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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깍지

작성자새하마노|작성시간26.06.18|조회수92 목록 댓글 6

 

지난가을 이야기입니다. 

집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끝없이 펼쳐진 들이 있습니다. 
어느 해는 옥수수가 지천으로 널렸더니 
올해는 콩이 들녘에 가득합니다. 
때 되면 어김없이 수확을 기다리는 노동과 계절의 섭리이지요.

벼가 익은 가을 들녘엔 
사삭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익은 벼들이 만드는 소리는 참 풍요롭고 너그럽기도 합니다.  
옥수수 잎이 물기 하나 없이 바짝 말라버리면 
줄지은 옥수수밭에서도 서걱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요. 
그러나 옥수수는 익어도 벼처럼 머리를 숙이지 않습니다.
불룩한 옥수수가 덩그렇게 매달린 채 변색해버린 잎사귀가 바람에 흔들리면 우스꽝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존재의 소멸인듯 해서 쓸쓸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수확 직전의 콩밭은 
고개를 숙이지도 우뚝 서 있지도 않습니다. 
잎을 떨군 채 마른 꼬투리만 주렁주렁 매달고 있으니 
가까이 다가가면 금세라도 "탁" 하고 벌어져 콩알 몇 개가 흙바닥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가을이 깊어가는 콩밭에서의 느낌은   
풍요롭기 보다는 빛바랜 듯 보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탁"하고 터져버릴 듯 한 긴장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익은 콩을 바라보는 시선은 사람마다 제각각입니다, 
김미연 시인은 '늦가을'이라는 시에서 
익은 콩을 ㅡ 속을 다 드러낸 가을이 / 멍석 밖으로 도르르 굴러가는 것으로 묘사하여 삶과 계절의 소멸을 노래했고 

아름다운 5060 카페의 회원이신 시인 한분은 
'몽해뜰 콩깍지는 바람에 휘날리고...'라는 시에서 
익은 콩을 ㅡ 터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삶은 때로는 햇살 아래 콧노래처럼 지나간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바짝 마른 콩 사진이 여러분은 어떻게 보이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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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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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새하마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8 정획한 표현입니다.
    콩은 마른 종잇장처럼 바스락 거리지요,
    속살을 내어주고 마지막엔 갈색으로 퇴색하게 되니
    우리가 삶의 마지막 수확이라 이름하는 것이 어쩌면 풍요보다는 소멸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 작성자마음자리 | 작성시간 26.06.18 제가 가까이서 본 깍지 속 콩이라고는
    땅콩깍지 속의 땅콩뿐이라
    시인들의 감성을 따라가기엔
    무리가 따릅니다. ㅎ
    그러나 아래 사진의 콩깍지 속
    노란 콩에서는 그 작은 몸에 품은
    새삶을 향한 꿈과 기대가 느껴지네요.
  • 답댓글 작성자새하마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8
    너, 갇혔다 바깥으로 나오면 힘들텐데 ~ 그런 생각도 들어요.
    콩이나 께는 수확때 탁탁 터지면서 속살을 전부 드러네는데
    한톨 남김없이 다 내어주는 이런 행위가
    생의 끝인가 아니면 시작인가 그런 생각도 하게 되지요.
  • 작성자고든 | 작성시간 26.06.21 시골에서 자라던 어릴 때 한가위가 생각납니다
  • 답댓글 작성자새하마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22 그렇네요,
    수확의 계절속에 한가위가 있습니다.
    벼도 콩도 옥수수도 들녘을 풍성하게 물들이는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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