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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컵 ★
* 양창선( 별 둘 ) *
2014년 3월 14일, 오늘은 화이트 데이.
아침 여섯 시, 충정로역에서 전철을 타고 시청역
4 - 3 앞에 내렸다.
열걸음을 걸어가 의자에 가방을 놓고 자판기 앞에
서서 동전을 넣고 밀크커피를 눌렀다. 십 초 후 커피
잔을 들고 의자에 앉았다.
정면으로 시선을 주니, 스크린도어 옆 대형 광고판
이 보인다. 어린 아이가 갖가지 포즈를 취하고 있고,
그 밑으로 광고문구들이 나열되어 있다.
'사랑을 키웁니다. 델몬트'
'바나나처럼 달콤한 미소'
'포도처럼 앙증맞은 손'
'석류알처럼 예쁜 입술'
'파인애플처럼 달달한 애교'
커피를 들고 마시려다 문득 종이컵으로 눈이 간다.
우리는 커피가 들어 있으면 커피, 홍차가 들어 있으면
홍차, 율무차가 들어 있으면 율무차라고 부른다.
대체로 종이컵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자기를 숨기며 항상 대기하고 있다가 온몸으로 그
뜨거운 액체를 받아 우리가 편리하게 마실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결국 대가없이 버려진다.
이름 모를 독지가가 주민센터 앞에 현금과 물품을
놓고 사라졌다는 뉴스를 대할 때는 마음이 흐뭇해진다.
하나의 종이컵에서도 나보다 남을 위하는 이웃사랑
을 생각해본다.
나에게도 오늘 어디선가 사랑이 찾아올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