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맥주집 과부 아줌마>
동료들과 한잔하고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내리니 갑자기 화장실이 급하다.
4거리지만 한쪽 길이 안양천 둑 때문에 막힌 곳이 있다.
어둠속 그곳에서 볼일을 보려고 두리번거리는데 바로 앞, 웬 생맥주집이 새로 생겼다.
젠장, 유동인구도 없는 이런 막다른 한적한 곳에 술집을 차리다니?
볼일도 보고 생맥주도 한잔할 겸 들어갔다.
마침, 좀 반반하게 생긴 50대 초반 여자가 반갑고도 친절하게 맞이한다.
그리고는,
곁에 앉아 온갖 상냥한(sexy) 몸짓으로 분위기를 잡아준다.
자기 남편은 어느 젊은 년과 바람이 나, 결국 이혼하고 그 위자료로 이 생맥주 집을 차렸는데 앞으로 많이 도와달라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했다.
전업주부였던 여자가 술장사 하는 게 안쓰럽기도 하고, 앞으로 열심히 해보라는 격려차원에서
“맥주한잔 하실래요?” 하니 기다린 듯 받는다.
기본안주에 두병을 추가로 시켰다.
갑자기
“제가 과일 좀 깎아 오겠어요.” 하며 일어선다.
하지만
처음 보는 내게 혹시 바가지를 왕창 씌우려나? 하는 불안한 생각도 들었다.
이래저래 3병을 비우고 일어서며.
“아줌마! 술값 얼마요?” 하니 3 병 값인 9,000원만 달란다.
“뭐요, 9,000원? 그럼 안주(기본안주와 과일)는?” 하고 물었다.
그러자
“처음오신 손님한테 안주 값은 무슨 안주 값?” 하며 상냥하게 웃는다.
세상에 이런 착한마음으로 술장사하는 사람도 다 있구나.......
그 인연으로
퇴근 후 일부러 직원들을 데리고 자주 들렀다.
며칠 뒤,
손님이 얼마나 많은지 그 막다른 도로 바닥까지 온통 술상으로 즐비하다.
가게 안(홀)는 좁고 손님은 많으니 어쩔 수 없이 길가에 이렇게 벌렸나보다.
얼마 후.
친구 몇몇이랑 2차로 들렀는데, 이젠 몇 명의 아줌마 도우미들까지 고용하고 있었다.
손님들 말이
“내 평생 이런 생맥주집은 처음이야, 기본 안주는 무료이고 일반 안주는 반값만 받으면서 서비스는 끝내주니........뭐? 자기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장사를 한다나?........ ” 하며 칭찬이 자자하다.
주인뿐 아니라 도우미 아줌마들도 친절교육을 받았는지, 손님들 곁에서 온갖 부드러운 시중을 다 들면서 대작(對酌)까지 해준다.
언젠가, 함께 데리고 간 친구들도
“술 값싸겠다, 젊은 과부들 술시중에, 비위 잘 맞춰주겠다, 이러니 손님들이 대박 터지도록 모여들 수밖에........ ” 하며 입들을 모았다.
그런데, 몇 달 뒤
그 집 주인이 갑자기 바뀌었다.
상냥하고 예쁜 주인아줌마는 간데없고 여태 도우미로 있던 한 여자가 주인이 되었다.
손님이 구름처럼 많으니 권리금 엄청 받고 동생이라 부르던 그 아줌마에게 넘겼단다.
술손님은 술맛과 안주 맛에 그 술집을 찾을 때도 있지만 주인 얼굴 보고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선인들 말씀에,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던가?
어느 날, 사거리 입구 길목에 예전 그 여주인이 새로 생맥주집을 차렸다.
그러자, 옛날 그 집 손님들이 모두 이곳으로 다 모여들었다.
주인 여자가 옛 손님들을 사거리 길목 입구에서 직접 하나하나 챙겼기 때문이다.
그 옛 집을 인수한 아줌마는 손님을 다 빼앗겨 결국 빚만 듬뿍 지고 문을 닫고 말았다............
<인간이 돈에 눈이 멀면, 착한마음이 먼저 썩는다.>는 말이 딱 맞다.
그동안 착한마음을 가진 좋은 아줌마라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칭찬을 해줬던가?
그 놈의 주둥이들이.......
며칠 전
옛 부하직원과 함께 가진 술자리에서 이런 소식을 전해준다.
“김 0장님!
왜, 예전에 단골 생맥주집, 애교 많고 자기가 과부라고 동네방네 떠벌리며 줄 듯 말 듯 하든 그 여편네, 알고 보니 상습적인 사기꾼이랍니다,
당한 사람이 어디 한두 명이 아닌가 봐요.
형편이 어려운 주부들을 감언이설로 자기 가게로 불러 내, 등쳐먹고 사는 년!
그 여편네 지금 안양 특수예술대학에 입학했답니다.”
“예술대학이라니? 안양에 그런 특수대학이 새로 생겼나?” 하고 물었다.
“에잇, 김 0장님도......... 안양교도소를 그렇게 부릅니다.”
“뭐야? 교도소 감방을 ?????”
co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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