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일상에 쫓겨 봄을 즐기지 못했는데
6월 하순에 접어들면서 더위를 식혀주는 저녁 바람이
기다려지는 것을 보면 세월이 빠르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저녁 무렵 서쪽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서해 바람은
1년의 한복판인 6월의 상징으로서 더 없이 매력적이다.
한낮의 더위와 초저녁의 선선함이 교차하는 날씨는
주어진 하루를 지내다가 정리하는 까병남의 모습이다.
아침에 거실 창문으로 바라보는 하늘이 맑고 화창하다.
시야에 꽉찬 경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상쾌해지는 기분이다.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이 유난히 아름답다.
청명한 6월의 하늘이 마음을 한층 정갈하게 한다.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게 뜨거워지는 계절이다.
푸르른 하늘 아래 병점 구봉공원과 골프장 사이로 난
산책 길을 따라 걷는 상상으로 목가적 전원풍경이 그려진다.
산책로에 널려있는 풀과 꽃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자연의 섭리가 경이롭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
여름의 향기를 도도히 품은 찬란한 6월이다.
어느 지인은 꽃만 꽃이 아니고 자신 또한 꽃이었음을,
젊음이 지난 후에야 젊음인 줄 알았다고 회상하였는데
단순하면서도 우주 질서에 따라 반복적으로 순환하는
무한한 자연과 삶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큰 축복이다.
이념이 격동하는 세월의 고단함에 다소 어수선하지만
하늘 아래에 이 또한 곧 지나가리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세상에서 성실함을 완벽하게 이루지는 못할지라도
평화롭게 살기를 소망하는 한 여름날의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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