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그 안동
하얀 안개가 낙동강 허리를 감싸고
세월 묵은 기와지붕 위로
달빛이 고요히 흐르는 밤,
달빛이 밤의 처마를 낮게 누르면
월영교는 물 위로 길고 긴 그리움을 놓는다.
강물조차 숨을 죽이며 야위어 가는 밤
어쩌자고 저 달빛은
다리 난간마다 이토록 시리게 고이는가.
강물은 서둘러 흘러가지 않고
돌담 모퉁이에 잠시 머물다 간다.
부용대 절벽 아래 맴도는 바람 한 줄기
하회마을 길섶에 피어난 들꽃 하나도,
천년의 먹빛 향기를 품고 있어
만송정 숲길을 홀로 걷노라면,
내 안의 서툰 서정들이
비로소 한 편의 시가 된다
아, 그리운 이 여
세상이 너무 빨라 멀미가 날 때면
시간이 느리게 얹히는 이 고을로 오라.
오래된 나무의 나이테처럼 깊고,
강물에 씻긴 조약돌처럼 단단한
평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
2026유월푸르른안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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