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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지역방

어머니의 정원

작성자마음자리|작성시간26.06.06|조회수85 목록 댓글 1

캘리포니아로 길 나섰다가 달라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객고도 달랠 겸 읽어보던 글 중에서 이 글, '어머니의 정원'을 읽던 중에 4년 전에 떠나가신 어머니가 많이 그리워 울컥 대는 마음을 달래기가 쉽지 않았다.

<어머니의 정원> - 2004년 10월 7일 -

소곤소곤, 어머니는 손수 가꾼 뜨락에 물통을 들고 앉아, 앞에 있는 꽃을 어루만지며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몇 년 전 고향 대구로의 출장, 당일 서울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잠시 짬을 내어 부모님 계신 황금동 집을 잠시 들린 참이었는데, 문 앞에 서서 초인종을 누르려다가 문살 틈으로 그 광경을 보게 되었다. 초인종을 누르려던 손을 멈추고 칠순을 훌쩍 넘겨버린 어머니가 꽃을 어루만지며 칭찬하고 격려하며 대화를 하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나는 참으로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감사함과 고마움을 느꼈다.

다음 꽃으로 자리를 옮기시던 어머니가 내 기척을 느끼시고는 분주하게 반기셨다.
"어? 익이 왔나~ 출장왔더나? 얼른 안 들어오고 와 거 섰노?"
"어무이, 뭐 하고 계셨어요? 꽃한테 무슨 말을 하시는 것 같던데......"
"테레비에서 꽃도 사랑을 주면 더 예쁜 꽃을 피우고 건강하게 잘 큰다 카길래..."
계면쩍게 웃으시던 어머니는 혹시 내가 어머니를 우스꽝스럽게 생각할까 염려가 되셨는지 눈을 반짝거리며 다음 말을 이으셨다.
"근데, 그렇게 해보니 정말 꽃들이 더 예쁘고 건강해지는 것 같더라. 참말이데이."
"저도 사랑받는 꽃이 더 예쁜 꽃을 피운다는 그 프로 봤어요. 야~ 우리 어무이가 정말 그 실험을 해보셨구나~"
마침 그 얼마 전에 본 프로가 생각나 동감을 해드렸더니,
"배 고푸제? 얼른 안으로 들어가자~"
자식들만 보면 늘 배고플까 조바심을 치시는 어머니는 서둘러 집안으로 나를 이끌고 들어가셨다.

또 다른 출장길에 고향집에 들렀을 때는 마침 어머니와 아버지가 말다툼을 하고 계셨다. 말다툼의 연유를 듣다가 나는 그만 킥킥 웃고 말았는데, 그 연유는 어머니가 아버지께 정원수 손질을 좀 해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손이 크신 아버지가 모양은 생각하지 않고 너무 많이 정원수의 가지를 쳐버렸기 때문이었다.

나무도 자존심이 있는데 저렇게 모양 없이 잘라버리면 어떡하느냐고 어머니는 불평이셨고, 아버지는 확 잘라놓으니 답답하지 않고 보기 좋다고 우기시다가 서로 말다툼으로까지 발전하여 케케묵은 옛날의 원망까지 동원되고 있던 중에 내가 집에 들어섰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멀리 있는 자식이 왔는데, 말다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마음에 걸리셨던 두 분은 서둘러 말다툼을 끝내셨고, 서울로 밤길 도와 돌아오는 중에 나는 그 일을 생각하며 자꾸만 키득거렸다.

내가 태어나 여덟 살이 될 때까지 살았던 집에도 작지만 어머니가 손수 가꾸시던 정원이 있었다. 나는 그때 어려서 쪽쪽 빨아먹으면 단물이 나오는 꽃과 손을 대면 오그라드는 꽃만 기억날 뿐이지만, 나보다 컸던 형과 누나들은 어머니가 애써 가꾼 그 정원의 아름다움을 잊지 못하고 형제들이 다 함께 모이는 자리에선 늘 빠지지 않는 추억거리가 되었다.

가세 기울어 팔 년의 서러운 셋방살이 끝에 다시 우리들의 집을 장만했을 때는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무렵이었다. 그 집에도 마당 중간에 작고 동그란 정원이 있었다. 어머니의 손길을 받은 정원수와 꽃들은 아주 잘 자랐고, 스무 살 무렵 그 정원의 무화과와 목련을 보며 나는 어설픈 시를 긁적이기도 했었다.

두어해 전, 어머니는 지금의 집 뜰에 꽃들을 솎아내고 아주 작은 텃밭 하나를 마련하셨다.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농산물에 농약이 엄청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말을 들으시고 난 다음이었다. 그 작은 텃밭에는 채소와 과일들이 철을 바꾸어가며 자랐다. 가끔 고향집에 들리면 그 작은 텃밭에 오밀조밀 각종 채소는 물론이고 방울토마토가 빨갛게 윤을 내며 매달려 있을 때도 있었고, 아이 주먹만한 수박이 보일 때도 있었다.


이번 추석, 그 어머니의 텃밭과 정원을 사진에 담았다.
백일홍과 정원수의 등을 짚고 담에 오르려고 애를 쓰는 호박이며, 그 호박 줄기에 삶의 터를 잡은 거미, 화분으로 자리를 옮긴 꽃들, 텃밭의 상추며 정구지(부추), 이름 모를 채소들...
어머니의 정성을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찍어나가다가, 벌레 먹은 깻잎 앞에서 나는 그만 사진기에서 눈을 떼고 한동안 울컥하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 깻잎을 보는 순간 무언가 설명되지 않는 어떤 것이 내 마음을 강하게 자극해 왔기 때문이었다.
왜 이런 기분이 들지?
잡힐 듯 말 듯한 상념을 그대로 두고 천천히 벌레 먹은 깻잎을 사진에 담았다.


고속도로 혼잡을 피하기 위해 추석날 늦은 밤 시간을 택해 귀경길에 나섰다. 곧 아내와 딸과 아들의 고른 숨소리가 들렸고, 중앙고속도로를 다행히 막힘 없이 달리던 나는 잠시 묻어둔 그 벌레 먹은 깻잎에 대한 상념을 불러내었다. 다시금 가슴에 찡한 울림이 생겨났고, 흐릿했던 상념은 밤길이라 그런지 이내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래 맞아... 어머니의 정성이 깃든 그 깻잎은 바로 어머니였던 거야...
농약 없이 깻잎 향을 짙게 뿌리니 어떻게 벌레들이 그 맛있는 잎을 갉아먹지 않을까.
무공해 사랑을 더 많이 주지 못해 미안해하고 안타까워하며 귀한 젊은 날의 시간들을 자식 위해 다 바쳐버리고는 벌레 먹은 깻잎처럼 온 얼굴에 주름살이 깊게 패어버린 어머니가 바로 그 깻잎이었던 거야...
우리는 철없이 그 깻잎을 갉아먹고는 성충이 되어 날아가버린 나비와 무엇이 다른가?
이젠 벌레 먹은 깻잎은 쳐다보지도 않고 그 옆의 꽃들이나 찾아다니는 제 잘난 나비와 무엇이 다른가?

아직도 더 내어줄 신선한 무공해 깻잎이 남아 있단다 말하며 웃는 깻잎처럼, 밤길 나서는 우리 가족에게 미리 싸둔 여러 가지 보따리들을 바리바리 건네주시며 웃으시던 어머니 얼굴이 고속도로 앞쪽 어둠 속에서 떠올라 조심해서 운전해라 염려하시는데 나는 자꾸만 눈앞이 흐려졌다.

***

어머니...
늘 제 곁에 계심을 알고 있어요.
길 위 어디에서나 어머니를 뵐 수 있어
저는 많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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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열아홉살 | 작성시간 26.06.06 이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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