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빨간 스펀지 나이롱 잠바가 유행이었다.
어린 나는 그걸 입고 싶었는데
엄마는 내게 솜을 얇게 펴서
두루마기를 만들어 입히셨고
그게 또 회색이었다.
게다가 아망귀라고 고깔 비슷한
모자까지 만들어서 씌워주셨던 거다.
학교엘 가자 아이들은 내게 몰려와
와, 와~ 중이다 중.
중이 왔다고 내 주위에 몰려와서
나를 신기한듯 구경을 했던 것이다.
난 집에 돌아와 엄마한테 그랬다.
나 학교에 안 다닐래.
엄마의 마음을 마구 찌르고, 훑고...
아아, 두루마기!
내 시대에, 두루마기 입고 학교 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난 패션에 예민한 편이 아니다.
오히려 아주 무디어서 정말
매너가 없어보일 정도이다.
몇년전, 궁평항 바닷길 트레킹이 있었다.
난 다 낡은 블랙진에
그에 맞는 남방을 입고 나갔다
근데 어떤 남자 분이 나중에 그런 말을 하셨다.
남자를 만나러 오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다 떨어진 옷을 입고 나왔냐는 거다.
난 그랬다.
저는 남자를 만나러 간 게 아니고 그냥
트레킹을 나간 건데요.
그렇게 대꾸는 했지만, 나도 좀 거울을 보며 살아야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인데
얼마전 화솔방 송년모임에 다녀와서
카톡 프로필을 바꾸었다.
덕수궁돌담길에서 몽연님과 찍은 사진으로.
근데 그것을 본 딸애가 전화를 걸어왔다.
엄마 패션은 그게 뭐야?
체크 남방에 요란한 무늬의 스카프에
가방도 무늬가 있는 것을 들면,
그렇게 어지럽고 정신 없는 차림새가 어디에 합당한 복장이냐고.
한바탕 잔소리를 늘어 놓더니
그 체크남방은 모임에 입어서는 안되는 옷이란다.
어디 슈퍼에 갈 때나 입던지, 아님 재활용 함에 넣으란다.
그러더니 며칠 후,
멋쟁이 코트와 원피스를 택배로 보내왔다.
그리고 제발 옷 좀 아끼지 말고 사 주는 옷은
어서어서 입으란다.
언제 입으려고 맨날 꼭꼭 싸두기만 하냐고.
미안하다.
난 지금 반성하는 중이다.
그래서 새 옷을 입고 벌 서듯이
거울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이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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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균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2.12.15 골드훅 저도 딸 만 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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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차한잔 작성시간 22.12.15 궁금합니다
새옷 득템하셨으니
인증샷은 필수로
올려주시지요ㅎ
따님이 효녀로군요
행복하시겠어요
저도 딸이 있긴 있는데
워낙 냉정하고 쌀쌀맞아서
부럽기만 합니다
인증샷 안될까요? ㅎ -
답댓글 작성자균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2.12.15 균희 코트는 더워서 못 입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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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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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골드훅 작성시간 22.12.15 오분전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