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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쑥 찾아온 친구, 그래서 더 반갑다

작성자부천이선생|작성시간26.06.21|조회수148 목록 댓글 2

불쑥 찾아온 친구, 그래서 더 반갑다

 

 

오전 11시 30분 경.

6시가 되는 것을 보고 잠자리에 들었으니 일어날 시간이 되었다.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이 근 30년이 되었다.)

갑자기 울리는 전화.

내가 동지라 부르는 친구의 전화.

 

'목소리가 왜 그래'

'어, 이제 일어날 시간이야.'

'점심이나 먹자.'

'나야 좋지.'

 

1974년 6월에 함께 군에 입대한 동기생.

 

1976년 여름, 현역으로 복무할 때에도 만났고,

2012년 동지의 아들 혼례에 함께 축하객이기도 했다.

 

나와 이름도 비슷한 이병욱.

일흔셋인 그는 아직 현역 헬기 조종사이다.

김포공항 후문 쪽 사무실에 출근했다가 나가는 참이란다.

 

'부천대학 후문 찍고 와.'

 

얼른 일어나 고양이 세수 하고 집을 나섰다.

 

부천대학 정문 쪽으로 가려고 신흥로를 지나는데

아, <능소화>의 계절이구나, 했다.

 

5층 건물 전체를 휘감고 있는 <능소화>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데, 만발했을 때에는 장관이다.

 

한 골목 지나니 이번엔 어느 가정집 화단.

 

<나리>가 탐스럽고,

 

<분홍낮달맞이꽃>은 산뜻하다.

 

정문 앞 배롱나무 그늘에서 잠시 앉아 있는데

금방 나타난다.

 

친구 차를 타고 세종가로.

※ <세종가> 알아보기 → https://blog.naver.com/lby56/223002382146

 

십수 년 단골 한정식집이다.

 

 

이렇게 점심 먹고.

지갑을 꺼내는데 친구가 먼저 계산을 했다.

커피는 내가 살게, 상동도서관에 강의할 때 단골이던 커피숍으로.

 

아이스 카페라떼 두 잔 놓고 지난 이야기들.

아들딸부터 동기생들 소식까지.

 

이야기 중에 두 번이나 화장실을 다녀오는 친구.

그래, 우리 나이 때에는 그놈의 전립선 그게 문제이다.

나 역시 한때 치료를 받았는데, 이제는 좀 견딜 만하다.

 

친구 - '밤일 하는데 지장 없냐?'

나 - '밤일? 있어야 하지.'

 

그렇다고 내가 뭔 변강쇠도 아니고

그저 내 아랫도리는 딱 내 나이만큼 정상이니까.

결국 칠십 넘긴 노인네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들이다.

 

우리는 그런 이야기만 나누지 않는다.

정치, 사회, 나아가 역사 이야기까지.

 

문득 감악산 어느 사찰에 헬기를 이용해 건설자재 옮기던 이야기 중에

홍길동과 임꺽정이 나왔고,

실록에 등장하는 실존인물이지만

소설에서 혹은 드라마에서 묘사한 것처럼 과연 그들이 의적이었는가를 설파하다가

오늘은 우리 현대사, 그 역사 기록이 얼마나 못믿을 것인지까지 이야기를 나눈다.

 

하긴 5.18 현장에서 현역 육군 준위 계급장을 달고 헬기 조종사로 활동했기에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아니 확실하게 진실을 알고 있는 그였다.

그가 아는 진실과 왜곡된 역사 - 언젠가는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언젠가는 우리 현대사를 기반으로 초고를 써놓은 내 소설을 다듬어야 한다.

그때 내가 알고 있는 역사문제도 이야기할 심산이다.

 

문득 생각이 나 손수찍기로 친구와 함께 담았다.

팔팔하던 20대에 만나 칠순을 훌쩍 넘긴 동네 할배들.

그것이 세월인 것을 어쩌겠는가.

 

외부순환로를 탈 것이라고 집 앞 도로변까지 태워다 주고 갔다.

 

'담배 좀 끊어라, 건강하고.'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 주는 친구의 말이다.

그 말이 무색하게 나는 그의 차가 출발하자마자 길 가 벤치에 앉아 니코틴을 보충했다.

어쩌겠는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을.

 

부일로로 들어서며 부러 꽃을 찾아간다.

 

<분홍남천>, 이제 얘도 끝물이다.

 

부일로의 <나리>는 만발을 했다.

 

막 피어나던 <나무수국>은 이제 한창이다.

부일로 상가에서 내어놓은 화분들의 꽃들로

지나다니는 우리네의 눈이 즐겁다.

 

공자님이 삼천 년 전에 말씀하셨다.

有朋自遠方來하니 不亦樂乎아.

벗이 있어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면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군 입대 동기, 50년 이상 이어져 온 인연.

그 정이 이렇게 불쑥 찾아오게 만들고

그저 반갑게 맞을 수 있게 되었다.

 

소식도 없다가 이렇게 불쑥, 찾아와

점심 먹자고 하는 친구가 있다는 것.

이게 사는 보람 아니겠는가.

이런 친구가 있으니 나는 참 행복한 놈이다.

 

— 6월 21일 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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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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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시니 | 작성시간 26.06.21 찾아와서 맛있는 밥사주고 가는 친구
    진정한 친구이지요.
    누구나 저런 친구가 되고 싶은데
    눈좀 씻고 찾아보아야겠습니다.

    이박사님이 좋은 사람이기에
    잘 살아오신 분이기에
    잘 관리하며 사신 분이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꽃이야기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부천이선생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22 늘 정성이 담긴 댓글,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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