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할배의 흔한 일상
— 동창을 넘어 친구가 되는 것
지난 13일에는 세 가지 행사가 겹쳤다.
(※ 요기 참조 → https://blog.naver.com/lby56/224316003156)
고민도 하지 않고 산악회와 동창 단합대회 대신에
격월간 <서정문학>의 등단식에 다녀왔다.
동창들 행사가 겹치는 바람에 우연찮게 매월 둘째 일요일에 진행되는 전체띠방 산행에 갈 수 있었다.
그 동안 매월 둘째 일요일은 고교 동창 산악회에 가야만 했으니까.
그렇다고 산행을 한 것은 아니고, 뒷풀이에만 참석했다.
작년 11월 참치공방 모임에 나가고 이번에 참석했으니 실로 반 년만이다.
오랜 만에 만나는 얼굴들이 반가왔다.
(뒷풀이를 했던 등촌칼국수 집에서 몇몇 회원이 사진을 찍기에 그 사진 올라오면 후기를 쓰려고 생각했는데 이틀이 지나도록 사진이 안올라온다. 사진을 기다리는 회원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십사~~~ 부탁한다.)
배가 고파 먹는 데에 진심이었기에,
내가 찍은 사진이라곤 앉았던 테이블의 상차림밖에 없다.
<성경이> 님이 떠주는 것, 열심히 먹었다.
.
.
각설하고,
14일, 일요일, 동창 진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동창 단합대회 선물로 내 몫을 가지고 왔으니 전해주겠단다.
실은 동창회 사무국장 문정이와 행사 담당 보영이로부터
이미 내 몫의 선물이 진구에게 전달되었다는 소식을 들어 알고 있었다.
같은 부천 시민이니 내일 보자고 했다.
점심 전에 연락이 오면 점심을,
오후에 연락 오면 저녁이나 하리라 생각했는데,
연락이 온 게 2시 넘어서였다.
집으로 오겠단다.
진구가 동작이 빠르니 미리 나섰다.
동네 친구이자 동창이니, 게다가 선물 전해준다는 것이니
집에서 입고 있던 채로, 지갑과 손전화를 넣을 주머니가 필요해
조끼를 걸치고는 나갔다.
부일로를 걷는데 눈에 들어오는 꽃.
<나리>
얘가 언제 피었지~~~? 못 본 것 같은데~~~
상가에서 새로 화분을 내놓은 모양이었다.
이리 저리 살피며 손전화에 담았다.
옆에 <나무수국> 화분도 있었는데 아직은 빈약해 보여 그냥 패쓰~~~,
하는데 다시 전화 - 대성병원을 지나고 있단다.
아, 참, 미리 전화를 하지.
국민은행 앞에서 내려 올라오면 이디야 커피숍 있어.
헐레벌떡 가 보니 들어가지 않고 골목에서 담배를 피고 있다.
동지를 만났으니 나도 커피숍에 들어가기 전에 한 대 물었다.
동창 단합대회 이야기를 하다가 커피숍으로.
진구가 받아온 선물 꾸러미를 풀어보니 이렇다.
지갑이 얄팍해 찬조금도 내지 못했는데,
동창이라고, 동창회 홍보이사로 그간 많이 도왔다고,
참석하지 않은 동창에게 선물을 챙겨주는 문정이나 보영이도 고맙지만
같은 부천이라고 그걸 전해주러 집 앞에까지 찾아오는 진구.
그러니 그냥 동창이 아니라 친구이다.
진구는 아아, 나는 아이스라떼
싱겁게 손수찍기로 찰칵, 하고.
누구누구 나왔더라,
걔는 장어 먹는다니까 나오네,
뒷담화 비스무리하게 동창들 단합대회 풍경을 전해준다.
보고팠던 동창들 안나온 게 더 안타까왔다.
하긴 동창회라면 빠지지 않던 내가 안보이니
토요일 두시 무렵 여러통의 전화를 받았다.
어디쯤이야, 언제 오냐, 왜 안보여?
궁금해서 묻는 질문들 속에 동창을 넘어 친구로서의 안부가 들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단순한 동창이 아니다.
동창을 넘어 이미 친구가 되어 있다.
오후에 약속이 있다고 일어서잔다.
커피숍을 나와 진구가 선물꾸러미를 들고 있는 내 모습을 찍었다.
집에서 있던 채로, 반바지에 면 티셔츠 위에 조끼만 걸치고 슬리퍼 끌고 나왔으니.
딱, 동네 할배다.
집 주변에서는 이렇게 입고 돌아다니다가, 부천의 문인들을 만나면 깜짝 놀란다.
평소 근엄한, 문학회의 원로문인 모습과는 워낙 다르니까.
곧바로 되돌아가면 집이 가깝지만
부천역으로 향하는 횡단보도까지 따라와 헤어졌다.
집에 와 풀어보니 이렇다.
곱창돌김에 멸치 그리고 휴대용 면도기.
돈으로 치자면 얼마나 하겠는가.
그러나 이런 것은 값을 묻는 게 아니다.
나를 생각하는 사무국장 문정이, 행사 담당 보영이
그리고 같은 동네 친구 진구의 마음이 담겨있는 선물이다.
사진을 포함하여 문정이에게 잘 받았다, 소식을 전하니
문정이도 인정한다 - 진구는 좋은 친구라고.
다른 약속이 있다고 가 버린 진구.
그럼에도 그 잠깐 사이에 내게 선물을 전해주려 집 앞까지 찾아온 사람.
이런 친구가 있으니 나는 참 행복한 놈이지 않은가.
그건 그렇고 저녁은?
진구가 오면 먹으려고 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는데~~~
그럼 잘 가던 밥집으로.
<양양사가 차려주는 밥상 - 부천 한식뷔페>로 간다.
※ 궁금하면 요기로 → https://blog.naver.com/lby56/224303266742
오늘은 돼지불고기에 카레, 오이무침 그리고 군만두까지 푸짐하다.
주인장은 단골이라고, 게다가 지팡이 짚었다고,
손님이 뜸한 시간이니, 국을 퍼서는,
물 한 잔까지 내가 즐겨 앉는 자리에 미리 가져다 놓는다.
이런 배려가 자꾸만 이곳을 찾게 만든다.
나는 그저 맛있게 먹으면 된다.
문득 기분이 좋아 손수찍기로 찰칵.
밥상 앞에 행복한 동네 할배이다.
잘 먹었습니다.
큰 소리로 인사하고.
집으로 오는 길, 부일로 입구에서 잠시 멈췄다.
며칠 전에 처음 만난 <분홍남천> 소식이 궁금해서.
처음에는 꽃봉오리 전체가 분홍빛이더니
개화할수록 점점 하얀 빛을 낸다.
만발하면 본래 <남천>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아직 미세한 색깔의 차이가 있다.
대체 이 녀석의 이름은 뭘까.
정말 <분홍남천>일까.
들꽃전문가에게 물으니 그냥 <남천>으로만 알고 있단다.
분홍색인데?
그럼 내가 새로운 종을 발견할 걸까.
푸하하이다.
누군가에게, 무엇인가에 관심을 두는 것
어쩌면 사랑인지도 모른다.
나는 오늘, 동창 문정이, 보영이, 진구의 사랑을 받았다.
거기에 한식뷔페 사장의 사랑도 받았다.
받은 것은 돌려줘야지.
내가 받은 관심, 사랑을 <분홍남천>에게 돌려주었다.
그러니 그들은 동창을 너머 이미 내 친구들이 되어 있고
<분홍남천>도 친구가 된다.
그런 친구들이 있으니 행복하지 않은가.
— 6월 15일 일기 중에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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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부천이선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6 양띠방 모임에 가면 지팡이 짚는 내 모습을 보고는 늘 누군가가 챙겨주거든요.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고~~~
저야 참 고맙지요.
^(^
-
작성자칼라풀 작성시간 26.06.16 고우셔요..
곱게 나이드셨네요,,, -
답댓글 작성자부천이선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6 곱게 보아주시니 고맙습니다.
^(^ -
작성자허민서 작성시간 26.06.16 머물다 갑니다
따스한 마음입니다
맛있는 저녁 되셔요 -
답댓글 작성자부천이선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6 너무 따스해서 덥습니다.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