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플레이
김 난 석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다. 사색이란 어떤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져보는 것이다. 어떤 것이란 삶에 있어서의 무엇이든 해당할 텐데, 엊그제 어느 회원이 그동안 살아오면서 페어플레이를 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 했다. 사색을 그런 쪽에서 해보자는 뜻일 것 같다. 페어플레이란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내자는 건데, 삶을 경쟁으로 보는 걸까? 하긴 생존경쟁이란 말을 많이 하는 것으로 보아 그것도 일리 있는 말이다.
흔히 현대는 무한경쟁시대라 하고, 경쟁에서 밀리면 낙오 인생이 되고 만다고도 한다. 이것도 일리 있는 말이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그걸 특정한 사람이 독점하면 다른 사람에겐 기회가 돌아가지 않게 되니 말이다. 그렇다면 그 살벌한 경쟁 자체를 없애면 어찌 될까? 언뜻 보면 달콤한 것 같지만 능률이 오르지 않고, 그 결과는 모두가 낙오 인생이 되기 쉽다. 역사에서 보는 사회주의가 그래왔다.
경쟁은 만능인가? 그렇진 않다. 각종 부작용이 쌓여가고 있는 게 현대의 모습이다. 능력의 차이에서 오는 부작용, 속임수에서 오는 부작용. 부작용은 다양하고도 많은데 그걸 컨트롤해나가는 게 현대사회의 큰 과제다. 그래서 어느 회원도 페어플레이를 해왔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을 것이다.
나는 학창시절에 비교적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었다. 그 결과 다른 학생들이 그만큼 뒤로 밀리고, 상급학교 진학에서도 상대적 불이익을 보게 되었다. 이점 생각해보면 미안하기도 한데, 중학시절엔 나를 따라잡으려고 그랬던지 커닝을 하다 발각되어 퇴학처분을 당하기도 했다. 이 국면에서 나는 페어플레이를 한 것일까? 그랬다는 대답이지만 미안한 마음은 남는다.
1960년대를 벗어나면서 우리나라는 전통사회에서 개발연대로 들어섰다. 전통적 가치가 점차 사라지고 물질적 가치가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삶에서의 특징 중 하나는 임금에 의존해 평온하게 살아가던 패턴에서 벗어나 너도나도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렸다. 부동산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쉽게 중산층에 들고 임금에만 의존하던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그 밑으로 가라앉았다. 빈부격차가 여기서 크게 벌어졌던 것이다. 이 국면에서의 페어플레이는 무엇일까? 부동산 거래제도의 공정성일까? 그러나 각 단계마다 국회에서 나름대로의 공정 룰을 만들어 나갔고, 자유경제체제 하에서 그 거래를 과도하게 규제하는 건 헌법상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모든 국민에게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지 말라고 하면 될까? 이기적 유전자를 가진 인간에게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잠실단지가 주거지역으로 개발되기 시작할 때 나는 딱지 10 장을 샀다. 그걸로 잠실단지 신축아파트 10채를 분양받을 수 있었다. 당시 중랑천 뚝방에 늘어선 루핑가옥을 철거해내고 그대신 그 루핑가옥 소유자에게 잠실단지 신축아파트를 분양해주기로 했는데, 나는 루핑가옥 철거확인증을 5만원씩 주고 사들였던 거다. 뒤에 알고 보니 그 루핑가옥 소유권자는 따로 있고,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이었는데 나는 정정당당하게 소유권자로부터 철거확인증을 샀고, 그걸 근거로 아파트 분양을 기다리며 꿈에 부풀어있었다.
아파트 신축이 현실적으로 시작되자 루핑가옥 소유자가 아닌 거주자가 찾아와 진정한 딱지 소유권은 자기에게 있다는 거다. 그러니까 찾아온 사람이 소유권자에게 보증금을 주고 살아왔는데 그 루핑가옥이 헐렸으니 이제 자기는 어디로 가느냐는 호소였다.
그 사람을 따라 현재 거주한다는 곳을 찾아가보았다. 봉천동 산마루인데, 땅굴을 파고 그 안에 들어가 살고 있었다. 출입문엔 가마니를 매달았는데 사람이 거주하는 형색이 아니었다. 아파트가 준공되어 입주할 때엔 내 협조가 필요할 테니 그때 5만원을 만들어서 찾아오라면서 물러났는데, 이건 페어플레이였을까? 아쉬움이야 있었지만 욕심을 놓으니 마음은 후련했던 기억이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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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석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2.11.08 나도 흠이 많은 사람이지만
물질적 풍요를 꾀하느냐 아니면
마음의 평안을 꾀하느냐의
두갈래 길에세 늘 갈등하는게
삶이라고 봐요. -
작성자마음자리 작성시간 22.11.08 분별해서 비교하는 것이 모든 욕심의 근원인 것 같고, 욕심을 채우려니 경쟁할 수밖에 다른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욕심을 내려놓는다는 것이 말만 쉽지 제법 수양이 된 사람들도 어려운 일이니 무분별지에 이르는 길은 참 멀고도 험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석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2.11.08 맞아요.
그 길이 그리 쉽지 않지요.
그래서 현안은 감추고 엉뚱한 곳에 대고 평안을 빌기도 할겁니다. -
삭제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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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석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2.11.11 그것도 일리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그 많은 로펌들이 성업하지요.
로펌이 뭡니까.
인가 난 독단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