경지는 조금씩 깊어지는 것 같아 조금은 위안이 된다.
처음 불목하니를 시작할 무렵엔
불 붙이는 일이 서툴러 고생도 많이 했었다.
검은 연기 수없이 들이마시며 눈물도 많이 흘렸었다.
그 뿐 아니라
불 때는 시간이 길어 땔 나무는 땔 나무대로 많이 드느데 방이 따뜻하지 않아 짜증도 많이 났었다.
이젠 불 때는 일엔 거의 도사(?)의 경지에 왔다고 자부한다.
헌 신문지 몇 장이면 불을 붙일 수 있다.
장작을 많이 허비하지 않아도 구둘을 따끈하게 뎊일 수 있다.
불 때는 시간도 예전에 비해 반 절 정도만 들이면 된다.
그 중에서도 내 스스로도 신기할 만큼 잘 하는 일이 있어 어느 땐 우쭐 대기도 한다.
어느 집이든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만 보면 알 수 있는 게 있으니 얼마나 신가한 일인가?
생나무 장작을 때는지 마른 장작을 때는지는 초보자도 알 수 있지만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면
부엌에 가 보지 않아도 소나무 장작을 때는지, 참나무 장작을 때는지, 잡목을 때는지 연기만 보면 알 수 있다.
그 뿐 아니다.
연기만 보면 화목 보일러로 난방을 하는지 직접 부엌에 불을 지펴 난방하는지도 일 수 있으니
도사 불목하니라 이름 붙여도 될 만하지 않겠는가?
오늘은
가을 비가 추적 추적 내린다.
이렇게 좋은 날 비가 내리면 산중 사람은 더 외로워진다.
'외로움'도 삶의 활력이라고 어느 유명한 시인이 이야기 하지 않았던가?
오늘처럼 외로운 날
불목하니 이야기나 주절거리며 외로움 달래는 것도 내 삶의 활력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불목하니 이 사람
오늘은 비도 내리니 다른 날보다 조금 일찍 구둘에 불이나 지펴야 할까보다.
불목 따끈해 지면 온돌에 배 깔고
요즘 읽다가 덮어 둔 법정 스님의 '홀로 사는 즐거움'이나 마져 읽어야 겠다.
<우리 산방 윗 집에 일 주일에 한 두번 와서 쉬고 가는 사돈(내 큰 며느리의 친정부모)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나보다. 아직 불 땔 사간이 아닌데 벌써부터 연기가 나오는 걸 보니 말이다. 연기를 보니 참나무 장작을 지피는데 불이 잘 들이지 않아 아마도 부채나 풀무로 붙여대며 억지로 장작을 태우는 연기로 보인다. 우리 사돈이 내 경지에 이르려면 2-3년은 더 불목하니 노릇 해야 할 것 같아 걱정이 되기도 한다. ㅎㅎㅎㅎ>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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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엉겅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1.09.30 남들이 보기엔 듣기엔
정겹게 느껴질 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외로운 날들이 많이 있답니다.
좋은 가을 되시기 바랍니다. -
작성자희아 작성시간 11.09.30 연기만 보고도 무슨 나무인지 아신다는 엉겅퀴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연기는 다 똑같을거라 생각했는데...ㅋ
쌀쌀해지는 날...
군불지핀 아랫목에 등붙이고 누워봤으면 좋겠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엉겅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1.09.30 불 때는 일 조금만 해 보면
연기 쯤이야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지요.
감사합니다. -
작성자여인의향기 작성시간 11.10.01 제가 공주 친정집에 다녀오느라 이제야 들어왔네요
연기만보고도 땔감을 아신다니 엉 도사님이십니다..ㅎㅎ
저는 청솔가지 연기가 펑펑솟구쳐 오르는것은 알지요
친구님 아궁이 앞에서 옹크리고 앉아 머리에는 많은 생각을 하시면서 불을 때는 모습을 상상하니 왜? 그리도 웃음이 나는지요
친정집도 금년에 새집을 지었는데 뒤곁 한켠에 커다란 가마솥 걸어놓고 장작불로 보신탕 만들어서 집들이 손님 대접 했답니다 -
답댓글 작성자엉겅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1.10.02 아궁이 앞에 앉아 궁상떠는 모습
내가 스스로 생각해도 항상 궁상맞답니다.
너무 청승스럽기도 하구요.
그래도 내가 선택해서 하는 일이니 어쩌겠습니까?
좋은 계절에
건강하시고 항상 좋은 날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