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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에 모란이 피기 까지는

작성자새하마노|작성시간26.06.20|조회수78 목록 댓글 4


작약과 모란은 비슷해 보입니다. 
둘 다 꽃잎이 화려하고 화기가 매우 짧은데, 
6월 초순쯤이면 잠깐 피었다 어느새 져버리는 탓에 반갑기도 하지만 지고 난 뒤의 아쉬움이 큰 꽃들입니다.

작약은 해마다 사라졌다가 매년 다시 올라오지요. 
그러나 모란은 겨울에도 줄기를 남긴 채 버팁니다. 
눈 속에서도 마른 가지를 지키고 있다가 늦은 봄이면 커다란 꽃을 터뜨립니다. 
그래서 영어권에서는 작약을 피오니, 겨울에도 나무줄기로 버티는 모란은 트리피오니라고 하지요. 
모란은 작약보다 화기가 더 짧고 꽃잎은 더 큽니다.

뒤뜰의 작약 사진은 2016년 6월 10일, 그러니까 10년 전입니다. 
앞뜰의 모란 사진은 2026년 6월 1일, 바로 며칠 전입니다. 

 


같은 정원의 꽃을  10년의 간격을 두고 들여다본 셈이지요.
작약처럼 해마다 사라지고 다시 올라오는 꽃이 있는가 하면, 
모란처럼 마른 가지로 겨울을 견디고 자리를 지키는 꽃도 있다는 걸, 10년을 사이에 두고서야 알았습니다.

모란은 김영랑 시인을 떠올리는 꽃이지요. 
시인의 작품 중에서 〈모란이 피기까지는〉과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두 편의 시를 저 같은 사람도 대략 읊조릴 수 있으니,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 오래 전의 교과서에 실렸을 듯합니다. 
외운다기 보다는 그냥 입에 붙어 있는 시구들이 있는데, 이 두 편이 저에게는 그렇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김영랑 시인을 검색해 보고는 여러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인에 대해서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던 
ㅡ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음악성을 가장 섬세하게 살려낸 시인 가운데 한 사람
ㅡ 전라도 방언과 토속어를 시 속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평
이외에, 순수 서정의 세계에서 벗어나 현실의 시대상황을 마주하는 자세를 보여주었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그런 평을 받게 된 시가 〈독(毒)을 차고〉라는 작품으로, 
일제 강점기의 시대상황에서 가슴에 독을 품고 부정적인 상황에 저항하겠다는 시인의 의지를 볼 수 있지요. 
김영랑이 순수 서정시인이라는 배경만으로 이 시를 읽으면 의외입니다.

그런데 그 의외로움이, 
모란을 떠올리면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모란은 겨울 내내 꽃 한 송이 없이 마른 가지로만 버티다가, 늦은 봄 단 며칠 사이에 그 모든 것을 커다란 꽃송이로 터뜨립니다. 
독을 차고 겨울을 나듯 버틴 끝에 한순간 피어나는 꽃 ㅡ 
모란의 긴 겨울도,
김영랑 시인이 가슴에 품었던 독도,  
그렇게 오래 견딘 끝에야 터져 나온 것이겠지요.

대략 1주일 정도 피었다 금방 시들어 버리는 모란.
그래서 짧은 화기를 아쉬워하기보다는 그 1주일을 더 오래 들여다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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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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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마음자리 | 작성시간 26.06.20 저희 집 앞 뜰에는 매년 모란인지
    작약인지 분간이 잘 안 가는
    꽃 한송이가 핍니다.
    줄기는 약한데 꽃은 가분수처럼
    커서 예쁘긴 한데 애처로운 마음이
    더 드는 꽃.
    올해는 못 보았고 작년엔 꽃 핀 걸
    보았는데, 쎈 비가 내려 그만 땅에
    흙에 머리를 박고 쓰러져 있었어요.
    흙 대충 털고 일으켜 세우면서
    담았던 그 꽃입니다.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답댓글 작성자새하마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20 겹작약? 처럼 보이는데요 ~~확실치는 않아요
    본문의 사진은 홑작약입니다. 홑작약은 정말 화기가 짧아요.
    그리고 뒤뜰에 겹작약이 두뭉치 있습니다,
    맘자라님 꽃처럼 한줄기만 피지 않고 군락처럼 뭉쳐서 피지요, 겹작약은 꽃잎이 작고 조밀해서 홑작약보다 오래 피더군요
  • 작성자마론 | 작성시간 26.06.23 아주 섬세한 관찰이십니다.

    모란은 목단이라해서 목본(木本)에 속하고
    작약은 초본인 셈이지요. 둘다 유용한 약재로
    쓰이는 귀한 식물입니다.

    말씀하신대로 모란은 여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 꽃을 제대로 보기가 어렵습니다. 어? 피었나 하면
    금세 져 버리고 마니까요.

    예부터 귀하게 여겨 이불겉감에 무늬로 새겨넣었는데
    웬지 그런 이불을 덮으면 나도 귀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답니다.

    목단이 사람키만큼 거다란것은 잘 보기 힘든데, 아마도
    예전부터 약재로 쓰다보니 중간에 잘라버려서 그렇지
    않나~ 생각도 듭니다.

  • 답댓글 작성자새하마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23 기억 납니다.
    솜이불 겉감에 붉고 큰 꽃을 새겼었지요. 목단이었군요,
    모란을 크게 키우기가 쉽지 않다는 자료도 보았습니다,.
    화기기 짧아 피었나 하면 금새 져버리니 앞뜰이지만 못본체 지나치는 해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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