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바가지 쓸때와 작은 바가지 쓸때
노랭이 영감이라고 소문난 부잣집에
새 며느리가 들어왔다.
지독한 구두쇠 노릇을 하여 재산을 불리며
자수성가 해온 노랭이 시아버지가
새 며느리를 곡간으로 불렀다.
시아버지는 곡간에 있는 보물들을
새 며느리에게 보여주며 자기가 평생 아껴서
모은 재산이라고 자랑하였다.
곡간 한쪽에는 여러 개의 큰 독에 각종
곡식들이 가득했다.
시아버지는 새 며느리에게 자기가 재산을
늘리어 온 비법을 은밀하게 가르쳐 주었다.
그 비법은 곡간에는 두 개의 됫박이 있었는데
남에게 곡식을 내 줄 때와 받을 때에 크기가
다른 됫박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곡식을 내 줄때는 작은 됫박으로 세어서 주고,
받을 때는 큰 됫박으로 받으라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새 며느리는 시아버지에게
잘 알겠습니다 하고 대답을 했다.
그러나 영특한 새 며느리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장리로 쌀을 내주고 받을 때 그와 반대로
바가지를 사용했다.
즉 큰 바가지로 내주고, 작은 바가지로 받았다.
즉 박리다매를 하여 어려운 사람들의 사정을
살펴준 것이었다.
그러자 유리알처럼 투명한 가난한 사람들의
살림은 이를 금방 알아차리고 새 며느리의 후한
손덕이 입소문으로 전해져서 곡식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멀리서도 오는 바람에 곡간의 묵은
곡식까지 다 나가버렸다.
이 사실은 시아버지만 모를 뿐 거래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다 알려진 일이었으므로
사람들은 며느리가 큰 바가지를 들고 나오는
것을 보고 "대박이 나왔다"고 좋아했다.
"오늘은 대박으로 받았다". 라고 공공연하게
회자하게 되었다.
가을이 되자 곡간에는 햇곡식이 들어와
전 보다 더 많은 독을 채우게 되었다.
속사정을 모르는 시아버지는 곡간 가득한
햇곡식을 보며 새 며느리에게 복이 따른다고
좋아하였다.
그리고는 새 며느리에게 곡간의 열쇠를 아주 맡겨버렸다.
몇 년 안 되어 새 며느리는 시아버지가 평생
모은 재산보다 더 많은 재산을 늘리게 되었다.
세월이 지나자 노랭이 영감댁이라는 별호 대신
큰말 댁이라는 새 별호로 바뀌어 있었다.
주인이 된 며느리는 재산도 모았지만
어려운 이웃들에게 덕도 많이 베풀어서
한 평생 존경받는 삶을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