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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미술

중생의 고통을 구제하는 약사여래의 분신/십이신장상

작성자17기/智雲/李永植|작성시간16.11.15|조회수173 목록 댓글 1

탑이나 불전 안팎을 살피다보면 때로 얼굴은 동물이고 몸체는 사람을 닮은 형상의 십이지상()을 만날 수 있다. 그렇지만 십이지는 불교적인 의미보다는 우리네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동물들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옛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세화()1)의 일종인 〈직일신장도〉()2)를 집 안팎에 붙여놓고 잡귀의 침입을 막았다. 또 해마다 해당 동물이 지니는 상징 의미를 마음 속에 새기며 새해를 맞는 자세를 가다듬기도 하였다. 이런 전통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사찰의 십이지상이 갖는 의미는 민간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가?

십이지의 원조는 고대 천문·역법과 관련된 도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고대 바빌로니아에는 우주와 천계의 운행을 나타내는 ‘천계십이수환’()이라는 도상이 있다. 그 표현 형식을 보면, 원을 중심에서 12등분하여 열두 방위로 삼고, 각 방위마다 그에 상응하는 동물과 인물 등 열두 가지 형상을 순차적으로 배치해놓았다. 각 방위에 그려진 형상은 보병(), 쌍어(), 백양(), 금우(), 쌍녀(), 게[], 사자(), 실녀( ; 처녀), 천칭(), 천갈(), 인마(), 마갈( ; 고래 또는 큰 자라)이다.

이렇게 형성된 천문·역법의 도상이 기원전 1,000년경 알렉산더 대왕의 동정() 시기에 즈음하여 서아시아 문화가 중국에 전래될 때 함께 유입되었다고 보는 설이 유력하다. 중국에 유입된 서아시아의 천문·역법 도상이 중국식으로 재창조되는 과정에서 그들의 생활과 친밀한 동물로 대체된 것으로 학자들은 믿고 있다.

중국의 십이지는 도교의 방위신앙을 바탕으로, 동·서·남·북 등 각 방위에 상응하는 열두 마리의 동물로 구성되었다. 그 동물들은 각각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이고 이들 가운데 고대 바빌로니아의 십이수환에 들어 있는 동물은 소와 양뿐이다.

국립경주박물관 뒤뜰의 십이신장상

국립경주박물관 뒤뜰의 십이신장상중국에서 탄생한 십이지는 도교의 방위신앙을 바탕으로 하여 각 방위에 상응하는 열두 동물로 구성되었다.

한편 불교에도 십이수()의 개념이 있다. 『십이인연경』()3)에 의하면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쥐, 소, 사자, 토끼, 용이 십이수로 등장한다. 이 가운데 사자만이 중국의 십이지동물과 다를 뿐 나머지는 거의 같다.

경에 의하면 이 짐승들 하나하나가 각기 자신의 자애()를 닦으면서 밤낮으로 염부제 안을 순행하면,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존경하게 된다고 한다. 이때 과거 부처의 처소에서 이미 원()을 세운 한 짐승이 밤낮으로 염부제를 편력하면 나머지 동물들은 자애를 닦는다. 7월 1일부터 쥐를 첫째로 하여 2일에는 소, 3일에는 호랑이의 순서로 진행되며 13일째에 이르면 다시 쥐에서부터 편력이 시작된다. 그러므로 이 땅에 금수가 많다고 하였다.

석탑이나 불전의 벽에 장식된 십이신장상을 보면 대체로 갑옷이나 도포를 입은 사람의 몸에, 얼굴은 쥐·소·호랑이·토끼 등 십이지의 동물 모습을 하고 있다. 석탑의 경우 주로 기단부 면석에 양각으로 새겨지는데, 일반적으로 4면을 돌아가면서 1면에 3구씩 조각한다.

통일신라시대(남북국시대)에 건립된 경주 원원사터 동·서삼층석탑의 상층 기단석에 새겨진 십이신장상을 예로 들어보자. 사람의 몸에 동물 머리를 갖춘 이 십이신장상은 연화좌 위에 앉아 있으며, 경주 지방의 왕릉에서 볼 수 있는 무인 복장의 십이지신상과는 달리 평상복을 입고 있다. 또한 구례 화엄사 서오층석탑의 기단 하대석에서도 그와 같은 예를 찾아볼 수 있다. 경주 무장사 아미타조상사적비의 비석받침에도 십이신장상이 새겨져 있는데 앞뒤 각 면에 4구씩, 좌우 각 면에 2구씩 모두 12구의 신장상이 있다. 얼굴에는 십이지 동물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으며, 평상복을 입고 앉은 자세를 취하였다.

원원사터 동·서삼층석탑 기단의 십이신장상

원원사터 동·서삼층석탑 기단의 십이신장상
원원사터 동·서삼층석탑 기단의 십이신장상
원원사터 동·서삼층석탑 기단의 십이신장상
원원사터 동·서삼층석탑 기단의 십이신장상
원원사터 동·서삼층석탑 기단의 십이신장상
원원사터 동·서삼층석탑 기단의 십이신장상
원원사터 동·서삼층석탑 기단의 십이신장상
원원사터 동·서삼층석탑 기단의 십이신장상

원원사터에는 동쪽과 서쪽에 같은 양식의 삼층석탑이 있다. 석탑의 기단 면석을 3등분하여 각 면에 3구씩 모두 12구의 신장상을 돌아가면서 새겨놓았다.

화엄사 서오층석탑 기단의 십이신장상

화엄사 서오층석탑 기단의 십이신장상
화엄사 서오층석탑 기단의 십이신장상

무인 복장의 십이지신상과 달리 평상복을 입고 있다.

밀양 표충사에서는 관음전 전면과 좌우 처마 밑의 공포벽에 갑옷을 입은 사람의 몸에 동물 얼굴을 한 십이신장상을 그려놓았다. 최근에 조성한 벽화이기는 하지만 불전 벽면에 십이신장상을 차례로 장식해놓은 보기 드문 예이다. 이밖에 통도사 소장의 〈십이신장도〉가 있는데, 매우 섬세하고 화려하게 그려져 있다.

표충사 관음전 공포벽의 십이신장상

표충사 관음전 공포벽의 십이신장상
표충사 관음전 공포벽의 십이신장상
표충사 관음전 공포벽의 십이신장상

관음전 전면과 좌우 처마 밑의 공포벽에 갑옷을 입은 사람의 몸에 동물 얼굴을 한 십이신장상을 그려놓았다. 왼쪽부터 소, 개, 호랑이를 나타낸다.

통도사 십이신장도 가운데 호랑이

통도사 십이신장도 가운데 호랑이

통도사 십이신장도 가운데 용

통도사 십이신장도 가운데 용

매우 섬세하고 화려하게 그려진 신장도이다. 십이신장상은 주로 무기를 든 무장의 형상으로 묘사되는데, 십이신장상의 본분이 삼보와 국토, 중생들을 옹호하는 것임을 위세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김유신 묘 출토의 돼지상

김유신 묘 출토의 돼지상

십이지신상은 사찰뿐만 아니라 능묘에서도 자주 보인다. 경주에 있는 전() 진덕여왕릉, 경덕왕릉, 헌강왕릉, 김유신 묘, 구정동 방형분() 등의 신라시대 능묘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출토 유물의 경우를 보면, 민애왕릉에서 나온 납석제() 십이지신상은 무기 없이 도포를 걸치고 있으며, 성덕왕릉 출토의 원숭이상은 도포를 입고 앞에 칼을 세워 잡고 있다. 또한 김유신 묘에서 출토된 돼지상은 갑옷을 착용한 채 칼을 들고 있다. 이들 십이지신상은 모두 인신수두()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이밖에도 경복궁 근정전 월대()의 석조 십이지신상이 유명한데, 이 조각상은 인신수두의 형식을 따르지 않고 동물의 외형적 특징을 객관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또한 불교에는 약사여래의 분신으로 나타나는 십이신장이라는 것이 있다. 약사여래는 동방의 정토인 동방정유리국()의 교주로서, 중생의 질병과 고통을 구하고 무명()을 깨우치게 하는 서원()을 세운 법신 부처이다. 약사여래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열두 가지 원을 세웠는데, 이것을 약사십이대원()이라고 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자기와 남의 몸에 광명이 끝없고 상호()가 원만하기를 바라는 원
2. 위덕이 높아서 중생을 모두 깨우치게 하려는 원
3. 중생이 욕망에 만족하여 부족치 않게 하려는 원
4. 일체 중생을 대승교에 들어오게 하려는 원
5. 청정한 수행을 하는 사람에게 삼취정계()4)를 갖추게 하려는 원
6. 신체의 불구자들을 완전케 하려는 원
7. 몸과 마음이 안락하여 무상보리()5)를 증득케 하려는 원
8. 모든 여인이 남자가 되게 하려는 원
9. 나쁜 소견을 없애 부처님의 바른 지견()으로 포섭하려는 원
10. 나쁜 왕이나 강도 등의 고난으로부터 중생을 구제하려는 원
11. 일체 중생의 굶주림과 목마름을 면하게 하려는 원
12. 의복이 없는 사람이 아름다운 옷을 얻게 하려는 원

능지탑의 십이신장상

능지탑의 십이신장상능지탑의 십이신장상

능지탑의 십이신장상

능지탑은 신라 문무왕의 화장터에 세워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갑옷으로 무장한 십이신장상이 탑을 돌아가며 새겨져 있는데 방위신의 역할을 한다. 왼쪽부터 닭, 원숭이, 쥐, 개이다.

십이신장은 약사여래의 각 서원에 응하여 수호와 교화의 역할을 하는 신장이다. 십이신장이 각각 7천의 권속을 갖추면 8만 4천의 호법신이 되어, 일체 중생의 8만 4천 번뇌를 없애고 깨달음의 지혜인 보리를 성취케 하는데, 이것을 일러 약사여래 대선교방편(便)이라 한다. 카두라, 비가라 등의 이름을 가진 십이신장은 십이지의 쥐, 소 등으로 각각 대비되며 그 이름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카두라()―자신()
2. 비가라()―축신()
3. 굼비라()―인신()
4. 바지라()―묘신()
5. 미히라()―진신()
6. 안디라()―사신()
7. 마지라()―오신()
8. 산디라()―미신()
9. 인드라()―신신()
10. 파치라()―유신()
11. 마구라()―술신()
12. 신두라()―해신()

십이신장상은 주로 무기를 든 무장()의 형상으로 묘사되는데, 그 이유는 십이신장상의 본분이 삼보()와 국토, 중생들을 옹호하는 것임을 위세를 통해 드러내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십이신장상은 위세만 있어서는 안된다. 불법의 수호도 중요하지만 최종 목적은 중생을 향한 약사여래의 12대원을 성취하고 중생을 교화하는 데 있으므로 덕과 자비를 겸비해야 한다. 그들은 불법을 해치는 무리에 대해서는 일단 항복을 받지만, 그 다음에는 자비로운 마음으로 그들을 다시 소생시켜 불도()로 인도한다.

십이신장상의 이런 성격과 역할을 생각해볼 때 우리나라 사찰에서 마주 대하는 십이신장상의 분위기와 표정은 매우 적절하게 표현되어 있다. 원원사터 동·서삼층석탑의 십이신장상에서처럼 옷자락을 천인의 천의와도 같이 머리 위로 흩날리듯 표현함으로써, 마치 범종이나 불교 조각의 비천상을 연상케 하는 것도 있다. 이런 모습은 노골적인 분노형을 취하고 있어 섬뜩한 느낌을 주는 일본이나 중국의 신장상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를 전해준다.

각주

  1. 1 세화: 새해를 맞아 사악한 것을 물리치고 복을 바라는 마음에서 용, 호랑이, 신장 등 상서로운 것을 그려 집안을 장식하는 그림.
  2. 2 직일신장도: 십이지의 동물마다 각기 해당하는 날이 있는데, 그날을 지키는 동물들을 그린 그림.
  3. 3 십이인연경: 오나라 승려 지겸이 번역하였고 본명은 『문성십이인연경』이다. 생사 유전하는 미혹한 세계인 삼계(三界)의 인과(因果)를 12로 나누어 설명한 경전이다.
  4. 4 삼취정계: 계율을 지키고 선법(善法)을 닦아 모든 중생에게 이익이 되도록 하는 계(戒).
  5. 5 무상보리: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부처의 깨달음.


출처 : 사찰 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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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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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12기/유정해/원명심 | 작성시간 16.11.15 스크랩해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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