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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벌거벗은 육체가 아름다운 건

작성자청간|작성시간24.07.08|조회수123 목록 댓글 6

열대야 

             / 나희덕

얼마나 더운지
그는 속옷마저 벗어던졌다
엎드려 자고 있는 그의 엉덩이,
두 개의 무덤이 하나의 잠을 덮고 있다

잠은 죽음의 연습,
때로는 잠꼬대가 두렵고
내쉬는 한숨의 깊이 쓸쓸하지만
그가 다녀온 세상에 내가 갈 수 없다는 것만큼
두렵고 쓸쓸한 일이 있을까

그의 벗은 등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벌거벗은 육체가 아름다운 건
주머니가 없어서일 것이다
누구도 데려갈 수 없는 그 강을
오늘도 건넜다가 돌아올 것이다, 그는

밤은 열대처럼 환하다

"벌거벗은 육체가 아름다운 건
주머니가 없어서일 것이다"

 

참 재밌다.

그렇겠다.

본래부터 인간에게 호주머니는 필요 없는 물건이다.

필요한 것이었다면

몸이 어디쯤에

그러니까

겨드랑이 아래라든가, 허리춤에 호주머니가 만들어져 태어났겠지.

 

잠은 죽음의 연습.

잠을 통해서 죽음을 연습하고

그 연습을 통해 삶이 윤택해질 수 있다면

참 좋으리라.

 

삽입곡 : Lovers in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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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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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청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08 그래서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겠죠.
  • 작성자시골바다 | 작성시간 24.07.08 좋은글 마음에 담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청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08 감사합니다.
    좋은 시간 보내세요.
  • 작성자리디아 | 작성시간 24.07.08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으니...
    주머니도 필요 없다는.....

    넘 욕심 피우며 살지 말자라고
    다시 다짐해 봅니다
  • 답댓글 작성자청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09 우리는 늘 비우며 살아야 한다고 말을 하며 사고 있습니다.
    放下着.
    그러나 富를 위해 무한경쟁의 시대를 살아야 하는
    이율배반적 삶속에서 늘 번빈하고 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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