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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수상

부처님 오신 날은 지나가고

작성자석촌|작성시간26.05.25|조회수109 목록 댓글 6

 

  부처님 오신 날은 지나가고
 
                     
어제는 불기 2570년, 부처님 오신날이었다.
날은 청명하고
여기저기 연등도 걸려 있었다.
9년 전의 부처님 오신 날 기억을 꺼내본다.
 
 
어제는 불기 2561년 부처님 오신 날이었다.
며칠 전 밤길에서 우연히 연등행렬과 마주쳤는데
이번엔 도심에서 가까운 절을 찾아보리라 맘먹고 있던 차
삼각산 금선사를 찾아보기로 했다.
도심에서 가까운 절이라면 조계사를 들 수 있다.
허나 대통령 선거 엿새를 앞둔 터라
정치인들이 모두 모여들리라는 예감에
조금 떨어진 곳을 택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오래된 사찰들이 그러하듯
금선사도 정확한 내력은 알 수 없다.
무학대사가 창건한 걸 조선조 정조 때
중창했다는 정도다.
원래 금선사 아래쪽에 목정굴(木精窟)만 있었는데
이곳에서 정진하던 농산대사의 기도와
세자(순조) 탄생의 인연으로
정조가 중창을 명했다는 것이다.
(조계종의 설명)
 
그 인연이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금선사와 목정굴이 기도도량으로
오랜 전통을 이어온 곳이란 상상은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굴 안에는 수월관음을 모셨다 하는데...
수리 중이라 했다.
그래도 궁금해 접근해 보려니
무무문(無無門)을 지나야 했다.
지난 송광사 순례에서도 무무문을 만나
궁금증을 안고 지내왔는데
무무문이라면 무슨 뜻일까?
없고 없는(無無) 문이란 뜻일까?
아니면 없는 문(無門)은 없다는 뜻일까?
문이 없으니 그냥 들어가라는 뜻일까?
들어가 봐야 아무것도 없다는 뜻일까?
아니면 맑고 깨끗해
때 없는 청정무구로 들어가는 곳이란 뜻일까?
그도 아니면 망념(妄念)을 없앤
깨끗한 마음 상태로 드는 곳이란 뜻일까?
생각이 미치지 못한 나그네는
문을 넘어 조금씩 다가가 보기로 했다.
 
맑고 깨끗하면 청정(淸淨)하다 한다.
마음을 닦고 닦고 닦거나
버리고 버리고 버리면 청정하다 한다.
얼마나 닦고 버리면 마음이 청정해질까?
 
하나를 열로 나누어 그중 아홉을 버리면 분(分)이 된다.
분(分)을 다시 열로 나누어 
그중 아홉을 버리면 이(厘)가 된다.
 
이렇게 순차적으로 나누고 버리면
모, 사(沙), 홀, 미, 섬, 사(絲), 진, 애, 묘, 막으로
점점 작아진다.
 
막을 열로 나누어 그 중 아홉을 버리면 모호가 되고
모호를 열로 나누어 그 중 아홉을 버리면
준순이 되는데
이렇게 순차적으로 또 나누고 버리면
수유, 순식, 탄지에 이른다.
 
탄지를 열로 나누고 그 중 아홉을 버리면 찰나가 되고
찰나를 열로 나누고 그 중 아홉을 버리면
육덕이 되는데
육덕을 열로 나누고 그 중 아홉을 버리면
그제야 허공(虛空)이 되며
허공을 열로 나누고 그 중 아홉을 버려야
비로소 청정(淸淨)이 된다.
 
서양에선 열을 얻으면 하나의 물질을 내놓으라 한다.
(십일조)
허나 동양에선 차라리 아홉의 마음을 내놓으라 한다.
이것만 보더라도 동도서기(東道西器)인 게 분명하다.
그런데 지금 도처에선 불꽃 튀는 싸움을 하고 있으니
매일 쏟아지는 미세먼지 예보가 그럴만하다 하겠다.
 
돌아오는 길에 영화관에 들려 <서서평>을 감상했다.
조선말 서양에서 들어온
간호사 셰핑의 선교활동 일대기였다.
깨우쳤으면 저잣거리에 나와 이웃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입전수수(立廛垂手)가 그에 다름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삶이란, Not success But service"
(셰핑의 좌우명)
 
(2017년 부처님 오신날에)
 
*        *        *        *        *        
 
9 년의 세월이 흘러 부처님 오신날이 또 지나갔다.
셰핑은 “삶이란 성공이 아니라 봉사” 라 했지만
나는 성공을 이룬 것도 봉사의 삶도 아니었다.
그저 세상을 바라보는 게 일상이었다.
 
그런데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고 혼란하다.
지구촌도, 국내사정도 마찬가지인데
싸움 때문이 아니던가.
매년 부처님 오신 날은 기리지만
그 의미는 과연 무얼까?
나는 그걸 궁구 하며 고답적인 논리만 찾아왔다.
그러나 이젠 싸움을 말자는 데에 방점을 두고 싶다.

 

비교적 초기의 경전인 금강경(金剛經)은
부처님과 수보리의 대화록이다.
부처님은 10 제자 중 수보리를 제일로 생각했다는데
수보리는 아주 말썽꾸러기였으나
뒤에는 마음을 고쳐 싸우는 일이 없었다 한다.
하여 그를 무쟁삼매(無諍三昧)라 한다.
 
신라의 고승 화엄이라면 그의 '和諍論'이 유명한데
모든 논쟁을 화합으로 이끌자는 것으로
국내외를 통틀어 華嚴經을 풀이한 독보적 불교교리다.
 
불교의 목적은 흔히 깨달음에 있다 한다.
깨달음의 전제는 어떤 모르는 문제가 있다는 건데
그 문제의식이란 게 生老病死에 대한 불안과 고통이요
그 고통을 여의는 방법을 알아차리자는 것일 게다.
 
그런데 태어나는 걸 어찌할까?
늙는 걸, 병드는 걸 어찌할까?
죽는 걸 어찌할까?
뾰족한 처방이나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면
그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연습이나 할 일이 아닌가.
 
그렇다면 살아가면서 싸우지 않고
화목하게 지내는 게 제일이 아닌가 싶다.
혼자 살 수는 없는 고로.
오온개고니, 청정심이니, 일체유심조니,
집착이나 분별을 말자느니,
12 연기니, 색이 공이요 공이 색이라느니,
그런 것 말고 싸우지나 말고 살았으면 좋겠다. 
 
길가의 돌멩이에도 불성(佛性)이 있다던데
그건 서로 분별하지도 않고
싸우지도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 돌멩이가 다른 돌멩이의 싸움을 부추기지도 않느니..
 

*이 글은 어제 남성 휴게실에 올렸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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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석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5.25 new 맞아요.
    희망은 가져야겠지요.
  • 작성자콩꽃 | 작성시간 26.05.25 new
    해마다,
    부처님 오신 날은 지나가고
    부처님의 거룩한 말씀을 새겨듣습니다.

    청정한 마음으로 살아야 할 것을
    마음에 새기기도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도 않습니다.

    불기 2500여년의 긴 세월 동안
    석가탄신일이 이어져 옮에도 감사할 일입니다.


    오늘은 대체 공휴일로
    삼일 간의 연휴가 이어져, 부산서 올라 온 작은 딸과
    가족이 모두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댓글이 너무 늦어 죄송할 뿐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석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5.25 new 가족모임이 제일 즐겁지요.
    잘하셨네요.
  • 작성자그산 | 작성시간 26.05.25 new 어제가 부처님 오신날이었군요
    어제 아산 송악면에 있는 봉곡사에 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사찰내는 안들어가고
    소나무숲만 산책하다 왔습니다 ^^
    오늘은 은평구딸네 집에 갔다가
    저녁에 내려왔는데 꿈같은 3일연휴가
    후딱 가버리고 말았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석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7:24 new 잘하셨네요.
    저도 암자에 들러보려다가
    일자산에 오르고 말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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