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산은 한창
녹색빛 물이 들고 있었다.
걷다가 쉬다가
쉬다가 걷다가...
쉬엄쉬엄 산길을 오르는데
숲 속에서 산새가 운다.
처음 들어보는
산새 소리다.
그 산새 울음소리가
어찌나 고운지 발길을 잡는다.
이마의 땀을 닦으며
길섶 잔디 위에 앉았다.
그때 마침,
마즌편에 콩밭(?)매는 아지매가 보인다.
"아지매요,
저 새가 무슨 새인교?"
"..."
몇번을 물어도 대답이 없다.
못들었나 싶어 무릎걸음으로 가까이 갔다.
"아지매,
새소리가 참 곱네요."
"..."
그냥 말없이 돌아 앉는다.
그래서 더 가까이 엉금엉금 다가갔다.
"아지매요, 저 새이름이 뭔교?"
내가 계속 물으니,
그제서야 호미자루를 놓으며 돌아앉는다.
허리에 차고간 물병에서
시원한 물 한 잔을 따루어 건냈다.
아지매가 목을 축이고 나서
얼굴만 붉히고는 여전히 말이 없다.
다시 물었다.
"새소리가 너무 고운데..."
"저, 있잖아요, 그게 저...말하기가 좀"
"새 이름이 너무 긴가요?"
"그게 아니고..."
"그럼?"
"홀딱벗꼬새라 합니다."
"흐미...!"
옛날부터 이곳 시골에서는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 새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
내가 오히려 부끄러워하니까,
한마디 더 했다.
그 새를 볼 수 있는 방법이 딱 하나 있는데
그게 뭔고 하니...
새를 보고 싶으면
숲 속으로 들어가서 홀딱 벗고 찾아보면
"홀딱벗꼬새"가 보인다는 것이다.
그말을 하고서 아지매는
다시 콩밭을 매기 시작한다.
그참,
홀딱벗꼬새라니...
그래서 그런지
새 울음소리가 그렇게 들려왔다.
홀딱,
벗꼬오,
홀딱,
벗꼬오오~ ~
내친김에 숲 속에 들어갈까?
그냥 홀딱 벗으까?
보고 싶어 미치겠는데...
.
.
.
.
.
어느 시인의 말대로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는 세상에 너희는 마땅히 성불하리라.
그때 너희 국토에 청정하고 착한 보살이 가득하여
너희 선남자 선여인들은 여래의 옷을 입고 여래의 자리에 앉으리라.
아난아, 너는 마땅히 알라.
여래가 중생을 버리지 않느니라. . . . . . . .
2008년 5월 어느날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호가정 작성시간 23.05.05 2008년이라...
아득한 옛날처럼 느껴집니다
가벼운 산행 건강에 으뜸이다 할 수 있는데... -
작성자기만 용용 작성시간 23.05.05 2008년이면 공직퇴직을 1-2년 남겨두었는데 퇴직한지가 벌써 14년이 되가네요 덧없이 무심히 세월만 가는군요 세월아 시간 아 가지를 마러랏 가려거든 너희들만 가거랏 나는 오래오래 동안 산행과 둘레길을 벗삼아 건강 행복 세월을 보내련다 하하하 감사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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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리즈향 작성시간 23.05.05 와
2008년 ~~~
그땐 저도 사느라 바빴던 때 인데요
지금이 호 시절 이죠
사진과 글이 신의 한수 입니다 -
작성자채스 작성시간 23.05.05 저는 2013년에 가입했어도
7~8년간 카페활동을 하지 않아
수요산행방이 있었는지 잘 모릅니다 만~
홀딱벗고새가 어떤 샌지
함 봤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