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업의 왕 제우스
제우스는 여러 여신들과 님프들 그리고 인간들과 무수히 많은 염문을 뿌리고 다녔다. 그 상대가 소녀이든 처녀이든 유부녀이든 제우스에게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제우스는 원하는 여성을 취하기 위해 반인반수 사티로스나 황소, 백조, 뻐꾸기, 독수리 등의 금수로 변신하기도 했고 심지어 빗물이나 번개의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자연계의 모든 것-여자들을 유혹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 변신할 수 있는 신들의 왕 제우스는, 신화에서 가장 많은 자식을 얻은 아버지이기도 하다. 물론 제우스는 유혹하고 구슬리는 식의 신사적인 방법만으로 여성들에게 접근하지는 않았다. 그러기에 제우스는 너무 막강했다. 그는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권력을 동원해 납치와 겁탈을 일삼기도 했다.
제우스의 색정에 관해서는 구구절절 끝없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터인데 대충 기억나는 이름만 열거해보면, 첫번째 부인으로 바다의 여신 메티스, 두번째로 법과 질서의 여신 테미스(그녀를 취한 제우스는 법 위의 존재였던 것이다),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 곡물과 성장의 여신 데메테르 등의 여신들이 있으며, 인간으로는 앞의 그림에 등장한 레다와 다나에, 칼리스토, 이오, 에우로페 등 절세의 미녀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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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에게 사랑과 생식은 질서의 재편성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발견이며 소유이고 이름붙이기의 과정 즉, 그의 질서를 부여하는 과정이었다. 무슨 말인가 하면, 그리스신화에서 제우스는 인간과 문명, 자연의 상관관계를 설명해주는 연결고리로 (남성중심적인) 인간문명을 상징한다. 제우스가 자신의 아버지이자 거인족인 크로노스를 죽이고 최고신의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은 인간이 자신의 뿌리인 자연을 제압하고 세상을 인간의 시선에서 규정하기 시작한 사건에 대한 우화(寓話)이다.
제우스의 사랑과 생식을 통해 신화 속에 등장하고 이름 지어진 신들이 상징하는 것들을 열거해 보자. - 삶과 죽음, 음악, 쇠를 다루는 기술(헤파이스토스), 그 외의 세상과 인간사회의 운행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들. 이러한 개념부여를 통해 인간이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세상’이다. 즉 원시상태의, 불안한 삶의 주변을 채우는 알 수 없는 환경이 아니라 해석과 조작이 가능한, 확연히 정리된 세상 말이다. 제우스가 단순한 바람둥이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신화는 복잡다단한 인간사 - 人間事와 人間史 모두 -의 상징적인 복사본이다. 단일한 신화라 할지라도, 그에 투영된 인간의 관념은 단일하지 않은 것이다.
거창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사실 제우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이유는 제우스의 아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지금까지는 제우스의 연애술사로서의 성격에만 포커스를 맞췄으나 그의 창조적인 섹스행각이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수많은 다른 이들처럼, 제우스 역시 결혼이라는 미친 짓을 저지르고 말았던 것이다. (제우스였기 때문에 더더욱 미친 짓이었다.) 헤라와 결혼하게 되면서 제우스의 연애사는 복잡하게 얽히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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