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가 가르쳐 준 부드러움
얼마 전, 치과 의자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입을 벌린 채 가만히 있으니
내가 살아온 시간이 치아 위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듯했다.
마모된 흔적, 금이 간 자리,
버텼다는 증거들이었다.
요즘은 마른 오징어 하나도 조심스럽다.
이를 꽉 물고 한입에 끊어내던 시절은
이미 몸 밖으로 빠져나간 시간이다.
이제 치아가 먼저 말을 건다.
“잠깐,
네가 씹으려는 건 음식이 아니라
내 남은 시간이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인생에서 가장 비싼 것들은
대개 잃어가면서 알게 된다.
치아도 그렇고,
사람 사이의 거리도 그렇다.
젊었을 때 나는
단단하게 살아야 한다고 믿었다.
부딪히고 깨져도 끝까지 버티는 것이
강함이라고 생각했다.
말도 세게 했고,
마음도 쉽게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알게 되었다.
단단한 것은
쉽게 금이 가고,
부드러운 것이
오래 남는다는 걸.
예전엔 고깃집에서
질긴 힘줄도 씹어 삼켰다.
지금은 입속에서
자연스레 회의가 열린다.
‘이건 잘라 먹자.’
‘천천히 가도 된다.’
치아는 나보다 먼저
삶의 방식을 바꾸고 있었다.
말도 그렇다.
마음도 그렇다.
억지로 밀어내려 할수록
더 깊이 끼어 곤란해진다.
그럴 때 치아는
조용히 알려준다.
“힘주지 말고,
흘려보내도 된다.”
나이가 들며 비로소 깨닫는다.
부드러움은
패배가 아니라
누군가를 다치게 하지 않겠다는
선택이라는 것을.
이를 악물고 버티던 시절이 있었다.
그땐 이겨도
입안이 늘 쓰렸다.
지금은
조금 힘을 빼고
웃음을 얹어 삼키는 쪽이
훨씬 오래 남는다.
단단함이
나를 지켜준 날도 있었지만,
부드러움이
나를 살려준 날이
더 많았다.
치아는 오늘도
말없이 가르친다.
너무 악물지 말고,
살살 씹어라.
인생의 맛은
부드러울 때
더 깊다.
--탁구시인
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탁구시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1.06 치과 의자에서는
철학보다 생존이 먼저지요.^^
그래서 더 진짜 생각만 남는 자리인 것 같습니다.
부드럽게, 화 안 내게—
그 말이 오래 남습니다. -
작성자푸른비3 작성시간 26.01.07 세상 모든 이치가 모두 통하는 것 같습니다.부드러움이 단단한 것을 이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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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탁구시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1.07 그러게요.
힘으로는 못 가는 자리까지
부드러움은 조용히 닿는 것 같습니다. -
작성자태평성대 작성시간 26.01.07 어떻게 하면 000 님을 깰수 있을까?
지하철 노인석에 나홀로 걸터 앉아
라켓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차에
다왔다는 방송은 남의 애를 끊나니
내가 탁구를 치던 시절에 내가 자주 읊던 이 시조를
탁구시인님 에게 바칩니당
충성 우하하하하하이미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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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탁구시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1.07 노인석, 라켓, 시름까지
삼박자가 정확합니다.^^
시조 한 수 덕분에
오늘은 웃음으로 랠리 하나 이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