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을 끝내고 Desk Top이 설치된 책상 앞에서 일어난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막걸리를 해결할 만한 특별한 안주가 없다.
꿩 대신 닭처럼 대안은 김치다. 먹는 건 삶의 불가결한 한 요소다.
우리가 먹는 모든 것이 우리 삶의 형태를 빚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이나 찌개가 없어 라면을 끓이는 동안 사색에 잠긴다.
우리는 무한의 가장자리에서 날마다 무언가를 먹고 일을 한다.
시간의 흐름에 계절은 순환하고, 나무들은 자라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분유를 먹고 방바닥을 기어다니던 아기들은
부쩍 자라나서 제 갈 길을 찾아 떠나고,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늙는다.
그때 우리는 아, 세월은 참 빨리 흐르는구나 하며 탄식을 할 뿐이다.
1백세 시대지만 우리는 70, 80년 안팎을 생의 주기로 삼으며
일상의 일들을 수행한다. 삶은 현재를 감각하는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우리는 과거와 미래 사이에 걸쳐진 현재의 시공 속에 삶이 멈추고 머뭇거린다면
많은 것을 놓치게 될 테다. 현재의 소소한 일들에 충실한 당신이 놓친 것을 보려면
현재를 넘어 더 멀리 보고 더 넓게 품어야 되는데 넓게 끌어안는 일은 쉽지 않다.
누군가는 삶이 짧고 비루하고 잔혹하다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삶이란 기적 속에서는 고통조차 빛나는 까닭에 어느 찰나 불행마저
아름답다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사는 게 뜻대로만 되지는 않는다고들
한탄하지만 세계가 허락하는 선에서 우리의 의지가 실현될 수 있을 뿐이다.
그보다는 어떻게 올바르게 살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인생의 곧고 바른 삶은
도덕을 키우고 더 넓은 데를 조망하며 살 때 그 보상으로 주어지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