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기와 용기로 겁나는 게 없었던 결혼 전의 나
내 나이가 60이 넘으면 무엇이 되어있을까
아내는 누구고 아이들은 몇일까
햇빛 고운 날 꽃밭 앞에서 아이들 바라보며
아내 손잡고 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나를 상상하지만
이 나이를 먹고 보니
지적해 주는 것도 애정이라 말하던 아내의
더욱 심해진 잔소리에
왕년에 한바탕 날리던
멋졌던 군대시절 이야기로 목청을 높이는 신세가 되어있다.
없어도 되는 감투 두어 개와
사용하지 않은 명함도 넣고 다니고
경로 전철권과 신용카드와 적은 연금으로 버텨주고 있지만
젊었을 때 그 기백과 자신감은 모두 빠져나간 할아버지가 되어있다.
요양원 봉사 중에는 천사처럼 말하며 친절을 베풀기도 하지만
학교 동창 모임에 왁자지껄 술을 마실 때
술 끊은 지 10년이 넘었다며
눈치 없이 커피를 마셔 진상소리도 듣는다.
지하철을 타도 비어있는 노약자 좌석으로 안 가고
젊은 사람들 틈사이에 엉덩일 들이밀며
아직은 노인네가 아니라고 박박우기는 나이가 되어있다.
삶의 뒤안길을 지나 어느 한적한 길에서
목젖이 보이게 웃던 그날도
꺼이꺼이 눈물짓던 날들을 회상하며
오늘을 그리워하는 날이 또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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