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가을 이야기입니다.
집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끝없이 펼쳐진 들이 있습니다.
어느 해는 옥수수가 지천으로 널렸더니
올해는 콩이 들녘에 가득합니다.
때 되면 어김없이 수확을 기다리는 노동과 계절의 섭리이지요.
벼가 익은 가을 들녘엔
사삭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익은 벼들이 만드는 소리는 참 풍요롭고 너그럽기도 합니다.
옥수수 잎이 물기 하나 없이 바짝 말라버리면
줄지은 옥수수밭에서도 서걱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요.
그러나 옥수수는 익어도 벼처럼 머리를 숙이지 않습니다.
불룩한 옥수수가 덩그렇게 매달린 채 변색해버린 잎사귀가 바람에 흔들리면 우스꽝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존재의 소멸인듯 해서 쓸쓸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수확 직전의 콩밭은
고개를 숙이지도 우뚝 서 있지도 않습니다.
잎을 떨군 채 마른 꼬투리만 주렁주렁 매달고 있으니
가까이 다가가면 금세라도 "탁" 하고 벌어져 콩알 몇 개가 흙바닥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가을이 깊어가는 콩밭에서의 느낌은
풍요롭기 보다는 빛바랜 듯 보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탁"하고 터져버릴 듯 한 긴장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익은 콩을 바라보는 시선은 사람마다 제각각입니다,
김미연 시인은 '늦가을'이라는 시에서
익은 콩을 ㅡ 속을 다 드러낸 가을이 / 멍석 밖으로 도르르 굴러가는 것으로 묘사하여 삶과 계절의 소멸을 노래했고
아름다운 5060 카페의 회원이신 시인 한분은
'몽해뜰 콩깍지는 바람에 휘날리고...'라는 시에서
익은 콩을 ㅡ 터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삶은 때로는 햇살 아래 콧노래처럼 지나간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바짝 마른 콩 사진이 여러분은 어떻게 보이시는지요?
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새하마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8 정획한 표현입니다.
콩은 마른 종잇장처럼 바스락 거리지요,
속살을 내어주고 마지막엔 갈색으로 퇴색하게 되니
우리가 삶의 마지막 수확이라 이름하는 것이 어쩌면 풍요보다는 소멸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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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마음자리 작성시간 26.06.18 제가 가까이서 본 깍지 속 콩이라고는
땅콩깍지 속의 땅콩뿐이라
시인들의 감성을 따라가기엔
무리가 따릅니다. ㅎ
그러나 아래 사진의 콩깍지 속
노란 콩에서는 그 작은 몸에 품은
새삶을 향한 꿈과 기대가 느껴지네요. -
답댓글 작성자새하마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8 ㅎ
너, 갇혔다 바깥으로 나오면 힘들텐데 ~ 그런 생각도 들어요.
콩이나 께는 수확때 탁탁 터지면서 속살을 전부 드러네는데
한톨 남김없이 다 내어주는 이런 행위가
생의 끝인가 아니면 시작인가 그런 생각도 하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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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고든 작성시간 26.06.21 시골에서 자라던 어릴 때 한가위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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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새하마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22 그렇네요,
수확의 계절속에 한가위가 있습니다.
벼도 콩도 옥수수도 들녘을 풍성하게 물들이는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