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 말띠방

새이령길 후기 글

작성자시골바다|작성시간24.09.04|조회수102 목록 댓글 8






 

밤새 울던 바람이 처마 밑에 걸쳐있던 금요일아침
얼굴은 기억나는데 이름이 생각 안 나

고시생처럼 앉아있다가
헛기침하며 배낭을 챙겼다

 

오늘은 우리카페  대관령 (새이령) 걷기 모임

고산지대이니 어쩌면 첫눈을 볼 수도 있겠다 하는 기대감에

전철역으로 뛰어가는 가슴은 소년처럼 울렁인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잠버깃을 세우고 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
창을 지나가는 빌딩사이로
얼마 남지 않은 계묘년의 하루가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한 해가 또 지나간다는 것에 씁쓸한 미소를 띠지만
해마다 이맘때면 늘 갖는 아쉬움 아닌가


늦을세라 종종걸음으로 목적지에 도착하니

반가운 얼굴들이 한환 미소를 지어 보내며

떠들썩한 대형버스를 타고 도시를 빠져나간다

 

가을은 어디로 가는가

산과 들과 또랑에  붉은 옷으로 입혀놓고 화장 짙게 한  여인처럼 서있는가 

대장님의 인사로 시작한 마지막 가을 여행길로 출발하였다.

태고부터 사람이 밟지 않아 길이 없는 곳

밤마다 별들이 내려와 돌이 되고 나무가 되어 어둠을 지키는 곳

밤의 정녕들이 입에 검은 천을 물고 노래하는 새이령길

우리들은 흥분과 기대로 그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시샘인가. 환영인가

바람이 먼저 달려 나와 마중했고

눈앞에 펼쳐지는 거대한 풍경은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였다.

재잘거리며 깔깔대며

간식을 먹는 그 순간까지

우리들의 소풍 나온 학생처럼 마냥 즐거워했다.

 

새이령을 오르기 시작했다

돌을 치워 길을 만들고

언덕길 낙엽이 쌓여 발이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스릴도 있었지만

감당이 안 되는 높은 길은 앞에서 잡아주고 뒤에서 밀어 올려야 했다

한쪽팔엔 스틱을 다른 손에 로프를 잡고 오르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었다

밑에는 십 미터 벼랑길

낙엽을 잘못 밟으면 추락할 수도 있다.

고우지책으로 스틱을 앞뒤로 잡고 사다리 타기를 하며 조금씩 언덕을 올라

얼굴에 땀을 닦아낼 때

누군가의  " 와 첫눈이다" 소리가 희망이 되었고 환한 미소가 되어

모두 하늘을 바라보았다

계묘년 11월에 첫눈을 본 것이다

손뼉 치며 감성에 잠겨 있고

발이 늦은  여자분이 선두와 많이 뒤에 처졌다

다급했다.

몸이 불편하신 분을  두고 갈 순 없잖은가

고산이고 숲이 우거져 헬기도 뜨기 어렵고

쓰러져 죽어도 시체 찾기도 어려운 곳이었다

그분에게 희망을 주어야 했다

걱정 마세요 제가 해병 기동대 출신이니 힘드시면 업고 내려간다고

 

우리가 늦으면 다른 일행들에게 민폐가 될 수 있기에 기를 쓰고 하산했지만

몸은 따라주지 않았다.

길을 만들어야 했고 돌 징검다리를 만들어 개울을 건너야 한다

.

어둠이 새이령 계곡에 도독처럼 찾아왔고

잠자고 있던 야생 동물들이 뛰쳐나올 것 같았다.

점점 어둠이 먹물처럼 내리건만 우린 아직 길을 찾지 못하고 

추위와 어둠의 공포 ~

바람은 깔깔대며 비명 같은 소리 내고

흐르는 물소리까지 음산했으며

몸이 본능적으로  화를 밀어 내고 있었다

장갑도 없는 맨손으로

그분의 스틱끝을 잡고  끌고오니

처음엔 시렸던 손가락이 점점 아려 왔지만

그스틱을 놓아 버리면

그분은 깊은 산중에 미아가 되리라

절대 그럴 수는 없다며

뒤돌아 볼 때

뒤에서 스틱을 잡고 오시던 그분이 

바위를 헛디뎌 물속으로 잠수해 버린 것이다.

 망설임 없이 나도 물속으로 뛰어들어가 그분을 건져내려 끌어올렸지만

겨울 옷에 물이 배어 몸은 천근처럼 무거웠고

포기마저 어려운 한 치 앞도 안보리는 숲속

그분의 비명 같은 소리

"차라리 여기가 편하다고"

얼마나 하산하기가 힘들었으면 그런 말을 하셨을까

절인 배추 꺼내듯

겨우 물속에서 건져 냈지만

나 또한 등산화 속에 물이 고여 발이 남에 발처럼 얼어가고 있었다

물에 젖은  손도 마비상태이다

해병 유격훈련도 이처럼 고되진 않았건만

 그분에게 힘듦을 보이지 않고

죽을 듯이 스틱을 잡고 따라오시는 그분에게

처방은 "더원의 사랑아" 노래였다

난 앞에서 끌고 물에 젖은 무거운 옷을 걸치고

사방이 어둠 속에서  울고

앞이 안 보이는 새이령 골짜기에서

부르고 있었다

"사랑아! 그리운 내 사랑아~~"
 그녀의 비명 같은 떨림의 목소리가 나왔다

" 노래 참 좋다고"

하지만 처방이 잘못된건가

산은 어둠으로 쌓이고 발자국 소리만 귀신 목소리처럼 들려

 울고 싶도록 춥고 허기지고

온몸에 힘이 빠져나갈 때

 

귀신 목소리처럼 아득하게 들리는 목소리

어디가 끝인가 절망이 몰려오고~

차라리 꿈이길 바랬는데

그때던가 "어디 계세요?"

핸드폰에서 들리는것 같은 작은 목소리

기도 중에 들려오는  하나님의 목소리 같았다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뒤쪽 뒤쪽 산길~~"

기다리던  하늘길이 열렸는가

대장과 일행들이 우릴 찾아낸 것이다.

겨우 하산하여 3시에 예약했던 황태정식을

5시에 먹었지만

그 기막힌 맛은 임금님 수라상 같았다.

드디어 밤을 가르며 돌아온 길을 헤쳐나갔다.

 

언제 다시 오겠는가~

"별들의 고향 대관령 새이령"

잠시 피곤에 지친 우리들을 깨우는 건 대장님의 걸쭉한 목소리 었다.

군자역에 내릴 준비를 하며

모두 에게 미소를 인사를 대신했다.

우리를 태우고 온 버스도

우리들도 빌딩 속으로 몸을 감추었다

새이령을 용사처럼 오르던 분들의 쓸쓸한 뒷모습이 보였다

 

나도 지친 몸을 전철에 싣고

오늘을 되삭임한다.

달리는 열차 창밖에 임들의 모습이 활동필름처럼 지나간다.

어린아이처럼 재잘대던 울님들.

모습을 빠짐없이 기억하며

헤어짐도 아름답다는 것이 느껴진다.

생각했다
아~나도 보내는 하루하루가 아까운 나이가 되었구나

 

제일 멋진 모습으로
씩씩하게 산을 오르던 울님들
모두들 귀가하면서 오늘을 머릿속에 저장하고 있겠지
닉은 생각나는데 이름을 물어보지 못한 그분들이
달리는 전철 유리창에서 바람을 가르고 있었다.


안녕! 다음 걷기에서 봬요
다시 만나기 위해 안녕이란 말 대신 봄 같은 미소를 보냈다.

처음 출발한 곳에 내렸다.
바람이 떨어진 낙엽들을 모으는 소리에

화들짝 뒤를 돌아보며

나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레온불 밑을 걷는다  
오늘 나와 함께 공포를 경험했던 그분 닉이 뭐였지?...
정말 무사해서 다행이네요

잘 귀가하셨나요?

다시 만나요

하지만 산이 아닌 길에서요~

 

위글이 문학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공감할 수 있는 글이라 좋았다는 평이었습니다.

올려 달라는 친구분이 계셔서 글 올립니다.
                                                         글 시골바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시골바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9.04 다녀 오신 분 이구동성으로 말하셨죠
    꽉쎈 산행이라고요
    그래도 추억으론 아름답게 남겠지요
    감사드려요 뜬구름 선배님
    환절기 건강챙기시고요~~
  • 작성자설화수 | 작성시간 24.09.04 기분만 챙겨가신듯
    비실이 들은
    되돌아왔을 장소네요
    암튼 잘 귀가 하여
    후기글쓴걸
    보니 큰 추억으로
    남겠지요 ^
  • 답댓글 작성자시골바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9.04 난코스였어요
    길이 없으니 힘들었고
    개천은 깊고 낮아 건너기가 힘들었고
    하지만 끝내주는 산속이었어요
    감사드려요 화수친구님
    환절기 감기조심하시고요~~
  • 작성자소유. | 작성시간 24.09.04 이글로 큰상을 수상하셨군요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실감나는글 잘보고 갑니다.
    글재주가 뛰어나신 시골바다선배님!
    마우방에도 가끔씩 올려주세요^*~
  • 작성자시골바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9.04 하반기 단합대회에 회장님 찾았었느데..
    조석으론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는 환절기이네요
    추석 명절이낀 구월
    건강 챙기시고요~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