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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사랑방

나의 바이오그라피ㅡ군시절 에피소드 12화

작성자다저스|작성시간26.05.25|조회수81 목록 댓글 2

[에피소드13]

727.4 남북공동성명이후 북쪽의 군사분계선 침투 및 도발이 거의 사라졌지만, 북쪽 정찰조의 침투가 간혹 우려되기도 했다. 그래서 수색중대의 임무는 적의 예상되는 침투 로(남방한계선과 군사분계선 사이)에 야간매복(두더지작전)을 선다든지 주간 수색정찰(들놀이작전) 활동을 하는 것이 주 임무였다. 나는 처음에는 주로 야간 매복을 나갔다. 지금은 30년이 흘러 무기체계가 엄청나게 발달하여 그때와는 차이가 많겠지만 내가 작전에 투입될 때의 휴대 장비는 그 당시로서는 최첨단장비였다.

 

우리는스타라이트스코프”(Star light Scope)라는 적외선야간투시경이 부착된 저격 소총과 적의 발자국소리를 탐지할 수 있는 진동 탐지기, 산개(散開) 분산된 각조와 신호 연락하는 견인줄, 월남전에서 위력을 나타낸 바 있고, 적을 폭사시키는 강력한 대인 지뢰인 크레모아 지뢰, 만약에 적이 도주할 경우 FDC(사격지휘소)에 포사격을 요청하기 위한 25KM이상 통달거리를 가진 AN PRC25무전기 한대, M79유탄 발사기1, 수류탄, M16개인화기, 전천후 방한피복인 공병우의 등으로 무장했다. 매복 임무가 중대하기 때문에 내가 매복 작전에 투입되면 내 이름이 군단 상황실까지 보고되었다.

 

어느 날 야간 매복을 하는데 진동 탐지기를 통해서 사람 발자국 소리가 나는 낌새가 있었다. 우리는 바짝 긴장이 되어 흩어져 있는 각조에 견인줄을 잡아당기고 서로 연락을 취하면서 만약에 경우에 크레모아를 폭발시키려고 준비했다.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나는 스타라이트스코프로 전방을 살폈다. 그런데 시커먼 물체가 가까이 오더니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도망가는 것이었다. 도망하는 물체를 자세히 보니 바로 오소리 한 마리가 아닌가! 우리는 실소를 했다. 그것도 모르고 크레이모아를 터트렸으면 일이 굉장히 커질 뻔 했던 것이다. 매복을 하고 있으면 노루도 지나가고 오소리, 여우도 돌아다니기 때문에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한다.

 

(강광우 자서전 내일 계속)

 

(강광우 바이오그라피 8)

 

[에피소드14]

내가 있는 화랑은 매우 아름다운 곳이었다. 1031고지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은 속까지 시릴 정도로 차갑고 맑았다. 계곡 쪽에 떨어져 있는 3소대가 있는 매화막사는 7.4 남북공동성명 오래전, 어느 날 야간에 북의 침투 조에 의한 화염방사기 공격을 받았다. 그 기습으로 인해 끔찍하게도 소변 보러간 사병 한명을 제외하고 소대원 전원이 불에 타서 몰사했다고 한다.

 

들놀이라고 부르는 수색정찰을 나가면 전령이 라면을 가끔 끓여 주었다. 싸리나무 껍질을 벗겨 불을 피우면 연기가 전혀 나지 않아 적에게 노출이 되지 않았다.

한번은 작전이 없는 날을 이용하여 낭만이 있는 권진성 중대장(육사 25)은 중대원들을 데리고 1031고지로 사냥을 나갔다. 사냥의 큰 성과는 없었지만 중대원들은 아름다운 산야에서 집단적인 사냥놀이를 즐기면서 야성을 마음껏 발산했다. 저녁에는 사냥한 동물을 요리해 먹으며 노래를 부르는 등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간부식당에는 전령들이 캐온 더덕요리와 각종 신선한 산나물 등이 나왔으며 특히 깊은 산에서 캐온 야생 칡을 다려 우려낸 칡차의 맛은 참으로 별미였다.

 

[에피소드15]

해가 지기 전에 나는 1개 분대를 이끌고 차량으로 매복 작전지역 가까이 이동한다. 그리고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방책 선을 열고 적이 모르게 비무장지대 안으로 투입되었다. 방책선 문을 따고 비무장 지대 안으로 들어갈 때 뒤에서 자물쇠 잠그는 소리가 철커덕하고 들리면 이상하게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매복은 일몰 후 30분이 경과해 투입되고 일출 전 30분에 철수한다. 철수하고 화랑에 들어올 때는 중대장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작전의 이상유무 확인과 부하장병 격려차 반드시 위병소까지 나와 맞이했다. 작전이 끝나면 아침을 먹고 점심때까지 계속 잠을 잔다. 작전이 없는 날은 새벽 6시에 점호를 취하고 4KM 구보와 축구시합을 하는 등 체력단련과 사격훈련, 작전에 필요한 교육을 실시한다. 작전을 나가기 전 나는 가끔 1소대 이영기 하사에게 기타 반주로 노래하기를 요청했다. 이 하사는 군에 오기 전 서울의 모 주점에서 라이브가수로 활동했던 경력이 있었다. 그는 특히 비지스의 나를 잊지 말아요(Don forget to remember me)”와 한국가요이별의 종착역을 멋지게 불렀다.

 

어느 날 3/4톤 다지(Dodge)차를 타고 매복지역으로 향해가다가 마주보며 오는 차량과 부딪칠 뻔 했다. 좁은 산길 도로에서는 서로 조심하지 않으면 교통사고가 간혹 날 수 있었다. 특히 강원도 지역은 험준한 곳이라 아래를 보면 천길 절벽이 있는 곳이 많았다. 따라서 대형교통사고가 가끔 나기도 한다. 우리 차는 마주 오는 차를 아슬아슬하게 피하여 낭떠러지 반대편 구덩이로 뒹굴었다. 다행히도 인명은 다치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히 커브를 돌면서 경적을 울리거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주행해온 상대편 차량의 잘못이 컸다. 또 작전을 나가는 부하들의 사기도 고려, 나는 상대편 선임탑승자인 소대장을 심하게 질책하고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자 내 기세에 눌려 소대장은 연신 허리를 굽히며 사과를 했다. 자칫 잘못했으면 큰 사고가 날 뻔 했던 일이었다.

 

[에피소드16]

매복 작전에 투입 된지 며칠 안 되었을 때 군단 정보처의 모 소령이 우리 중대에 불시 작전검열을 나왔다. 그는 중대장으로부터 중대현황을 청취 한 뒤 별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자 지적사항을 만들어 내기 위해 햇병아리 소대장인 나를 중대 행정반으로 불렀다. 운이 나쁘게도 그날 매복은 마침 내가 담당하게 되어 있었다. 수색중대 복무요령에는 원래 작전에 투입하기 전에 반드시 작전 소대장은 투입될 매복 장소에 관한 작전요도(作戰要圖)를 작성하게끔 되어 있었다. 이 작전요도에는 병력 배치 현황과 휴대 장비, 무기, 작전요령, 지도상 좌표를 명시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통상 중대에서는 매일 같은 장소에서 반복되는 작전인지라 생략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준비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검열관의 느닷없는 지적에 중대장은 몹시 당황했다. 더구나 3개 소대장 중에서 근무를 며칠 밖에 하지 않은 신출내기인 내가 금일 작전 검열을 받게 되었기 때문에 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런데 중대장은 내가 화랑에 처음 부임했을 때 연대에서 작성한 수색중대 근무요령에 관한 소책자를 내게 공부하라고 준 적이 있었다. 다행한 것은 내가 그 책자에서 작전요도를 작성하는 요령을 잠시 본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기억력이 탁월한 20대 중반의 나이였던 나는 잠깐 본 책의 내용이지만 기억을 더듬어 복기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실제 작전에 투입되는 장비, 무기, 병력 배치 현황을 작전요도 작성 요령에 따라 훌륭하게 작성하였다. 그런데 한 가지 매복지점을 표시하는 군사지도 상의 좌표를 나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그동안 군사작전지도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좌표는 유사시 작전지역을 카버 하는 포병의 사격지원을 받기위해서는 필수적인 암기 사항이었다. 그러자 이것을 눈치 챈 중대장은 행정병을 통해 작전지도상의 좌표를 적은 쪽지를 검열관 몰래 나에게 전달해 주었다. 나는 즉시 좌표를 명기한 작전요도를 완성하여 검열관에게 제출하였다. 중대장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 대하여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신출내기 소대장인 내가 한 번도 작성해 보지 못한 작전요도를 이렇게 완벽하게 해 내 줄을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나는 그 당시 상황이 얼마나 강렬했던지 그 때 기억한 작전지역 좌표를 70이 넘은 나이인 지금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검열이 끝나고 내가 작전에 투입되기 직전 육사 30기인 1소대장인 박병남중위는 나에게 이번 검열은 베테랑인 자신이 받아도 이 이상 더 잘 할 수 없었을 거라고 칭찬을 해 주었다. 나에게 있어 조그만 보람과 기쁨을 느끼게 한 사건이었다. 화랑을 떠난 후에 1대대 3중대에 근무할 때 중대 ATT에서도 훈련 검열이 있었지만 화랑에서 만큼 멋지게 해 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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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다저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5.25 new 참고 :화랑은 12사단 51연대 직할 수색중대를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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