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연주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 1. 성악연주의 독특성
우리는 일반적으로 예술을 같은 부류의 것으로 생각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예술은 그 표현 방법에 따라 완성예술과 표현예술(재생예술)로 분류되어야만 한다.4) 이 관점에서 볼 때 음악연주는 표현예술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음악이라는 말에서도 나타나고 있다.5)
그러나 무엇보다도 표현예술의 주체적 역할을 하는 음악연주의 독특성 즉 작품과 청중사이를 매개하여 작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어 그것을 현실적 존재로 만든 것에서 볼 수 있다.6)음악연주는 일반적으로 크게 기악연주와 성악연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성악연주는 악기(instrument)라는 제 3의 음향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연주자 자신이 목소리를 통하여 청중을 상대하고 있기에 예술 음악연주의 독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성악연주의 독특성은 다음 몇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음악에서 연주가 존재한다는 것은 음악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의해서 성립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회화(painting)를 가르켜 침묵의 예술, 고독한 예술이라고 하는데 우리와 회화와의 관계는 사람과 물질과의 관계이다. 즉 작품이 완성되면 창작자는 작품을 두고 사라지며 그를 직접적으로 접촉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주는 연주자를 중심으로 작품(작곡자)과 청중을 인격적으로 만나도록 한다는 것이다.7) 더욱이 성악연주는 한 사람의 인격을 가장 잘 대변해주고 있는 '언어'를 음악과 함께 매개도구로 사용하는 독특성을 가지고 있다.
키에르케고르는 "예술의 표현은 이념과 매개로 성립된다. 매개가 구체적이기 위해서는 언어와 가깝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구체적인 매개는 언어이기 때문이다."라고 하여 예술에 있어서 언어매개의 중요성을 언급하였다.8)
둘째,
성악연주는 기술적인 측면이상의 것이다. 즉 성악작품에 대한 다양한 자료는 지식적으로 수용할 뿐만 아니라 연주대상 작품에 대하여 연주할 수 있는 충분한 내적 동기가 유발될 수 있도록 무엇보다도 그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야 할 것이다.9)
셋째,
작품을 청중에게 매개해 주는 면에 있어서 연주자 자신의 몸을 사용하는 것이기에 작품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그 어느 것 보다도 가장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작품이해와 작품전달 즉 연주과정에 있어서 성실성의 부족과 통제되지 않는 개인의 감정 등은 청중들에게 순수하게 전달되어질 수 있도록 실제적인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넷째,
재창조자로서의 성악연주자의 지위가 사회적으로 널리 인식되어지고 있다. 성악연주라는 행위가 독립된 고유한 영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때 기악음악에 종속된 것으로 간주되어왔다. 그러나 기악곡이 너무 기교적이라는 회의와 함께 과거의 작품들이 연주라는 과정을 통해 재현되는 기회가 많아짐에 따라 성악예술의 진가 즉 '인격적인 재창조'라는 측면이 청중들에게 부각되고 있다.
이상에서 성악연주의 독특성을 몇가지 살펴 보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것을 성악연주자가 인식하고 있지 못함으로 많은 경우에 성악예술 작품들이 순수하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으며 성악연주의 가치와 그 권위가 충분히 발현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성악예술 작품을 대하는 성악연주자들의 태도와 구체적인 준비 및 대책이 요구된다.
4) 음악은 재생예술에 속한다. 그것은 음악의 <소리의 울림>이 순간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반복, 재생산을 필요로 하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또한 음악작품은 비실재적이고 우리가 그것을 감각적으로 포착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것이 현실화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 재생산과 현실화를 맡은 행위가 연주이며 음악은 연주에 의하여 그때마다 다시 새롭게 소생한다.
5) 우리들이 오늘날 쓰고 있는 [음악]이라는 말은 영어의 Music, 독일어의 Musik, 불어의Musique, 이탈리아어의 Musica에 해당하는 말일 것이다.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라틴어의 Musica를 지나 그리스어의 Mousike에 이르게 된다. 다시 이 Mousike는 Apollo를 따르는 Mousai에서 유래 되었고 그 의미는 무사히적 즉 표출적 예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료:저자,국안 양 <음악미학입문>.p.82
6) Ibid.p.167) 현대에 이르러서는 음악에 있어서도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의 관계는 사라져 버렸다/ 우리와 음악을 접하게 해주는 매개는 사람에서 기계적 장치 즉 레코드, 녹음테이프 또는 라디오나 텔레비젼으로 변했기 때문에 연주자를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현대의 사건들이 우리와 음악과의
만남의 그 근본부터 변혁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8) Ibid.p.639) 작품을 쓴 작곡가를 이해하려 할 때, 우리는 우선 그가 소리의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의 소리의 세계는 그의 창조적인 영감에 의하여 생기있게 움직이게 된다. 역시 흔히 쓰는 말을 사용하자면 '악상이 떠오른다' 좀더 분명히 말하면 그 악상은 음악이 전개되어 나가는 힘을 만들어 주는 확실한 박자와 선율로 구성되어 있다. 영감은 순긴적으로 올 수도 있고 점차적으로 성장, 발전할 수도 있다. 이는 성악연주자가 곡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 즉 영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