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자유 게시판

나태주

작성자데이빗정|작성시간24.07.26|조회수110 목록 댓글 4

현존 최고의 애송시인
공주사범졸 나태주 교장!!

-- 풀 꽃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시골 초등학교교장(校長)으로 은퇴하신 분답게, 중절모가 잘 어울리는 시골 할아버지입니다.
나태주 시인이 쓴 시(詩) 중 최근에 알게된 시(詩)가 하나 더 있습니다.
병원(病院) 중환자실에서
시한부 삶을 선고받을 만큼 중병을 앓고 있을 때,
곁에서 간호하는 아내가 안쓰러워 썼다는 시(詩)입니다.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제목(題目)의 시(詩)였는데, 아내를위해 하느님께 하소연하는 내용이었습니다.

[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하느님! ]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느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이어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病)과 함께 약(藥)과 함께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한 남자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엔 없었던 여자이지요.
자기의 이름으로
꽃밭 한 평
채전밭 한 뙈기 가지지 않은 여자예요.
남편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고 쑥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느님!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하지 마시어요!

아내를 위한 간절한 마음이 뭉뚝 뭉뚝 묻어나는데, 더 감동적이었던 것은 남편의 글에 화답하여 쓴 아내의 글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남편이 드린 기도보다 더 간절한 기도
시인 아내의 절창(絶唱)이었습니다.

[ 너무 고마워요 ]
남편의 병상(病床)
밑에서
잠을 청하며 사랑의 낮은 자리를 깨우쳐주신 하느님!
이제는 저이를 다시는
아프게 하지 마시어요.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죄(罪)로
한 번의 고통(苦痛)이 더 남아 있다면,
그게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
하느님!
저 남자는 젊어서 부터
분필과 함께, 몽당 연필과 함께 산,
시골 초등학교 선생이었어요.
시(詩)에 대한 꿈
하나 만으로
염소와 노을과 풀꽃만
욕심내온 남자예요.
시(詩) 외의 것으로는 화(禍)를
내지 않은 사람이에요.
책꽂이에 경영이니 주식이니
돈 버는 책은 하나도 없는 남자고요.
제일 아끼는 거라곤
제자가 선물한 만년필과 그간 받은 편지들과
외갓집에 대한
추억 뿐이에요.
한 여자 남편으로
토방처럼 배고프게 살아왔고,
두 아이 아빠로서
우는 모습 숨기는
능력 밖에
없었던 남자지요.
공주 금강의 아름다운 물결과
금학동 뒷산의 푸른 그늘만이 재산인 사람이에요.
운전조차 할 줄 몰라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남자예요.
승용차라도 얻어 탄 날이면
꼭 그 사람 큰 덕 봤다고
먼 산 보던 사람이에요.
하느님!
저의 남편 나태주 시인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좀만 시간을 더 주시면
아름다운 시로
당신 사랑을 꼭 갚을 사람이에요.

부부가 나누는 지극한 사랑이 따뜻한 감동으로 전해지는 아침입니다.
‘한 번의 고통이 더 남아있는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 라는 기도 앞에서는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하느님의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요 마는,
하느님께서도
이만한 기도를 물리치시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토록 순박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우리 곁에 있었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노향 | 작성시간 24.07.26 욕심없는 마음과 순수한 감정으로 빚어낸 감동적의 시입니다. 상업적으로 채색한 시들이 난무하는 요즘에 드라마틱하며 흑백과 같은 시를 오랜만에 읽었습니다.
  • 작성자시골바다 | 작성시간 24.07.26 한국 시인을 대표하시는 분이시죠
    그분과 대면한적 없다 하더라도
    그분 시를 듣거나 본적이 있는 유명하신 분이십니다
    고운글 .시, 감사합니다
  • 작성자남동이 | 작성시간 24.07.26 아~시골 초등학교 선생님 이셨군요..
    어쩐지 순수함이 가득..ㅎ
    섬진강 시인 김용택님도 초등교사 이셨는데..
  • 작성자리야 | 작성시간 24.07.26 어쩜 이리도
    애틋한 사랑을 지니고
    부부가 산다는 것이

    아름답습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