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을은
청현/류 을혁
섣부른 열정이
주체할 수 없이 솟구치던
산만했던 젊음은
어느덧 세월의 무게에 눌려
묵직해졌고 그래서일까
하늘의 투명함이 얼마나 깊은지
바다가 왜 푸른지 알 것 같은 것은...
덧없이 흘려버린 세월에
탄력 잃은 육신은
점잖음으로 위장하고
속이 차지 않은 쭉정이는
애써 소매 깃에 쑤셔 넣어 감추며
굳어 어색한 가식의 웃음으로
또 하루를 보낸다.
보내는 것에서 얻는 것이 있다면
혹 위안이 될 수도 있으련만,
보내고 또 보내면서 오히려
근심과 두려움만을 느끼는 것은
지난 세월을
채움 없이 보낸 결과이리라.
유난히 파랗게 하늘이 높은 날
마음이 자꾸만 추워지는 것은
가을이 가는 길목에
회한이 깊어지는 까닭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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