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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안성기가 타계했다는데

작성자석촌|작성시간26.01.06|조회수442 목록 댓글 6

 

별이 지다

 

흔히 대중의 인기를 크게 끄는 인물을 스타라 한다.

특히 유명배우를 그리 부르는데

우스갯소리로 스타란?

스스로 타서 빛을 발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한다.

 

그런 안성기가 어제 타계했다.

1957년, 다섯 살의 나이로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에 출연해

이제까지 17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한다.

 

나는 연기력도 연기력이지만

그의 인품에 마음이 끌렸다.

그중에서도 겸손이다.

아마도 그래서 그를

'국민배우'라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그가 출연했던 영화 '화장'을 다시 불러내본다.

 

 

             화장

 

                        김 난 석

 

“당신의 이름은 추은주(秋殷周).

제가 당신의 이름으로 당신을 부를 때,

당신은 당신의 이름으로 불린 그 사람인가요.

당신에게 들리지 않는 당신의 이름이,

추은주, 당신의 이름인지요... “

 

2004년도 이상 문학상 수상작인 김훈의 소설

<화장>에 나오는 주인공 오상무의 독백이다.

55세의 나이가 되도록 치열하게만 살아온 오상무는

화장품회사의 중역까지 올라 한 조직의 중책을 맡고 있다.

 

하지만 세 번의 수술과 4년째 병상에 누워있는

아내를 간병해야 하는 고달픈 실정이기도 하다.

육신은 피폐할 대로 피폐해

오줌을 수시로 호스로 빼내어야 하는

요로폐쇄로 성기능 무력의 좌절 속에 살아가야 하는데,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20대의 미모 여성 추은주를 보는 순간

왠지 모를 연모에 빠져들게 된다.

 

“아, 살아있는 것은 저렇게 확실하고 가득 찬 것이로구나 싶어서,

저의 마음속에 조바심이 일었습니다...”

 

그가 토해내는 독백은 이렇게 이어지고 있으니,

갑자기 역동적 삶과 성에 대한 불꽃이 일어

내면에서 활활 타고 있지만

정작 추은주에게는 이르지 못하고 갈등만 겪으며

먼발치에서 바라볼 뿐이다.

 

“당신은 계절마다 옷을 바꾸어 입었고,

입사한 지 여섯 달 만에 청첩장을 돌리며 결혼했고,

당신을 꼭 닮았다는 딸을 낳았고,

어쩌다가 회사 복도나 엘리베이터에서 당신과 마주칠 때

당신의 몸에서는 젊은 어머니의 젖 냄새가 풍겼습니다.

당신의 몸 냄새는 저의 몸속으로 흘러들어왔고,

저는 어쩔 수 없이 당신의 몸을 생각했습니다...”

 

독백은 이렇게 이어지고 있으나

마침내 아내는 죽음을 맞는다.

납골당에 유골함을 맡기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거기까지 따라온 인사담당 이사가 회사 소식을 전하게 된다.

 

“상무님, 추은주가 오늘 사직서를 내고 회사를 떠났습니다.”

 

“추은주라면? 그 기획과의 여직원 말인가? 얼굴이 갸름한?...”

 

“그렇습니다. 남편이 외무공무원인데,

워싱턴으로 발령을 받아 간답니다.”

 

맨 처음 화려한 의상으로 입사 인사 왔던 추은주가

까만 소복차림으로 문상 온 뒤에

그렇게 옆에서 사라진 것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여름에 출시할 신상품에 대한 컨셉을

“내면 여행” 으로 하자는 건의와

“가벼워진다” 로 하자는 건의를 받고

양자택일해야 하는 고민도 해야 하며,

아내의 유품도 정리해야 하는 오상무다.

 

이윽고 아내가 벗 삼아 키우던 개를

동물병원에 데려가 안락사시키고

유품도 하나하나 불태우고 나서

“내면 여행”은 아무래도 관념적이라는 생각 끝에

“가벼워진다” 로 결정한 뒤에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져들게 된다.

 

작가는 화장을 火葬이라 하지도, 化粧이라 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작가의 의중이 어느 쪽에 무게중심을 둔 것인지도 궁금하다.

 

전자는 상실 내지는 없애버림을 뜻함이요

후자는 꾸밈 내지는 드러냄을 뜻할 텐데,

상실에서의 무력감과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을

날줄과 씨줄로 엮어 인간내면의 본래적 갈등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임권택 감독은 오래전부터 김훈의 소설 <화장>을

영화화해보고 싶었다고 했단다.

영화에서는 추은주를 대신한 김규리의 매혹적인 젊음과

오상무를 대신한 안성기의 선망 어린 눈초리를 대비시켜

갈등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오상무가 아내의 유품을 하나하나 불태우면서

지갑에서 자신의 사진이 나오자

얼른 안주머니에 집어넣는 장면은

자신을 지키자는 의지요,

곧 출시할 상품의 컨셉을 “가벼워진다” 로 결정한 건

이제 처지에 맞춰 허욕은 버리고 가볍게 가자는 암시로 전해졌다.

 

노감독의 메시지도 그런 체념이 아닐까 싶은 것이어서

나는 이 영화가 서글펐다.

 

사람이 태어나면 갖은 꾸밈을 하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화장품에도 기초화장품과 색조화장품이 있듯

기본적인 꾸밈 외에 현란한 꾸밈도 해본다.

그것이 얼굴에 화장품을 바르는 것을 넘어

온갖 위세와 작위도 동원된다.

 

하지만 황혼기에는 그들 모두 마다한 채

민낯으로 나기 마련이요

중당에는 화장터로 실려 가게 되는 게

우리의 운명이 아니던가.

 

이젠 가벼이 할 일이다.

등도~ 어깨도~ 두 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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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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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석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1.06 오래 투병생활을 해온 모양이던데
    안타깝데요.
  • 작성자산애 | 작성시간 26.01.06 안성기님은 원래 1950년 생으로 범띠 라고 합니다.
    다만 생일이 1950년 말일 인 12월 31일이 생일인데
    호적이 1952년 1월 1일로 약 1년 정도 조금 늦게 올려져 있어
    학교는 저보다 1년 늦게 다닌 걸로 압니다. 또 ROTC 12기로 임관을 했고
    1950년 3월 생인 조용필과 중학교 동기 동창으로 짝꿍을 할 만큼 절친 이었다 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석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1.07 그렇군요.
    여하튼 실제나이가 몇 살 차이가 나든 상관없이
    참 아까운 이별인 것 같습니다.
  • 작성자리즈향 | 작성시간 26.01.07 국민배우 안성기 님
    분위기가 남달랐지요
    혈액암 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고 들었어요
    ♡♡♡
  • 답댓글 작성자석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1.07 그렇군요.
    아직 젊은 나이인데요.
    안타깝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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