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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슬지락(琴瑟之樂부부 사이의 지극한 애정과 사랑)

작성자방죽안|작성시간22.11.10|조회수165 목록 댓글 3

안과 진료실에는

부축을 받으며 들어오는 사람이 흔하다.

앞이 잘 보이지 않으니 보호자의

손이나 팔에 의지해 들어오는 것이다.

어느 날 한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은 채 진료실에 들어섰다.

눈이 많이 불편한 분이겠거니 생각하고는

할아버지께 손을 넘겨 받아 자리를 안내해드렸다.
할머니의 진료기록을 보니

한쪽 눈에 황반변성이 있지만

시력이 그리 나쁜 상태는 아니었다.

게다가 다른 눈의 시력은 아주 좋았다.

앞도 잘 보일 텐데 할아버지는

왜 할머니의 손을 그렇게 꼭 잡고 들어 왔을까?

그냥 투박한 시골 할머니의 손일 뿐인데 말이다.
할머니의 눈을 진료하기에 앞서 손을 슬쩍 살펴보았다.

세월이 훑고 지나간 잔주름에 마디마디가

굵어진 것이 전형적인 농촌 노인의 손이다.

묘한 장난기가 발동해 할아버지에게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할머니 손이 그렇게 고우세요? 손을 꼭 잡고 들어오시게.”
할아버지는 아무런 답도 없이 그저 빙그레 웃기만 하신다.

할아버지의 손도 굳은살이 박히고 검게 그을려 있었다.

지게 작대기를 그러잡고 둘러멘 지게의 무게를 굳건히 버티던

아버지의 큰 손이 떠올랐다.

따스함과 든든함이 배어 있었다.

같이 밖에 나가는 날이면

아내는 늘 내 손을 잡는다.

하지만 나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괜히 쑥스러워 슬그머니 손을 빼곤 한다.

연애할 땐 그렇게 못 잡아서

안달하던 아내의 손을 말이다.

애정이 식었다느니 어쩌니 하는

아내의 지청구를 들으며 멋쩍은 미소를 띠었다.

이번에는 치료실에서 환자를 다시 마주했다.

황반변성 치료를 위한 주사를 놓기 전 눈을 소독했다.

그 순간 환자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부끄럽다거나 남세스럽다는 대답을 은근히 기대했다.

“영감님 손이 그렇게 좋으세요?”
“우리 영감 말고 누가 이렇게

저를 데리고 다니겠어요. 부러우세요?

부러우면 선생님도 그렇게 해보세요.”
주사 놓으려고 눈꺼풀을 벌려 놓은

할머니의 눈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시술을 마치고 치료실을 나오니

할아버지가 할머니의 외투를 들고 문 앞에 서 계셨다.

다시 두 손을 꼭 잡고 가시는 두분의 뒷모습이

그렇게 따뜻하고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었다.

허리가 구부러지도록 오래 함께 아끼고

사랑하는 두분의 모습이 부럽기까지 했다.

할머니에게서는 지극정성으로

뒷바라지하는 할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졌다.

실명까지도 이르게 하는 황반변성을 이겨내는

비결은 비싼 황반변성 주사약이 아니라

금슬지락(琴瑟之樂·부부 사이의 지극한 애정과 사랑)

에 있었나 보다.

조수근<울산의대 강릉아산병원 안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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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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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김선아 | 작성시간 22.11.10 사랑의 힘은 우주도 바꿀수있는 힘이 있지요 나이드니까 노부부의 다정함이 제일부럽네요
  • 답댓글 작성자방죽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11.10 감사합니다.
    미운정 고운정 들어서 ㅎ
  • 작성자소 리 | 작성시간 22.11.11 뭐니
    뭐니 해도
    남푠이 최고지요!~~

    서로
    늙어 가는 머습에
    마음이
    애처럼기도 하고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방죽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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