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스키 코르사코프 왕벌의 비행
손쉬운 요리법과 매운 요리를 사랑하는 한국인의 입맛에도 딱 맞는 매콤한 식감 덕분에 브런치 메뉴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샥슈카 (Shakshuka/شَكْشُوكَةٌ)'는 아랍어로 '혼합물'을 뜻합니다. 마치 '섞어찌개'와 비슷한 의미의 '샥슈카'는 오늘날 북아프리카에 속하는 '마그레브 지역', 즉 모로코나 튀니지, 알제리 등에서 생겨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아프리카와 이집트,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사랑받는 것은 물론 이스라엘로 전파되어 이스라엘의 국민 음식이 된 샥슈카는 후라이팬에 올리브유와 양파, 마늘, 그리고 토마토를 함께 볶은 후 고추, 피망, 고춧가루, 후춧가루 등과 물을 함께 넣어 졸여서 완성하는 매콤한 뜨거운 토마토 스튜 요리죠.
향신료의 매콤함이 일품인 샥슈카
작은 후라이팬으로 요리하여 그대로 내어 먹는 샥슈카의 화룡정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음식의 가운데 부분을 파 날달걀을 깨트려 넣어주는 것입니다. 뜨거운 샥슈카 사이에서 익어가는 달걀을 잘 섞어주면, 달걀이 위가 아플 정도의 매운 맛은 희석해주는 역할을 해준답니다.
취향에 따라 새우, 소시지, 가지, 고수 등의 다양한 식재료들을 더하여 다채로운 아랍식 '섞어찌개'를 즐길 수 있는 샥슈카는 먹다보면 벌이 혀를 쏘는 듯한 얼얼함이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에 영어로는 '에그 인 헬 (Eggs in Hell)', 즉 '지옥 속의 달걀'이라고도 부릅니다.
지옥 속의 달걀이라는 으스스한 이름을 가진 샥슈카와 매우 잘 어울리는 클래식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이죠.
발라키레프를 주축으로 해 무소르그스키, 보로딘, 쿠이와 같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국민악파 음악가들이 모인 '러시아 5인조 (могучая кучка/ Morguchaja Kutschka, 힘센 무리)'의 일원이기도 한 '니콜라이 림스키 코르사코프 (Nikolai Andrejevich Rimsky-Korsakov, 1844-1908)'는 3개의 교향곡을 비롯하여 관현악 모음곡 '세헤라자데', '스페인 기상곡', 오페라 '금계', '술탄 황제의 이야기' 등을 작곡하였습니다.
러시아어로 쓰여져 흔히 연주되지는 않는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오페라들 중 '술탄 황제의 이야기 (Tales of Tsar Saltan)'은 그가 1899년간 2년간 작곡하여 완성한 해인 1890년에 모스크바에서 초연을 올린 4막의 오페라입니다.
러시아의 대문호 '푸쉬킨 (Alexander Sergeyevich Pushikin, 1799-1837)'이 러시아 구전을 바탕으로 쓴 동화 '살탄 황제와 그의 아들인 멋지고 힘센 기사 살타노비치 대공과 아름다운 백조 공주 이야기 (The Tale of Tsar Saltan, of his Son, the glorious and mighty Knight Prince Guidon Saltanovich and of the beautiful Princess Swan)'을 바탕으로 한 오페라가 바로 '술탄 황제의 이야기'입니다.
술탄 황제는 자신의 나라에서 가장 부유한 상인의 세 딸 중 가장 아름다운 막내딸을 왕비로 맞게 됩니다. 술탄 황제가 전쟁을 진두지휘하러 궁정을 떠나있는 사이 임신 중이었던 왕비는 살타노비치 왕자를 출산합니다.
하지만 왕비를 질투하던 두 언니들은 왕비가 괴물을 출산했다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게 됩니다. 이러한 괴소문을 전해들은 술탄은 매우 분노하고, 왕비와 어린 왕자를 나무통에 집어넣어 바다에 던져버리라고 명령합니다.
간신히 목숨을 구한 왕비와 왕자는 파도를 따라 마법의 섬에 도달하게 되고, 모든 과거를 잊고 둘이서 평화롭게 지내기로 합니다.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청년이 된 왕자는 해변을 산책하다 연에 걸려 죽을 뻔 한 백조 한 마리를 구해줍니다. 연은 뺄 줄 모르지만 마법을 쓸 줄 알던 백조는 자신을 구해준 보답으로 섬에 도시를 세워 왕자에게 통치권을 갖게 합니다.
1907년 작 술탄 이야기
또,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왕자가 아버지를 직접 만나고 싶어한다는 것도 알게 된 백조는 왕자를 왕벌로 변신시켜 술탄을 찾아갈 수 있게 도와줍니다. 마침내 아들을 통하여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술탄 황제는 마법의 섬으로 찾아와 왕비와 재회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백조는 공주로 변하여 왕자와 결혼식을 올리게 됩니다.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오페라 '술탄 황제 이야기'의 2막 1장에 등장하는 '왕벌의 비행 (Flight of the Bumblebee)'는 원래 오케스트라를 위한 관현악 곡으로 작곡된 매우 빠른 곡입니다. 왕자가 벌로 변신해 술탄 황제를 찾아가는 장면에 등장하느 이 곡은 원곡 버전보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편곡이나 피아노 독주를 위한 편곡 등으로 더욱 자주 연주되고 있습니다.
정말 벌이 윙윙거리며 날아가는 듯한 느낌의 멜로디가 익살스러움을 자아내기까지 하는 이 곡은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대표작이자 영화 <샤인>, <말할 수 없는 비밀>, <피글렛 빅 무비> 등에서 배경음악으로도 쓰여 긴장감을 자아내며 우리에게도 매우 친숙해진 작품입니다.
살짝 구운 빵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는 샥슈카
아랍을 배경으로 한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오페라 '술탄 황제의 이야기' 속 가장 유명한 곡 '왕벌의 비행'이야말로 벌이 혀를 톡 쏘는 듯한 매콤함으로 무장한 아랍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대표 음식 '샥슈카'와 잘 어우러지는 클래식 곡이 아닐까요?
박소현 / CLASSIC. 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