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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솔로방

牛 여사 이야기

작성자균희|작성시간22.12.13|조회수388 목록 댓글 30


겨울 밤, 난 반추에 들어간다
풍성한 가을밭에서 무를 뽑아내듯
저 안, 소화 덜 된 추억뿌리를 끌어내어
우물우물 소처럼 되새김 하는 것이다

소여물을 줄 때가 있었다
먼 거리에서나 남남처럼 바라보던 소를
새댁이 되어 가까이서 마주했을 때
가끔 텔레비전서 꿈의 떡 맛처럼 보던
우랄 산맥 이라던가 바이칼 호라던가
소의 눈을 바라다볼 때 난 알았다
소도 나도 동시에 기억했다는 것을
소와 내가 함께 그곳을 떠올리는
거기서 함께 살아왔던 전생의 기억을
서로가 눈 마주칠 때 쩡, 했던 것이다

점잖아진 그 암소는, 아니 우 여사는
코뚜레와 연결된 짧은 밧줄로
외양간기둥 양쪽에 자유가 꿰인 채
움직임이 극히 제한되었음에도
제가 자는 바닥에 분변을 보지 않으려
외양간이 밧줄에 몸부림치도록
엉덩일 마당에 돌려 일을 크게 보곤 했다

늙은 감나무는 그때마다 구름을 끌어 내려
얼굴을 가리고 딴 델 보기 시작하고
햇덩이가 뭉텅뭉텅 떨어져 내리는
사랑채에 덧댄 함석차양을 피해
포도나무는 슬금슬금 감나무 밑으로
허리를 납작 숙이며 기어들기 시작하면
그 때, 집안의 어른께선 삽을 가져와
마당의 변을 외양간으로 날리시기를
고 첨지 윷 놀 듯, 하셨던 것이다
우 여사도 어른도 지치는 법 없이
무장무장 그 놀이를 전념하던 것이다

그래도 그 어른께선 소를 먹이신다고
복숭아 밭에 이리저리 향기 굴리는 파과를
목 뼈를 어깨에 파묻으며 이고 와서는
여물통 안에 씻을새 없이 넣어주셨다
그러면 그 소는, 아니 우 여사는
조개가 돌멩이를 진주로 품어 내듯이
얼마나 입안에서 굴리고 굴렸던지
아침에 일어난 외양간의 여물통 안에서
티끌이라곤 볼래야 볼 수 없는
진주처럼 반짝반짝 코팅되어진
복숭아 씨앗들이 빛을 내던 것이다

난 그것들이 사리처럼 보였는데
경건함에 앞 서 울컥거림이 먼저였는데
반추에 흠뻑 젖은 씨앗들을 눈 앞에 두고
행복의 열매를 맺기까지의
내 시시각각 예측 불가능한 정서를
우여사는 안다 안다 나를 얼러주었고
나는 신선한 풀을 베어다 보답을 했던 것인데
그런 걸주면 마른 짚은 먹잖는다 하시던
어른은 멀리 편한 곳을 떠나 가시고
나도 우랄산맥 같은 우라진 길을 돌아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오프로 전환된
인맥의 실체를 확인하며 감격하는
사회자의 재담이 샹들리에를 밝히는
연말 모임에서 소고기를 먹으며
차지고 감칠맛 나는 언어의 숲과
대륙 초원 같은 춤과 노래들을 건너가며
천지 시방 흩어져 이사람 저사람 에게
뼈는 뼈대로 살은 살대로
삶겨지고 구워지는 소의 한 부분인
스테이크 한 조각을 입 안에 굴리며
춤과 노래가 원형 테이블을 우우 휘감아 도는
우랄산맥과 바이칼을 오가는 인맥 속에서
우 여사를 한 없이 되새기고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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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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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균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12.13 호 태 기대치를 조금 낮추시면
    절세미인에서 조금만... ㅎ
  • 답댓글 작성자호 태 | 작성시간 22.12.13 균희 
    저는 항상 눈 깔고 다녀요
  • 답댓글 작성자균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12.13 호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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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균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12.14 우여사의 한 마디를
    나나님이 알아 들으셨군요 ㅎ
    고대로 틀리지않게 전해 주신
    나나님, 참말로 이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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