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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수상

언니는 ?

작성자단풍들것네|작성시간25.08.10|조회수306 목록 댓글 26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가족 간의 호칭이 뚜렷하게 정해져 있다.
내가 남자라면 손윗남자는 형, 손윗여자는 누나라 부른다.
내가 여자라면 손윗여자는 언니, 손윗남자는 오빠다.
손아래는 성별에 따라 남동생, 여동생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형제, 자매가 장성해 결혼하면 호칭은 훨씬 복잡해진다.
아주버님, 형님, 도련님, 아가씨, 동서, 올케, 시숙, 시누
형수, 제수, 자형, 매제, 처형, 처제, 형부, 제부
그리고 친족 범위가 넓어지면 당고모, 당숙모, 종질녀, 재종형제 같은 낯선 호칭도 등장한다.
형제, 자매가 많은 집안에서는 이런 호칭이 자연스럽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나 외국인 배우자가 있는 가정에서는 익숙해지기 어렵다. 

영어권의 경우 형제, 자매의 호칭은 
brother와 sister를 기본으로, 나이를 구분할 때는 old나 young을 붙이고, 
결혼으로 생긴 관계는 in-law를 붙이는 매우 단순한 구조다.
(예: brother-in-law, sister-in-law, mother-in-law.)

그런데 우리 호칭 중 ‘언니’라는 말이 최근 본래 의미를 넘어, 특히 온라인에서 폭넓게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카페에서는 상대가 자신보다 조금이라도 나이가 많으면 친밀감의 표현으로 ‘언니’라 부르는 경향이 있다.  
이 ‘언니’라는 호칭은 한국어 특유의 정서를 담고 있는데
나이가 조금 많은 여성에게 애정과 친근함, 약간의 의존과 어리광을 담아 부름으로써, 
부름을 받는 쪽이 경계심을 풀고 포용하게 만들며, 때로는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착각까지 줄 수 있는 묘한 힘이 있는 말이긴 한데, 

한 번도 만나 보지 않은 사람을 대뜸 언니라라고 부를 수 있는지 ~  
개인적으로는 조금 의아한 느낌을 갖는다. 

내가 남성이어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렇게 ‘언니’라 부르고 불리는 관계는 금세 가까워지는 듯하지만, 
그 친밀감이 나이에 기댄 것이어서 오히려 쉽게 틀어질 수 있다. 
반면 친구 관계는 나이와 상관없이 대등하기 때문에 감정의 기복에 덜 휘둘리고, 오해 없이 오래 지속되기 쉽다.
이는 나이를 중시하며, 나이에 따라 관계를 규정하려는 우리 문화의 한 단면이다. 
서양에서는 나이를 기준으로 사람을 부르거나 관계를 맺지 않으므로, 
보다 대등하고 안정된 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온라인 카페에서 단순히 친근감을 표현하려고 ‘언니’ 호칭을 사용하려 한다면 신중할 필요가 있다.
나이에 기대는 관계보다, 나이를 넘어서 서로를 존중하는 대등한 관계가 더 건강하고 오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 오빠의 다양한 용례를 보고 떠오른 생각을 적었으며. 
그리고 두어해 전의 일도 생각난다.

- 어느 게시판에서 여성회원들이 남성회원들을 아주 흔하게 오빠라고 칭하기에 자중하자고 했더니 
  젊은 여성회원들이 매우 싫어했었다. ~ 그냥  오빠가 좋다는데 ~~~  아니 오빠보다 더 친근한 '옵빠아~'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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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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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단풍들것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08.11 콩꽃 명료한 설명 고맙습니다.
  • 작성자미음완보 | 작성시간 25.08.11 의식(衣食)이 족(足)해야 예(禮)를 안다고 하지요.
    일제 강점기를 거쳐 6.25 한국 전쟁까지......
    먹고살기 바쁜 시대를 거치면서 많은 것이 사라졌지만, 호칭 또한 애매해졌지요.
    콩꽃님이 예를 드신 것처럼 잘못된 호칭이 난무하거나
    상대에 대한 호칭이 애매하여 서먹해지는 경우도 많이 있고......
    집이나 학교에서 제대로 된 교육은 거의 없었으며 기껏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드라마에서 엉터리 예절이나 호칭을 귀동냥으로 배우는 것이 다였죠.
    예전에는 그런 잘못된 드라마 내용을 보면서 "저건 아니지...... 해도 너무 하네"라는 생각도 많이 했었습니다.
    누나의 남편을 매형이라 부르는 잘못된 호칭은 일상화가 되었고 설날 어린아이가 세배하면서 일어서지도 않고 바로 절한 자세로 세뱃돈을 요구하는 장면이라든지,
    상갓집에 가서 잘못된 절을 한다던지.......

    시대가 변하면서 예절이나 호칭도 변하거니와 현재 호칭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이 아닙니다만,
    변한 호칭을 옛 선조가 들으면 화들짝 놀랄만한 것들도 있습니다.

    몇 가지의 예를 들어 본다면......
    자신의 아버지나 어머니, 형에게 "님"자를 붙이지 않았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미음완보 | 작성시간 25.08.11 "님"자를 붙이는 것은 나와 피를 나누지 않은 사이에 붙이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아버지에게 "님"자를 붙이는 것은 "의붓 아버지"라 부름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머니나 형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님"자를 붙이더군요.ㅜ.ㅜ



    동생이라는 호칭은 나와 성이 다른 형제에게 부르는 호칭이었습니다.
    남자 형제가 손아래 여자 형제에게, 여자 형제가 손아래 남자 형제에게......
    같은 성끼리는 "아우"라는 표현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러니 같은 성끼리 "동생"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남자를 여자로, 여자를 남자로 바꿔 버리는 말이 되어 버리는 것이죠.
    그런데 요즘은 남녀를 따지지 않고 그냥 다 동생이라 칭합니다.
    삼촌이라는 호칭도 그렇고....(아버지 서자 형제에게 부르던 호칭)
    그 밖에도 많이 있습니다만,.........

    나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에게 언니, 형, 이모.....라는 표현을 사용해도 묵과되는 시대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미음완보 | 작성시간 25.08.11 미음완보 이런 이야기하면 다들 좋은 게 좋은 거지 머리 아픈 이야기 하지 말라고들 합니다.
    저도 이것이 옳고 저것은 그르다고 언쟁을 하고 싶지 않고 그러려니 하며 그냥 묻어 갑니다만, 알고 나면 엉터리로 호칭을 마구 부르는 것이
    좀 꺼림칙해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단풍들것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08.11 미음완보 장문의 설명 고맙습니다.
    자세한 설명에 여러가지를 배웁니다.
    이곳에서는 모두 합의된 닉을 사용한다면 전혀 문제가 없는 부분이긴 하지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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