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와 인내심이 없으면 졸업장을 받을 수 없다.
◆ 김송연 (북경대 역사과 4학년)
희망과 기대를 안고 중국 땅을 밟은지 4년이 넘었다.
중국에서 생활한지 짧지 않은 4년 4개월이란 시간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자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된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이제 북경대학교 역사과 4학년,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입장에서 지난 잊지 못한 4년간의 중국생활을 되짚어 보려 한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나는 기회의 땅 중국에 왔기에 도피 유학이 아니냐는 오해를 가끔 받기도 한다. 이럴때면 변명 아닌 변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난감하기 짝이 없다.
우선은 소위 말하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이렇게 말한다.
"수능에도 실패하지 않았고, 학교 성적도 상위권이었어요. 내가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공부하는 것은 내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고, 이 투자는 나에게 좋은 기회를 접하게 해 줄 거라 믿어요. 중국을 선택한 것은 아버지가 이곳에 계셨기 때문이고 말 그대로 기회의 땅이라잖아요. 정말 큰 뜻이 있어서 온 거예요.:
사실이지만 , 이렇게 말하는 것은 보통 쑥스러운 일이 아니다. 나름대로 큰뜻이 있어 왔으니 공부도 남들보다 몇배는 해야 하는 것이 당연지사.
나의 제1의 과제는 중국말을 배우는 것이었다. 아침 8시부터 12시까지는 학교에서 중국어 수업을 받는다. 집으로 돌아오면 중국인 과외선생님이 기다리고 계시고나의 과외시간은 한두 시간이 아닌 무려 7시간. 과외가 끝나면 복습하기 바빳기 때문에 늦은 시간에나 잠이 들었다.
이런 생활을 하다보니 학교에선 천재로 불리고 길거리나 상점에서는 중국인으로 오해받기도 했다.
물론 이런 오해는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 유쾌한 오해다. 그 당시 목표는 북경대 입학하여 수재들과 같이 공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북경대 예과반을 선택하게 되었다.
내가 예과에 다니고 있을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예과를 통해 북대에 입학하여도 퇴학당하거나 포기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더라"라고 말하곤 했다.
이러한 말을 들었을때 마다 이를 악물고 눈물 흘려가며 공부해야 했고 오기도 발동하게 되었다.
눈물의댓가로 나는 북대에 입학 할 수 있었고 중국인도 어려워 한다는 역사를 전공하게 되었다. 역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땅의 기록이며 순환하는 역사로 인해 이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한다고 생각 했다.
힘든 공부지만 이제껏 전공을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이 없다.
지금 되돌아보면 입학이란 기쁨도 잠시였던 것 같다. 북대는 엄격한 유학생 관리로 유명하다. 내가 입학 했을 당시 학교 선배들은 졸업장이 아닌 수료증을 받기 일쑤였다.
4년 내에 졸업하지 못하고 6년 동안 대학에서 공부한 선배들도 적지 않아서 일명 북경 초등학교라 불렀다. 한 학기에 전공과목 60%를 이수하지 못하는 경우, 4년의 대학생활에서 전공 8과목에 대해 합격점수 (60)점을 받지 못하였을 경우,
논문이나 숙제는 베끼거나 커닝을 해서 적발되는 경우 등 퇴학처리 되는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유학생이기 때문에 봐준다는 것은 환상에 그치는 말이었고, 별다른 기대 없이 공부만 하는 것도 이곳의. 또 나의 현실이었다.
모국어가 아닌 한어로, 중국 수재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해야 했기 때문에 중간에 포기 하고 싶은 생각도 여러 번 했었다.
평소 틈틈이 공부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이거니와 시험기간에 쌍코피 흘려가며 또 내가 스스로를 타일러 가야 했다.
그렇게 했기 때문에 경쟁에서 뒤떨어 지지 않을 수 있었다.
예전 동기들과의 대화에서 "시험기간에 자는 것은 시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유머스러한 한 문장에 불과하지만 나의 생활을 잘 표현한 문장임에 틀림없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오기와 인내심이 없으면 수월한 졸업을 보장 받을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잊을만하면 한번씩 매스컴에서 중국유학의 실태를 고발 한다고 떠들어대는 것을 보면 너무나 속상하다.
정말 한 사람이나 소수를 보고 전체를 묶어 고발하는 그들을 볼때면 너무나 섣불리 판단하여 방송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 고등학생이 나에게 물었다.
"누나 북대생들은 술 마실때도 손에 책들고 마신다면서요?" 황당한 이 질문을 듣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그 아이도 대학생활에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이제 나는 졸업을 앞둔 상태라 이 모든 이야기가 웃으며 회상 할 수 있다.
하지만 직접 겪어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무슨 자랑을 저리하나'라고 받아들일 것이 뻔하다. 이 이야기들은 자랑이 아닌 순수한 나의 유학 경험이다.
나의 이 수기가 말 많고 탈 많은 중국유학에 망설이고 있는 이들이나 지금 어딘가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중국 유학생들에게 일명 '충격'이나 '지침서'가 되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힘든 나의 유학생활을 포기하지 않도록, 옆에서사랑으로 돌봐 주시고 격려해 주신 어머니와 지혜와 총명, 인내와 오기를 허락해 주신 주님께 감사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