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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키스의 기억

작성자시골바다|작성시간24.07.06|조회수165 목록 댓글 10

 





꾸물한 날씨가 연이틀 계속되던 7월 초의 오후 
가계 앞 도로에서 들리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있어 문을 열어본다
등 굽은  할머니 앞에 어린아이가 울음을 멈추지 않고 있다
곧 비가 내릴 것 같았건만...
할머니는 아이가 울음을 그치기를 기다렸고
아이는 할머니가 달래주기를 기다리며 더 목청껏 울어댔다
그 순간  내가  뛰쳐나가  아이를 이르켜 세워
바지에 흙을 털어주며 호~하고 불어주었다  호~~
아이는 울음을 그치고 쫄랑쫄랑 할머니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가는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하늘을 쳐다본다.

한참 전 내가 아주 아주 어렸을 때 
엄마를 비롯 할머니와 여럿의 누나들 속에
딸랑 고추 달린 남자는 아빠와 나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엉덩이가 땅에 붙어있질 않았고
누나들 품에 안겨 동네 집집에 선보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잘 걸어가지 못해 자꾸 넘어져 무릎이 성 할 날이 없었다 
 그때마다 누구이든 호 ~~ 해달라고  깨진 무릎을 보이곤 했다
7살 때였던가 엉덩이에 자리 잡은 종기를 짜내고 병원에서 돌아오던 날
난 자랑처럼 울 어제치기 시작했고 동네 누나들
할머니들에게까지 호~~ 해달라며 엉둥이를 들이대고 다녔다
커가면서 뒤뚱 걷는 걸음이 어설퍼
또랑에서도 자주 빠지고 논둑에서도 자주 넘어지고 
갑자기 비가 내리면 도망치는 것이  어려웠다

그때부터 제일 무서운 것이 비였다
비를 무서워하던 아이는 그렇듯 약하게 성장하여
어느덧 중학교에 입학하고 힘들게 힘들게 고등학교에 들어간 그해
엉둥이를 안 보여줘야 될 여자가 생긴 것이다.
새로 부임해 온 음악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반년도 안돼 체육선생님과 결혼설이 나돌자  
태어나서 첨으로 비통함과 허무에 빠져 
삶에 의욕을 잃고 세상과의 작별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장미꽃 담장에서 자태 뽐내던 5월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비가 겁이 나 뛰어갈 때
살포시 우산을 받쳐주던 누나
나의 무릎에 호~~ 해주던 누나의 친구였다
누나에게 억울함을 말하듯 따지듯
선생님의 결혼설을 말하며 억울한 듯 거~억 거리자
나에게 호~~ 해 달라는 거지? 하며
갑자기 나의 입에 누나의 입술을 포개며
솜사탕보다 더 부드럽고 달콤한 누나의 혀가
나의 입 안에서 더듬이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 경험해 보는  빗속에서의 꿈같은 시간 ~~
밀착된 누나의 얼굴을  만지고 만져보며
길게 빨려 들어오지 않는  누나의 혀를 갈구하며
빨아도 빨아대도 살아 움직이며
내입 안에서 몸부림쳐 댈 때
제일 무서워하던 비가 사정없이 내렸건만 비 따위가  무슨  대수란 말인가
한참에 시간이 지나서야 몸을 세운 누나가
호~해달래서 처방을 내렸는데 치료는 된 거니?
그때 내리던 장맛비가  무섭기는커녕 그리 달콤했었는데
그 후 그 짝사랑 음악 선생님에 대한 연민은 사라졌다.
제대로 치료된 것이다.
그 후로 많이도 지난 세월 동안  비를 무서워한 적은 없다.
아니  누나를 그리워하듯 비를 그리워한 것은 아닐까
7월에 비가 내리면 으레 우산 없이 하늘을 본다.
구름이 몰려온다
누나가 온다~

글. 시골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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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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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리디아 | 작성시간 24.07.07 시골바다 네. ㅎ
    생일축하는 당일만 하진 않아요.
    전후로 보름간은 축하인사 받습니다..ㅎ
  • 작성자별 둘 | 작성시간 24.07.06 7월에 비는 누나와에
    첫키스를 생각나게 하는군요!
  • 답댓글 작성자시골바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07 잘 지내시고 계시죠?
    올해는 무더위가 더 하다네요
    건강 관리 잘 하시고
    즐거운 여름 보내시길요
  • 작성자리야 | 작성시간 24.07.07 제대로
    치료법을 잘 아시는
    친절한
    누나
    최고라요
  • 답댓글 작성자시골바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07 네 나의 사랑이
    나의 청춘이 흐르는 물따라 떠나갔어요
    해서 흔적을 찾아 떠돌고 있답니다 ㅎ

    잘 지내시죠?
    이번주 장마 끝나면 무더위라네요
    건강 챙기시어
    즐건 여름 보내십시오
    올려주시는 사진. 글. 노래까지 잘 감상합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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