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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수

작성자송장출|작성시간24.06.24|조회수28 목록 댓글 1

 

   바둑 장기두는 곳마다 훈수가 뒤따른다.

본인은 훈수두고 싶어 입이 가렵고 참지 못하면서

남이 어쩌다 훈수하면 기분나쁜 것이 인지상정이다. 

 

   신입이 기쁜 마음으로 회사에 출근하면

"주인 의식을 가지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한다.

일을 시키면 하고 그러지 않으면 멍때리지 말라는 취지인데

누가 따라다니면서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지시하는 일은 없다.

물론 시계만 보고 있으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직업의 세계에서만 주인 의식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우리는 주인 의식을 가진 사람이 좋다고 생각하게 된다.

   주인 의식과 주체적 삶을 아무리 강조한다고 해도

신입은 무얼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시간을 보내고,

사람은 떨어지는 낙엽에 슬퍼하고 피어나는 봄꽃을 보고 미소를 짓는다.

이처럼 현실에는 주인 의식과 주체적 삶의 기준에 못 미치는 삶이 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세상의 주인'으로 자처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증권사가 처분 금지 요청에도 불구하고 공매도해 수익을 꾀하는 사람도 있고,

사법부의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판사를 인격 살해하는 사람도 있고,

인터넷 공간에서 지역 그리고 성차별을 무기로 남을 공격하는 사람도 있고,

역사의 과오로 밝혀졌는데도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모두 누군가 시켜서 마지못해 공격, 고집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옳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

대화 대신에 배제와 공격을 전가의 보도로 마구 휘두른다면

그런 주인 의식과 주체적 삶은 전지전능한 신에게만 가능하다.

즉, 주인 의식의 과잉이자 과잉의 주인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에 다른 해석의 가능성이 없는데

오직 나만의 해석이 있으면 충분하고, 

그 어떠한 규범도 존재할 필요가 없이

나만의 욕망이 실현되면 그만이라는 식의

즉 총과 칼은 들지 않지만, 전투와 비슷하다.

   그런 전투에 참여하는 사람은

군인이 아니면서 군복을 몸에 걸치고

회원이 아닌데도 비슷한 회원의 옷을 입으려고 한다.

일상을 전장으로 만드는 삶은 사람을 계속 피곤하게 한다.

이로 인해 겪지 말아야 할 고통으로 힘겨워하고 불편해한다.

일상을 평화의 터전으로 돌리려면 과잉 주인 의식이 아니라

가끔은 자신을 '이 세상의 손님'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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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시골바다 | 작성시간 24.06.24 저도 돌아보면 나 자신을 잊을 때가 있어
    때론 지적 당하고
    어느땐 후회할때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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